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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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지난해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26)이 무기징역을 확정 받았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오늘(14일) 살인, 절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씨의 상고심에서 검찰과 김씨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무기징역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김씨는 지난해 3월 피해자 A씨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A씨의 집에 찾아가 A씨의 여동생과 어머니, A씨를 차례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김씨는 지난해 3월 온라인 게임에서 A씨를 알게됐는데, 연락을 거부하자 스토킹을 하기도 했습니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A씨를 살해한 계획은 있었지만, 가족들에게 저지른 범행은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반면 검찰은 전반적으로 계획적 범행이었다며 사형을 구형했습니다.

1심은 “가족 살해가 우발적으로 일어났다고 보이지 않고, 동생과 어머니는 피고인과 아무 관계가 없음에도 범행을 위한 수단으로 살해됐다”며 “피고인은 일가족 전부인 세 모녀를 연달아 무참히 살해했고, 사람의 생명은 법이 수고하는 가장 존엄한 가치이고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다른 중대 사건과 양형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사형을 정당화할 특별하고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 장치 부착 30년을 명령했습니다.

2심은 “우리나라는 25년간 사형이 집행되지 않고 있어 국제인권단체로부터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됐다”면서 “(사형은) 형벌로서의 실효성을 상실했다”며 무기징역형을 유지했습니다.

다만 “피고인은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돼 평생 참회하는 것이 맞으므로 가석방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며 “가석방 여부는 사법부가 아닌 행정부 소관이고, 법원의 의견이 행정부에 얼마나 기속력을 가질지 모르겠으나 이렇게라도 명시적으로 가석방에 대한 의견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할 필요성이 상당하다고 생각되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원심이 선고한 무기징역형을 유지한다”며 “이 사건 선고형은 가석방 없는 절대적인 종신형으로 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대법원은 “범행의 동기와 내용, 범행 후 행동 등 사정에 비춰 보면 원심이 무기징역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30년간 위치추적 전자 장치 부착을 명령하고, 준수사항을 부과한 1심 판결은 정당하다. 재범의 위험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보고 원심 판단을 확정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노영희 변호사(법무법인 강남)는 법률방송과의 통화에서 “가석방위원회에서 가석방 여부를 판단할 때 판결문에 가석방 관련해 언급된 게 있는지를 본다”며 “판사가 가석방 관련 내용을 언급했다고 해서 지금 당장 영향을 받는 건 아니지만, 20년이 지난 뒤 가석방위원회에서 심사 자료로 판결을 인용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형법 제72조(가석방의 요건)는 ‘징역이나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사람이 행상이 양호하여 뉘우침이 뚜렷한 때에는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노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 상 검사가 사형을 구형한다고 해서 (판사가) 사형을 선고하지 않는다. 그리고 1심에서 설령 사형을 선고했다고 하더라도 2심 가면 무기징역으로 깎인다”며 “개인적으로는 이렇게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들은 사형시키는 게 맞다”고 밝혔습니다.

박지영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는 법률방송과의 통화에서 “우리나라가 사실은 사형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형이 시행되지 않은 지가 오래 돼서 실질적 사형제 폐지 국가로 분류가 돼있다”며 “사실상 무기징역이면 최고형이 내려진 것과도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어 “데이트 폭력, 안전 이별, 스토킹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반영한 결과라는 생각도 든다”며 “많은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고, 재판부가 그런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서 무기징역형을 내린 것 같다. 많이 발전한 판결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의의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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