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 /토론회 캡처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 /토론회 캡처

[법률방송뉴스] 계속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출근길 장애인이동권 시위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출근길 불편에 대한 볼멘소리부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비난과 질책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는 지난 8일 오후 1시 이룸센터 이룸홀에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4주년을 맞아 법무부, 보건복지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공동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4주년 기념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토론회에 앞서 국가인권위원회 남규선 상임위원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2008년 시행된 이래 위원회는 장애인차별시정기구로서의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자 노력해왔다”며 “매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기념 토론회를 개최해 법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실질적인 장애인 차별 해소 방안에 대해 의견을 모아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제 각종 시험에서는 더 이상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하느냐 마느냐를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편의를 누구에게 얼마나 제공해야 하는가를 논의하는 것으로 바뀌었다”면서 “수어통역 없는 재난방송이나 선거방송은 차별이라고 판단하면서 이제는 재난방송이나 브리핑, 선거방송에서 수어통역이 당연히 제공돼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됐다”고 소회를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장애계에서는 2023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전면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번 토론회가 그 시작이라고 알고 있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과정에서 미처 담아내지 못한 사항들을 보완하고 사회 변화에 따라 새로이 나타나는 요구들을 반영한, 보다 실효성 있는 법 개정 방안을 도출해내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는 “시대가 변하고 그리고 차별이 다변화되면서 그것에 대한 대응을 이 법은 계속 개정을 해가야 하는 그러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었다는 것을 더욱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이어 “최근 들어서 장애인이 이동하지 못하고 있고 이동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는 중요하고 분명한 명제에 비문화·비문명적인 시위라고 온라인상에서 너무나 거침없이 차별과 혐오를 계속하는 것을 봤다”며 “장애인의 차별에 대응하기 위해서 얼만큼 실효성 있는 법으로 개정을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법을 개정해 장애인 차별의 하나의 방패가 돼줘야 한다”며 “장애인 차별에 대응하는 하나의 무기가 돼줄 수 있도록 좋은 지혜를 모아주시길 부탁 드린다”고 덧붙였습니다.

■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15주년... 다방면에서 법안 강화 필요”

먼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사무국장이 ‘실효성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한 발제를 진행했습니다.

김 사무국장은 “해마다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여러 차례 법 개정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나눠왔다”며 “올해는 제정 15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고 이제는 법을 새롭게 바꿔야할 때라고 생각돼서 오늘 토론회를 시작으로 많은 분의 의견을 받아서 이후에 법 개정 과정을 진행해보려 한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2001년부터 제정 필요성이 논의됐고 법 제정까지 6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그 안에 많은 과정들이 있었다”며 “(당시) 장애인을 대상으로 놓고 시혜적인 혜택으로만 이뤄지던 복지법이 아니라 장애인의 권리를 중심에 놓고 이야기하는 인권법으로 이야기하기 위해서 몇 가지 목적을 세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최근 음식점,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 매장 등 다양한 생활편의시설에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 기기가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의 접근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다양한 형태로 제작돼 활용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시각, 지체, 청각 등 장애유형별로 기기의 접근에 대한 어려움 때문에 기본적인 일상생활에서도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에 장애를 고려한 무인정보단말기의 보급 및 이용을 위해 장애인차별금지법안에 관련내용이 신설됐으며, 현재 시행령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사무국장은 몇 가지 개정안을 제시했습니다.

우선 제1조(목적)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라는 표현이 장애 차별을 직접차별에 한정할 수 있어 모든 차별이 포함되도록 해당 문구를 ‘장애인에 대한 처벌’, 장애 차별 일반을 가리키는 것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또 제2조(장애와 장애인)에서 차별행위의 사유가 되는 장애를 ‘신체적·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진 상태라고 규정했는데, 이를 ‘신체적·정신적·사회적 요인에 의하여’라고 개정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는 “장애를 손상 중심적이고 의료적인 모델로 판단해 장애인의 사회생활 제약을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며 “사회적 모델을 기본으로 정의할 경우 장애와 장애인의 개념은 매우 유동적이고 그에 따라 그 판단의 범위 또한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포괄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현행 제4조(차별행위)에 ‘장애인, 장애인 관련자에 대하여 이 법에서 정하는 ’괴롭힘 등‘의 행위를 하는 경우’를 신설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괴롭힘’ 등은 차별행위에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 법에서 금지하는 차별’로 판단하지 않는 다툼의 여지가 있어 차별행위 안에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그 밖에 고용, 교육, 재화·용역의 제공 및 이용,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와 참정권 등에서도 법안 강화가 필요함을 공언했습니다.

■ “개정 필요성에 동의... 활용성 높일 방안 모색해야”

이어진 토론에서 서울시립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차성안 교수는 “법원의 소송을 통한 구제가 매우 중요하지만 이와 관련해 소송비용이나 절차의 경직성 등으로 인해 법무부 시정명령을 통한 구제절차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경우 법무부가 장애인을 대신해 차별행위자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주는 구조가 소송을 위한 미국장애인법상 법원을 통한 구제절차의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법무부가 장애인권의 보루로서 역할하도록 법무부 시정명령 관련해 법무부의 예산,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김재왕 변호사는 발제문의 취지에 대체로 공감한다면서도 “개정안 제1조의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장애인에 대한 성·연령 차별 등도 포함되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현행법의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좀 더 법의 취지에 맞는 표현이라 생각된다”는 등 개정안에 대한 의견들을 제시했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다운 정책실장은 “발달장애인은 인지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의사표현에 제약이 많기 때문에 고용, 교육, 재화·용역의 이용, 참정권 등 전 영역에 걸쳐 심각한 차별을 경험하고 있다”며 “따라서 전 영역에서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편의 제공 의무를 매우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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