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정폭력 신고·상담 5년간 12.9만건... "살려달라" 청와대 호소까지
경찰, 가해자 대부분 '불구속' 처분... 신변보호 전 애인 살해 사건도

[법률방송뉴스]

▲신새아 앵커= 안녕하십니까, <LAW 포커스> 신새아입니다.

공공장소에서 연인 간 싸우는 장면을 한 번쯤 목격하신 분들 계실 겁니다.

'사랑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 하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선 여전히 일방적인 폭행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 여자친구를 이틀 동안 감금했던 남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는데요.

정부가 스토킹처벌법을 시행한 지 넉 달이 지났지만, 관련 범죄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LAW 포커스, 이번 주는 '데이트폭력' 실태에 대해 석대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입니다.

교제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남자친구에게 수차례 폭행당한 후 지난해 고소장을 제출했다는 청원인.

생일·성탄절·명절 가릴 것 없이 맞았고, 병원도 수차례 갔지만 매번 가해자가 동행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치료비까지 결제한 가해자는 청원인에게 "네가 죽어야 끝이 난다"는 끔찍한 각인을 새겨놓기도 했습니다.

누구도 신고해주는 이웃이 없었고, 가해자는 "초범이라 벌금으로 끝난다"는 경찰의 말을 이용해 청원인을 더 옥죄었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올라온 데이트폭력 관련 국민청원은 470건.

청와대를 향해 '예비살인 행위를 막아 달라'는 호소가 대한민국 곳곳에서 6년째 빗발치고 있습니다.

데이트폭력의 대표적인 유형은 폭행과 감금, 성폭력입니다.

직접적 폭력을 가하는 것 외에 강제 입맞춤이나 세차게 손을 잡는 등의 유형력 행사 역시 폭행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상해가 있을 땐 폭행 치상죄 성립으로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집니다.

집 안에 가두거나 강제로 차에 태우는 행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고, 협박했을 경우엔 3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 처벌도 가능합니다.

원하지 않는 성관계가 이뤄졌다면 강간죄가 성립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성관계와 유사한 행위를 강요받았다면 강제추행죄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벌금에 처해집니다.

강제적으로나 은밀하게 찍은 동영상은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책임져야 합니다.

중범죄임에도 '치정폭력' 사건은 끊이질 않습니다.

경찰이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집계한 데이트폭력 신고·상담 건수는 12만8900건.

하루 평균 71건의 신고·상담이 접수된 꼴입니다.

이 가운데 형사입건은 4만9940건으로, 일 평균 27건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전체의 96.5%는 불구속 처분, 이 때문에 수사와 처벌이 '솜방망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피해자에 대한 경찰의 안전조치도 유용한 지 의문입니다.

최근 한 50대 남성은 경찰로부터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살해한 후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내렸습니다.

지난해 말 경찰 신변보호 중인 여자친구를 스토킹 끝에 살해한 이른바 '김병찬 사건' 이후 석 달 만에 또 유사 사건이 벌어진 겁니다.

현재 한국에선 데이트폭력을 처벌할 단일 법안이 없는 실정.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논의가 있었지만, 모두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습니다.

21대 국회에선 4개의 데이트폭력 방지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고, 여가부의 경우 '여성폭력방지 기본법'에서 누락된 조사를 취합해 5월 중 발표할 예정입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
"개별 법률의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성희롱 실태조사를 하도록 돼 있어요. 거기서 누락된 폭력실태 조사를 실시하도록 또 규정이 돼 있어요, 여성폭력방지 기본법에..."

집착과 광기로 뒤덮여버린 관계의 결말.

사랑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무너뜨리는 것은 물론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칠 수도 있습니다.

데이트폭력에 대한 침묵은 오히려 가해자 편에 서는 것이란 지적입니다.

법률방송 석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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