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정영학 회계사./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대장동 개발 뇌물’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의원의 2차 공판에서 정영학 회계사가 법정에 출석해 증언했습니다.

오늘(27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곽 전 의원과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앞서 지난 25일 사건의 핵심 증거인 정영학 회계사의 녹음파일이 법정에서 공개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측이 건강 이상을 호소하면서 공개는 오는 29일로 미뤄졌습니다.

정 회계사가 2019~2020년 김씨, 남 변호사와 나눈 대화를 녹음한 이 파일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제출돼 대장동 사건의 핵심 증거로 쓰였습니다. 이 녹취록에는 정 회계사와 김씨 등이 공동 경비 분담을 두고 다투는 내용, 유 전 본부장에게 배당 수익 중 수백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하는 내용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 회계사는 이 녹음파일에 대해 "잘못하면 제가 하지도 않은 일로 크게 책임질 수도 있다고 해서 녹음하게 됐다"며 "제가 이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이고 어떻게 보면 온갖 상황이 모두 저 때문에 발생했다는 두려움을 느꼈다"고 녹음 경위에 대해 답했습니다. 이어 “직접 녹음기를 사용해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중에 녹음했으며 이후 파일에 어떠한 변형이나 조작을 가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습니다.

김씨와 남 변호사 측은 이 녹음파일을 누군가 조작했거나 원본과 동일하지 않은 파일이 제출됐을 가능성이 있어 증거 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 회계사는 사건에 대한 진술을 이어갔습니다.

정 회계사는 곽 전 의원의 아들이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지급받은 것에 대해 컨소시엄이 깨지지 않게 하는 대가였다고 화천대유 전무 양모씨로부터 들었다는 취지로 증언했습니다. 해당 컨소시엄은 대장동 사업의 시행을 맡은 ‘성남의뜰’ 컨소시엄을 의미합니다.

곽 전 의원 아들의 최초 계약서 속 성과금은 5억원이었는데 이후 50억원으로 늘어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는 사실에, 양 전무가 처음에는 반대했다고도 밝혔습니다.

정 회계사는 "양 전무가 '곽 전 의원 아들에게 50억원을 지급하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사인을 안 한다'고 했다"며 "양 전무는 '불법적인 것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컨소시엄 무산을 무마시켜준 대가로 곽 전 의원 아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면서 직접 양 전무를 설득했다고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정 회계사는 컨소시엄 구성과정에서 실무자로서 하나은행 측과 접촉해 직접 작성한 사업계획서를 전달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 초기 당시 산업은행도 컨소시엄을 구성하고자 했고, 산업은행 측은 하나은행 측에 참여를 권유했다는 게 정 회계사가 하나은행 측으로부터 전해들은 정보라고 언급했습니다.

정 회계사는 만약 하나은행이 호반건설의 자회사도 포함된 산업은행의 컨소시엄에 참여했을 경우 1500억원 이상의 이익을 얻었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잔류하지 않을 경우 화천대유의 사업은 무산될 위기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정 회계사는 이러한 상황을 하나은행 관계자에게 듣고 김씨에게 보고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김씨는 화를 내며 "기다려보라"고 정 회계사에게 말했고, 며칠 후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잔류하기로 했다고 전해왔다는 것이 정 회계사의 기억입니다.

이밖에도 정 회계사는 화천대유가 속한 컨소시엄이 대장동 개발사업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자신이 처리했다고 허위 답변하도록 김씨가 강요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또한 대장동 사업과 관련된 각종 로비를 폭로하겠다며 협박한 전 동업자 정재창씨에게 입막음 대가로 건넨 90억원을 김씨가 자신에게 부담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곽 전 의원은 지난 2021년 4월 아들의 성과급 등 명목으로 화천대유 대주주 김씨로부터 약 25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김씨는 곽 전 의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화천대유에서 근무하던 곽 전 의원 아들은 당시 6년차 직원이었으며 검찰은 김씨가 곽 전 의원 아들에게 이 같은 고액을 지급한 것은 사실 '하나은행 청탁'에 대한 대가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에 곽 전 의원은 지난 13일에 진행된 첫 공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한 바 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