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불법 판매 횡행... SNS로 주문, 하루 만에 배달돼
부작용 알면서도 복용... 중독되면 심혈관계, 간 등에 치명적
복지부·식약처·경찰청은 서로 단속 책임 떠넘기며 손 놔

 

[법률방송뉴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탄탄하고 균형 잡힌 몸, 이른바 '몸짱' 이라고 하죠.

언제부터인지 몸짱 열풍, 헬스 열풍이 분지도 꽤 오래 됐는데, 이 몸짱이 되기 위해 약물을 남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이른바 스테로이드 약품인데요.

오늘 LAW 투데이 '현장기획'은 이 스테로이드 약품 불법 판매 실태와 국민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아무런 조치 없이 손 놓고 있는 우리 보건 당국의 복지부동 실태를 전해 드립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SNS에서 떠도는 몸짱 사진들입니다.

현실에서 저런 몸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지만, 남자든 여자든 어느 순간 몸짱이 로망이 된지는 오래입니다.

[백건하(25) /서울 송파구]
"멋있다고 생각돼서 운동해서 이렇게 되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홈쇼핑에선 이것만 이용하면 뱃살이 빠진다며 각종 운동 용품을 팔아대고, 동네마다 온갖 운동 기구를 갖춘 헬스클럽이 성업 중입니다.

건강한 몸, 나아가 몸짱의 꿈, 남녀도, 노소도 없습니다.

[이창섭(27) / 서울 용산구]
"아무래도 몸이 좋아지는 걸 보면 자신감도 생기고..."

[정현화(80) / 서울 종로구]
"내 신체 하고 평생 운동하고 산다는 그런 약속을 했기 때문에..."

문제는 몸짱 열망이 지나쳐 약물에 대한 의존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약품이 '스테로이드'입니다.

스테로이드는 체내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합성해 짧은 시간에 근육을 폭발적으로 키워주는 약품입니다.

[스포츠센터 관장]
"운동을 하는데 훨씬 더 수월하게 할 수 있고 근육이 커지면서 솔직히 말하면 그냥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정도 이상을 해버리죠. 엄청 크죠."

인터넷의 한 물품 거래 사이트입니다.

스테로이드라는 키워드를 치자 해당 제품을 판다는 글들이 화면 가득 떠오릅니다.

"스테로이드 전 제품 팔아요"부터 "가격 보면 놀라실 거예요", "1:1 맞춤형으로 맞춰 준다"는 글까지, 근육을 키워준다는 스테로이드제 약품을 아무런 제약 없이 버젓이 판매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의사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스테로이드 약품을 이렇게 인터넷으로 판매하는 건 모두 불법입니다.

또 다른 사이트입니다.

이 사이트는 아예 마치 제약회사 홈페이지처럼 꾸며 놓고 흥분제, 최음제와 함께 스테로이드 약품을 팔고 있습니다.

주소도 전화번호도 없고, 연락은 오직 SNS로만 이뤄지고 있습니다.

SNS 메신저를 통해 구매 의사를 밝히자 온갖 스테로이드 제품을 판다고 소개합니다.

해당 약품을 복용하면 간이 상하지 않냐고 묻자, 간이 상하는 게 아니라 피로한 거라고 말합니다.

메신저를 통해 주문한 지 단 하루 만에 받은 스테로이드제입니다.

이 스테로이드제가 어떤 약품인지, 이렇게 쉽게 구해 복용해도 되는 건지 직접 확인해 보겠습니다.

약품을 보여주자 약사는 대번에 이런 거 함부로 먹으면 안된다고 놀라 말합니다.

[정용혁 / 약사]
"부작용 우려가 있어요. 탈모라든지 정자량 감소, 여성형 유방 이런 부작용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꼭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서 처방을 받고..."

심지어 심근경색과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과 심각한 간 손상, 극단적인 경우 급작스런 심장마비로 죽음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김광준 교수 /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근육이 커지게 되면 혈관들도 같이 커야 되고, 커지려면 혈관이 새로 만들어져야 되는데 그런 과정이 훨씬 더 빠르게 이뤄지다 보면 이런 혈관들이 쉽게 출열이 되거나 잘 터지는..."

그런데도 스테로이드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서, 또는 알면서도 몸짱에 대한 열망 때문에 스테로이드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 큰 문제는 스테로이드 약품을 복용하게 되면 그 효과를 잊지 못해 중독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점입니다.

[근육 강화 스테로이드제 구매자]
"부작용은 알죠. 부작용 감수하면서 욕심이죠. 욕심. 몸을 만들고 싶은 욕심에 하는 거죠."

심지어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인터넷 카페조차 스테로이드 약품 판매처로 둔갑할 만큼, 인터넷에선 아무런 제약이나 규제 없이 스테로이드 약품이 팔리고 있습니다.

[스테로이드 정보 공유 카페 운영자]
"(정보 공유 카페를) 운영하면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가면 갈수록 구매하는 사람들이나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더라고요. 많이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모르고서 또는 알면서도 대놓고,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스테로이드 약물 불법 판매.

주무 관청인 식약처와 보건복지부, 경찰은 ‘나는 모르겠다’ 식으로 단속엔 손을 놓고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경찰청 관계자]
"복지부하고 식약처에 각각 그 특사경(특별사법경찰관리)을 관할하는 부서가 있어요. 그쪽에서 주로 단속을 해주고 계십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식약처에 문의하시면 됩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
"스테로이드가 의약품 범죄이지 마약은 아니잖아요."

몸짱이 되고 싶은 열망을 탓할 순 없습니다. 그 열망이 지나쳐 약물에 의존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까지도 뭐라 할 순 없습니다.

다만 실제, 그런 비뚤어진 열망이 현실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불법적으로 이뤄지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스테로이드 약품 불법 판매, 아무런 제약이나 규제 없이 팔리는 걸 방치할 거면 뭐 하러 의사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정했는지 궁금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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