(좌) ‘스피커(Speeker)’ 디스플레이, (우) ‘템퍼러리 랜딩(Temporary Landing)’ 디스플레이 /최나욱 디자이너 제공

[법률방송뉴스] 누군가 나의 ‘전시 디자인’을 베꼈다면 저작권 침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최근 진행된 ‘블랙랏 아트페어’의 ‘스피커(Speeker)’ 부스 내 신모래 작가의 디스플레이에 대한 표절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지난 4월 서울 성북구 복합예술공간 ‘디스이즈낫어처치(TINC)’에서 열린 ‘템퍼러리 랜딩(Temporary Landing)’은 미술 전시 공간을 하나의 작품으로 디자인하는 연출을 활용해 작품과 공간을 모두 돋보이게 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블랙랏 아트페어에 참여한 스피커의 신모래 작가 작품의 디스플레이가 원작자의 허락 없이 같은 연출로 구성됐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최나욱 디자이너는 “해당 디스플레이는 제 허락을 구하지 않은 무단 도용이다. 템퍼러리 랜딩 전시의 예산, 기획 의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고안한 디자인 디테일 모두를 표절한 모양새”라며 “순수미술 내 작업의 저작권을 존중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템퍼러리 랜딩’ 전시 전경/ 최나욱 디자이너 제공

이와 관련해 창작 분쟁을 전문으로 다루는 백세희 변호사(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는 법률방송과 인터뷰에서 “전시 디자인은 저작권법상 미술저작물 내지는 응용미술저작물로 포섭해 법의 보호 여부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전시 공간에 특별한 분위기를 부여하고 전시물의 미감을 높이는 목적으로 설치된 전시 조형물의 경우, 창작성 등 요건을 갖추면 저작권법에 따른 보호를 받을 수 있으므로 타인의 전시 디자인을 함부로 베껴서는 안 된다”며 “전시를 위한 조형물이 공업상 이용가능성 등 등록 요건을 충족한다면 창작자는 특허청에 디자인 등록을 해 침해에 대한 예방적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창작자들이 법률상담을 요청할 때 ‘저작권 침해’와 ‘표절’을 구분하지 못해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면서 “예술가의 고유한 문제의식과 이를 작품에 반영하는 방법론을 베끼는 것은 이른바 ‘아이디어’의 침해로서 윤리적 비난이 가능한 표절이라고는 말할 수 있어도, 사례를 낱낱이 분석하다 보면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구체적인 표현의 침해에는 이르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법률 전문가와 의논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백 변호사는 “전시 디자인을 비롯해 공간에 대한 해석 및 표현에 예술적·상업적 관심이 많이 쏟아지고 있으므로 디스플레이의 도용 문제를 창작자의 직업윤리와 연결시켜 공론화 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다만 표절 주장은 상대방의 커리어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한 번에 깎아내릴 수 있으므로 때로 명예훼손이나 업무방해 등 형사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할 필요가 있다”고 표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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