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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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여성 부하 장교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군사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해군 장교가 2심 판단을 다시 받게 됐습니다. 반면 같은 피해자를 성폭행한 또 다른 장교는 무죄를 확정받았습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오늘(31일) 군인 등 강간치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해군 A대령(범행 당시 중령)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지난 2010년 중위로 임관한 피해자는 같은 해 9월~11월 직속 상관인 포술장 B소령으로부터 10차례의 강체추행과 2차례의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당시 피해자는 B씨와의 신상면담에서 자신이 성소수자라고 밝혔는데, B소령은 도리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를 성폭행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사건으로 임신한 피해자는 임신중절수술을 받았고 해당 사실을 A대령에게 보고했습니다. 하지만 A대령은 이를 빌미로 같은해 12월 피해자를 강간한 혐의를 받습니다.

1심을 맡은 해군 보통군사법원은 A대령에게 징역 8년을, B소령에게 징역 10년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2심 고등군사법원은 판단을 뒤집고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해자가 의도적으로 허위 진술을 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기억이 변형 혹은 과장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강간죄 구성요건인 폭행협박이 동반되지 않아 강간죄가 성립될 수 없다”는 게 재판부 판시입니다.

군검찰은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습니다.

대법원은 “피해 장교의 진술에 신빙성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다”며 “피해자 진술 신빙성에 의심이 든다는 일부 사정만으로 진술 전부를 배척한 원심 판단은 잘못됐다”고 판단,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그러나 별도로 기소된 B소령은 무죄를 확정 받았습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오늘 군인 등 강간치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를 기각한 원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과 A씨 사건은 사건의 구체적인 경위와 피고인, 피해자의 관계, 진술 등이 서로 다르므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나 그 신빙성 유무를 기초로 한 범죄 성립 여부가 달리 판단될 수 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3년 넘게 대법원에 계류돼 여성·시민단체는 기자화견을 통해 유죄 판결을 내려달라고 지속적으로 촉구해왔습니다. 그리고 2심의 무죄 판결 뒤 A 대령과 B 소령을 처벌해달라는 취지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한 달 만에 20만명 넘는 동의를 얻은 바 있습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인 민고은 변호사(법무법인 새서울)는 법률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강간죄에서의 폭행, 협박에 대해서 A대령과 피해자의 관계는 절대 복종할 수밖에 없는 관계였다는 점을 고려해봤을 때 A대령의 유형력 행사는 강간죄에서의 수단으로서의 폭행에 해당한다고 봐 원심법원과 판단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국민청원 20만명 이상의 동의가 해당 사건에 대해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면이 있겠지만 이러한 사회적 관심이 법원의 사실인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는 없다”며 “대법원에서 A대령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은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이 주요한 근거가 된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B소령에 대해서는 “검사가 강간이 아닌 위력에 의한 간음죄로 예비적으로라도 공소제기를 해서, 간음의 수단이 폭행 협박이 아니라 위력에 의한 것이라고 했다면 법원에서 위력에 대한 부분도 판단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습니다.

또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판단은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문한 1심 법원이 제일 정확한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며 “대법원에서 1심 법원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을 달리 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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