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신새아 앵커=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며 MZ세대의 ‘핫플’로 꼽히는 일명 ‘힙지로’가 다시금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습니다.

힙지로는 새롭고 개성 있다는 뜻의 ‘힙(hip)’에 을지로를 합한 신조어인데요.

그중에서도 힙지로하면 ‘만선호프’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저녁 시간이 되면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곳 한 가운데에서 그런데, 최근 한 달 넘게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김해인 기자가 가봤습니다. 

[리포트]

거리에서 초록색 풍선을 들고 춤을 추는 사람들.

신나는 음악소리와는 정반대로, 이들이 들고 있는 피켓엔 ‘건물주 만선호프는 을지OB베어와 대화하라’는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지난 1980년 12월에 문을 연 국내 최초 프랜차이즈 생맥주 가게 을지OB베어는 한 자리에서 약 40여년 간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지난 2015년 서울시는 을지OB베어를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했고, 호프집 최초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정한 ‘백년가게’가 됐습니다.

하지만 42년간 을지로를 지킨 을지OB베어는 이제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게 됐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스탠드업]
저는 지금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 나와 있습니다. 평일이지만 많은 시민들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요. 한편 을지OB베어가 있던 자리엔 이렇게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을지OB베어가 강제철거 되던 날부터 한 달 넘게 매일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들. 이들은 왜 한데 모인 걸까.

지난 2018년 건물주가 경쟁업체 ‘만선호프’와 계약을 맺으며 을지OB베어에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이종건 / 을지OB베어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만선호프가 지금 이 골목에 10개가 넘는, 거의 프랜차이즈로 전국에 지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만선호프가 지난 1월에 을지OB베어의 건물주가 됐습니다. 여러분 건물주 바뀌면 대화해야 되잖아요. 대화를 자꾸 미루시더니 4월 21일 새벽 3시에 용역깡패 70명을 고용해서 6평 남짓 이 골목의 원조가게 을지OB베어의 강제집행을...” 

건물주는 임대계약 연장을 놓고 을지OB베어를 상대로 점포를 비우라는 명도소송을 냈고, 지난 2020년 10월 대법원은 건물주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들은 “백년가게를 지키지 못하는 법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이종건 / 을지OB베어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법대로 했으면 이런 문화와 이런 골목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까. 서울에 살아가면서 이 도시에 살아가면서 모든 문화와 모든 가게와 모든 것들이 다 법대로만 이뤄집니까. 나랏돈 써가면서 어떤 골목을, 어떤 문화거리를 조성하려고 하는 거 많이 보셨잖아요. 우리 그렇게 조성된 거리에 가나요. 아니죠. 하나 둘 작은 가게들, 소상공인들 노력으로 일궈진 그 가게들이...” 

지난달 21일 새벽, 을지OB베어는 6번째 강제집행으로 끝내 42년의 역사를 마감했습니다.

[최수영 / 을지OB베어 사장] 
“이 거리의 역사의 가장 시발점인 을지OB베어를 이렇게 쫓아내고 흔적을 지우는 작업을 한 겁니다. 저희 연대인들이 왔었을 때에는 이미 다 집기가 다 드러내지고 거의 상황이 끝난 상태입니다. 그 심정에 대해서는, 그 날 그 심정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가 싫어요.”

해당 논란에 대한 파장이 커지자, 지난 11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을지OB베어를 지키는 일이 노가리 골목을 지키는 일”이라며 “서울시, 중구청장, 중기부 장관과 함께 상생에 대한 대화를 이끌어내겠다. 돈의 얼굴을 한 서울이 아니라 사람의 얼굴을 한 서울을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최수영 / 을지OB베어 사장] 
“저희가 오래됐다고 그래서 저희 집만 살아남아야 되고 저희 집은 건드리지 말아야 되고 그러는 얘기가 아니에요. 불과 20집 남짓한 거리가 100년 미래의 유산으로다가 선정해 줄 때에는 그러한 문화적 가치와 전통성 뭐 이런 것들을 다 인정해 준 게 아닐까요. 좋은 방향으로 해결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법률방송 김해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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