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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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휠체어 탑승설비를 설치하지 않은 버스를 운영하는 것은 장애인을 상대로 한 차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다만 현행법상 버스회사가 시외·광역노선에 반드시 저상버스를 도입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봤습니다.

오늘(8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장애인 A씨 등 5명이 정부와 버스회사 등을 상대로 "저상버스를 도입하고 휠체어 승강 설비를 설치하라"고 제기한 차별구제 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앞서 지체·뇌병변 장애를 앓는 A씨와 등은 지난 2014년 국가와 서울시·경기도, 버스회사 등을 상대로 “시외·고속버스 등에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라”며 차별 구제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이에 1심과 2심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교통사업자가 장애인에게 교통수단 이용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며 피고 버스회사들에게 휠체어 승강설비를 제공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어 국가, 서울시, 경기도, 금호고속, 명성운수에 원고 2명에게 각 500만 원을 배상하라고도 명령했습니다.

다만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차별행위에 대한 고의 또는 과실이 없었다는 이유로, 저상버스 도입과 관련해서는 교통약자법상 교통사업자에게 저상버스 도입의무가 없다는 근거를 들어 각각 기각했습니다.

대법원 또한 버스회사가 휠체어 탑승설비를 제공하지 않은 점은 차별 행위라고 판단했습니다. "일정한 재정 부담이 따른다는 이유만으로 정당한 사유를 쉽게 인정할 수 없다"며 "누구든지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에 이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성실하게 차별금지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A씨 등이 향후 탑승할 구체적·현실적 개연성이 있는 노선에 휠체어 탑승 설비를 설치하되, 회사 재정 상태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설치할 수 있다"고 설명하며 버스회사들이 ‘즉시’ ‘모든’ 버스 노선에 휠체어 탑승 설비를 설치해야 한다고 판결한 2심의 판단은 잘못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향후 파기환송심에서 심리할 내용에 대해 "승강설비 설치 대상 노선은 향후 탑승할 구체적·현실적 개연성이 있는 노선으로 하되 그 노선 범위 내에서 버스회사들의 재정상태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설치해 나가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판단 방향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2년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해 저상 시내버스를 도입한다는 계획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버스에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탑승설비를 장착한다거나, 시외·광역노선에도 저상버스를 운영한다는 사항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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