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병역법상 예술·체육요원의 편입 및 복무에 대하여

[백세희 변호사의 '컬처 로(Law)'] 예술, 대중문화, 게임, 스포츠, 여행 등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재미있는 법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주

 

백세희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최근 세계적인 인기의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이하 ‘BTS’라 함)을 중심으로 대중문화예술인도 병역특례 대상에 포함하자는 「병역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BTS의 소속사 하이브를 방문했고, 이어 이진형 하이브 CCO가 미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며 사회적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쉽게 콩쿨·스포츠 경기 등의 입상자에 대해 병역 ‘면제’라는 단어를 써왔지만, 이는 틀린 말이다. 법적으로 이들은 ‘예술·체육요원’으로서 군 면제자가 아닌 ‘보충역’으로 분류된다. 예술·체육요원은 사회복무요원, 공중보건의사, 공익법무관 등과 마찬가지의 병렬적인 분류다. 기초군사훈련도 받고 예비군훈련도 받는다.

그렇지만 복무 분야는 현저히 다르다. 대학에서 관련 학과를 공부하거나 원래 자기 분야에 그대로 종사하며 정해진 횟수의 발표회를 개최하고, 선수로서 계속 활동하면 된다. 바둑의 경우는 한국기원 소속 바둑기사로 활동하는 것이 복무 내용의 전부다. 출입국 절차 등에서 여러 가지 법적인 굴레가 적용되겠지만, 일단 본인이 사회에서 하던 일을 그대로 하면서 영리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보충역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렇게 사실상 ‘면제 효과’를 누리니,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게 당연해 보인다.

 

 

■ 예술·체육인 중 ‘사실상의 면제 효과’를 누리는 이는 누구?

자, 그렇다면 예술·체육인 중에 과연 누가 이런 사실상 면제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관련 법령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무려 4단계를 거쳐야 한다. 바로 법률인 「병역법」 제33조의7, 대통령령인 「병역법 시행령」 제68조의11, 행정규칙인 병무청 훈령 「예술·체육요원 편입 및 관리규정」, 마지막으로 같은 훈령 내의 [별표]들이다. 법률에는 어떤 사람이 예술·체육요원이 될 수 있는지를 시행령이 정한다고 쓰여 있고, 시행령에는 어떤 대회에서 입상해야 하는지를 병무청 훈령으로 정한다고 쓰여 있다. 훈령에는 그런 대회 목록은 맨 뒤에 첨부된 [별표]로 보기 좋게 만들어놨다고 그것을 보라고 한다. 마치 여러 겹의 러시아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 같다. 법령 안에 법령 안에 법령 안에…. 

정리하자면, 국제예술대회에서 2등 이상 입상, 국제 규모의 대회가 없는 분야의 국내예술대회에서 1위 입상, 5년 이상 교육받아 자격을 취득한 무형문화재 보유자, 올림픽에서 금·은·동메달, 아시아경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사람이 예술·체육요원이 될 수 있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e스포츠(리그오브레전드, 클래시로얄, 하스스톤 등 6개 종목) 선수도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예술·체육요원이 될 수 있다.

이쯤에서 의문이 든다. 게이머도 피아니스트도 예술·체육요원으로서 자기 분야의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데, 대중예술인은 과연 어떠한가? BTS와 같이 세계적인 대중예술인을 현행 법령상의 예술·체육요원에 편입하는 해석이 가능할까? 요즘 언론사 지면을 달구며 뜨겁게 떠오르는 문제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은 가능하지 않다. 「병역법」 시행령과 시행규칙(훈령)이 특례 인정 요건을 제한적으로 나열하고 있는데, 대중예술인은 아직 포함되어 있지 않게 때문이다. 관련 법령을 개정하지 않고서야 대중예술인의 예술·체육요원 편입은 불가능하다. 대중예술인을 추가하는 현 개정안이 과연 통과될 수 있을 것인지가 현재 BTS로 대변되는 논의의 핵심이다.

2020년 10월에도 한바탕 논란이었던 대중예술인의 병역특례 문제는 ‘예술·체육요원의 편입’이 아닌 ‘입대 연기’로 정해졌었다. 2020년 12월 국회는 「병역법」 제60조를 개정해 공포했다. 병역법 제60조(병역판정검사 및 입영 등이 연기) 제2항 제3호에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가 추가된 것이다.

BTS는 2018년 10월 한류와 우리말 확산의 공로를 인정받아 화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이에 따라 위 2020년 12월 개정법에 따른 병역 연기 대상이 되어 만 30세까지 병역을 미룰 수 있게 되었다. 당시에 ‘문화 훈·포장 수훈자’ 기준에 대한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훈장 수상자로 추천을 받으려면 해당 분야에서 15년 이상 활동해야 하는데, 이런 기간 조건을 적용하지 않고 훈장을 받은 BTS 이외에는 사실상 개정법령의 적용 대상이 없는 것과 다름없다는 의견이었다. 지난 2020년 개정법이 “BTS법”이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했다. 

■ 만 30세가 되어 더는 병역을 미룰 수 없는 BTS의 행보는?

2020년 개정법으로 BTS의 맏형인 1992년생 진(김석진)은 올해 말까지 입대가 연기되었다. 하지만 벌써 4월도 거의 다 지나가고 있지 않은가. 이진형 하이브 CCO는 기자간담회에서 “BTS 멤버들이 과거 반복적으로 ‘국가의 부름에 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라면서도 “최근 몇 년간 계속 제도가 변하면서 (BTS) 본인들이 향후 계획을 잡기 어려워 힘들어하는 건 사실이다. 조속히 결론이 났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우리 국민, 나아가 전 세계의 이목이 이번 개정안에 쏠리는 상황이다. 그러니 정치권도 이번 개정안을 놓고 머리를 싸맬 수밖에 없다.

「병역법」이 예술·체육요원 편입의 명분으로 ‘문화창달’과 ‘국위선양’을 들고 있는 이상, 세부 기준에 대한 논란의 씨앗은 처음부터 잉태된 것이라 하겠다. 문화창달, 국위선양 모두 애매하지 않은가? 게다가 시대가 변하며 창달해야 하는 문화의 범위나 국위선양의 정도도 달라지기 마련이니 해석에 대한 열띤 논쟁은 예정된 것이다. 해석만 문제 되는 게 아니다. 평등·형평과 같은 다른 가치와의 관계, 즉 ‘가치 충돌’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1990년대에 진행되고 있었던 출산율 저하로 인해 발생한 병력 수급의 문제도 잊지 말고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으니 개정안에 대한 찬반을 정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은 정말 머리가 아플 것 같다. 그래서 대중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들려줘야 한다. 머리 아프다고 내 의견을 빼먹는 건 곤란하다. 괜히 정치적으로 이용당하지 말고 침묵하자고들 하는데, 그랬다가 나의 목소리가 쏙 빠진 정책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글이 독자들이 정책 결정, 특히 병역 특례와 문화예술계의 여러 입장을 골고루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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