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 그래픽= 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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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강원도에서 학교 선배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극단 선택을 한 고등학생의 유가족이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는 호소글을 올렸습니다. 

오늘(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엄마, 그놈 감옥서 나온대” 성폭행 피해 여고생 극단선택 엄벌 촉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글에는 “딸은 18세 꽃다운 나이에 ‘엄마, 가해자는 곧 감옥에서 형을 살고 나온대. 나는 절대 그걸 눈 뜨고 볼 수 없어’라는 말을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억장이 무너지고 분통이 터져 도저히 살아갈 수가 없다. 하루에도 수십번 수백번 수천번 딸이 생각나고 애타게 보고 싶어 가슴이 찢어지고 숨이 막혀 고통스럽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담겼습니다. 

이어 청원인은 “세상의 모든 것을 잃었고 우리 가족의 평범한 일상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다”며 “삶의 꿈과 미래 행복은 산산이 조각나서 다시 되돌릴 수 없는데 가해자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은커녕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앞서 2021년 4월 4일 성폭력 피해를 당한 청원인의 딸 A양은 “더는 고통 받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말을 남기고 가족들의 곁을 떠났습니다.

2019년 6월, 고교 1학년이었던 A양은 교제 중이던 같은 학교 3학년생 B군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B군은 단둘이 술을 마신 뒤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A양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양은 피해 사실을 학교 측에 알렸지만 전교생이 20명 안팎인 작은 학교에서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못한 채 수개월이 흘렀고, 그 사이 가족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등 2차 피해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결국 A양의 고소로 경찰 수사와 재판이 진행됐고, 성폭행 가해자인 B군은 강간치상죄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B군은 계속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A양은 “엄마, 가해자는 곧 감옥에서 형을 살고 나온대. 나는 절대 그걸 눈 뜨고 볼 수 없어. 내 삶, 내 인생을 망가뜨린 가해자를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 등의 말을 하며 심적으로 고통스러워했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우울증, 불면증 등을 이겨내지 못한 A양은 결국 2심 선고를 앞둔 지난해 4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입니다.

이후 항소심 재판부는 A양의 사망이 성폭행과 인과 관계가 있다고 보고 B군의 형량을 9년으로 높였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변론 종결 후 판결 선고 전 피해자가 사망한 사정을 양형에 반영하면서 피고인에게 방어 기회를 주지 않고 판결을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며 사건을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로 돌려보냈습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B군에 대한 형량을 9년에서 7년으로 줄이며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이 사건 범행과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고심 끝에 양형기준(5∼8년) 안에서 판단했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같은 결과에 A양의 어머니는 법정에서 "말도 안 된다", "내 딸을 죽인 살인자다"며 "세상 법이 이런 줄 몰랐다. 나쁜 놈이고 벌 받아야 하는데 이건 아니지 않느냐"고 한참을 오열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민고은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이 사안에 대해 “가해자에게 같은 범죄로 두 번의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만큼, 법원이 성범죄에 대해 엄격한 형적용으로 우리 사회와 가해자에게 단호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며 더 나아가 성범죄 관련 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어 “성범죄 피해자는 형사판결이 선고된 순간 가해자가 형 집행을 마치고 다시 사회로 복귀하는 때를 걱정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에 대해 심리적 어려움 뿐만 아니라 추가 피해를 우려한 점 또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성범죄와 사망과의 인과관계와 관련해서는 “법원에서는 성범죄와 사망,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쉽게 인정해주고 있지는 않다”며 법원에서 해당 부분에 대해 지금보다는 조금 더 널리 인과관계를 인정해야 할 필요성도 언급했습니다.

파기환송심에서 형량이 낮아진 점에 대해서는 “관련 법률과 법원의 양형기준표를 근거로 하여 선고된 것이기 때문에 판결 자체에 하자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성범죄에 대한 형이 영미법국가에 비해서는 형이 낮고, 독일에 비해서는 그 형이 높은 편”이라며 “우리나라 양형기준에 대해 성범죄를 포함하여 강력범죄에 대한 전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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