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제조와 판매에 관여한 롯데마트 측이 판매 당시 제품 성분의 유해성 여부를 알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8부(부장판사 최창영) 심리로 26일 열린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10차 공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한 롯데마트 관계자 J씨는 "회사 내에서의 역할에 비춰볼 때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여부를 가려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롯데마트는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자 지난 2006년 11월 주문자위탁생산(OEM) 업체인 Y사를 통해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를 생산·판매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마트는 자체 브랜드(PB) 상품 전문 컨설팅업체인 D사에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에 대한 안정성 검사를 의뢰했다. 롯데마트는 D사가 '문제 없다'고 통보하자 2011년 8월까지 해당 제품을 생산·판매했다.

J씨는 "QA(품질 보증)영역은 고도의 전문적인 업무 분야지만 롯데마트 자체에 관련 조직이 없어 외부 업체인 D사를 선택했다"며 "품질 부문에 있어서만큼은 D사의 전문성을 존중한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에 품질 보증 관련 업무 능력을 가진 자체 인력이 없어 D사에 수수료를 지불하고 업무를 일임했고, 제품이 수년간 문제없이 시중에서 판매돼 온 점을 참고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검찰은 롯데마트가 가습기 살균제를 생산·판매하는 과정에서 제품의 유해성 여부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위험 방지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롯데마트가 D사와 체결한 양해각서 내용을 보면 D사는 제품 개발 및 품질 보증 등의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제품 안전성 등의 최종 책임은 롯데마트가 독자적으로 지는 것으로 돼 있다"며 "이를 알고도 별도의 조치 없이 와이즐렉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출시한 것은 결국 롯데마트에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검찰은 노병용(65) 롯데물산 대표와 김원회(61) 홈플러스 전 그로서리매입본부장, 용마산업 대표 김모씨 등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가 지난 6월 가습기 살균제 사건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노병용 전 롯데마트 영업본부장(현 롯데물산 대표) 등은 재직 당시 가습기 살균제의 흡입독성 가능성을 알면서도 제대로 검사를 하지 않고 제품을 내놓고 팔아 사상자를 낸 혐의로 기소됐다.

김원회 전 본부장 등 홈플러스 관계자들은 이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취지의 거짓·과장 광고를 한 혐의(표시광고법 위반)도 받았다. 홈플러스 법인도 표시광고법상 양벌 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됐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각각 2006년과 2004년 용마산업에 의뢰해 문제가 된 물질인 PHMG가 사용된 가습기 살균제 자체 브랜드 상품을 출시했다.

롯데마트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사망 16명을 포함해 41명의 피해자가 발생했고, 홈플러스 가습기 살균제는 사망 12명 등 28명의 피해자를 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