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사는 건 내 자유'... 도 넘는 대출이 문제
"순간을 즐기자"... 결국 '벌금수배자'로 전락
날아가버린 청년들 꿈... 정부에 구조 신호탄

[법률방송뉴스]

▲신새아 앵커= 안녕하십니까, <LAW 포커스> 신새아입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1년 만에 매매가 상승률보다 높아졌습니다. 이렇다보니 이른바 '영끌' 투자로 빚을 내 주택을 매입하는 2030이 늘고 있는데요.

여력이 없는 대부분의 서민 청년들은 영혼을 끌어 모아도 집을 사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 때문에 20대 사이에선 평생 집을 사지 못할 바엔 비싼 차라도 타자는 소비 사고가 점차 자리 잡고 있다는데,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카푸어'라는 신종어까지 나왔습니다.

이 카푸어 현상이 사회적인 우려를 낳고 있다는데, 어떤 얘기인지 석대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3000만원 중반대 차량을 산 대학생 이제협 씨.

군 복무 때 모은 1400만원을 선납금으로 내고, 48개월 할부로 '준대형 세단' 소유주가 됐습니다.

재입학 전 헬스트레이너로 일했던 이씨의 월 수입은 80만원.

차량 유지비는 달마다 60만원씩 나갔고, 생활고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이제협 / 대학생]
"'나 이정도 뭐 유지할 수 있겠지' 이런 생각이었거든요. 앞으로 제 미래에 대해서 조금 더 투자를 못한다는 거 자체가... 좀 그 생각은 못해본 거 같아요."

유명 유튜버의 방송에도 출연했는데, 쉽게 볼 수 없는 과감함에 칭찬하는 댓글도 많았지만, 쓴소리가 더 와닿았다고 합니다.

[이제협 / 대학생]
"그걸 찍고 나서 동기부여가 많이 됐어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이런 생각 많이 들었죠."

이씨는 현재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대학원 진학도 준비 중입니다.

감당하기는 조금 버거워도 차를 선택하는 건 본인의 자유,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만은 없습니다.

[가진성 / 유튜버 '카진성']
"그때 당시에 저도 좀 그런 마음이 있었으니까 그런 공감도 느끼고, 사람들한테 썩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장·단점은 있지만... 행복해하는 모습 보면 좋은데, 그래도 어느 선을 지키면서 (차를 구매)하는 애들은 괜찮은데 너무 과한 애들은, 제가 캐릭터 콘셉트이지만 진짜로 뭐 XX 한 대 때려야 할 정도로..."

이처럼 문제는 도가 지나쳐 대출의 늪에 빠지면서부터 시작됩니다.

수입도 없이 할부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되는 수입차를 덜컥 샀다가 채무자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더 나아가선 벌금수배자로까지 전락합니다.

카푸어들이 모인 한 대화방, 누가 더 빚이 많은지 대결이 열렸습니다.

7000만원 대출로 고급 외제차를 산 한 카푸어, 세 달치 휴대폰 요금을 납부하지 못해 패스트푸드점 와이파이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전재산 40만원이 안 된다는 카푸어, '감당이 되느냐' 물었더니 로또복권 3등에 당첨돼 월세 반년치는 벌었다고 합니다.

또다른 카푸어는 벌금 30만원을 못 내 의정부지검에서 '검거하러 간다'는 문자 통보를 받기도 했습니다.

일부 카푸어는 대부업체와 거래하고 인증사진을 올리기도 했는데, 온라인상에선 '영정사진'이라고 불립니다.

캐피탈의 고금리 대출을 받는 순간, 인생은 끝났단 뜻입니다.

결국 차는 뺏기고 남은 건 빚뿐이라는 카푸어들, 당장 눈 앞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결과는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릴 정도로 참담했습니다.

실제 2·3금융권은 차량 시세의 110%까지도 대출해줍니다.

차값이 당장 목돈으로 나가지 않기 때문에 이같은 '유예할부'는 평범한 국산차를 살 돈으로 고급 수입차를 몰 수 있다는 달콤한 욕구로 다가옵니다.

정상적인 중고차 업계는 이런 거래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류태주 대표 / 한국자동차]
"비교의식, 남들보다 좀 우월해지고 싶고 나중에 어떻게 되든지 일단은 타고 보자는 갖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내 재원이 얼만큼 되는지, 그 다음 내가 이 차를 사서 유지할 수 있는지를 먼저 점검을 하고..."

사고가 나면 그때부턴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됩니다.

공업사에 맡겨도 수리비를 내지 못하다보니, 보험사가 잔존물을 매각을 해버리는 행태까지 나옵니다.

이를 노린 불법 공업사까지 생겼습니다.

[자동차공업사 대표]
"그것(잔존물)만 전문으로 사가서 수리하는 업체들이 있어요. 그걸 다시 올리면 그것만 또 사는 전문업체들이 있어요, 브로커들이. (딜러들이 있다고요?) 그렇죠, 딜러들도 있고 여러 군데."

외국으로 수출되거나 폐차장으로 가야할 차량이 다시 국내 중고차 시장에 나오다보니, 이런 차를 구매했다간 수리비만 몇 배로 더 나올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불법과 폐망, 사기라는 악순환의 반복이지만 '순간을 즐기자'는 위험한 삶의 태도는 여전히 젊은층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김윤태 교수 /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개인적으로도 생산이나 분배보다는 소비를 통해서 자기 정체성이나 사회적 위치를 확인하거나 표현하려고 하는 욕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개인화 시대니까 그런 소비 성향들이 커질 가능성이 매우 크죠."

일탈적 소비를 선망하는 기괴한 사회.

미래를 포기하고 순간의 허세를 쫓는 '카푸어' 현상이 유행처럼 번지는 '과잉소비' 행위를 달래야 한다는 신호를 켰습니다.

법률방송 석대성입니다.

▲앵커= 보도한 석대성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석 기자, 일부 청년들에겐 명품이든 외제차든 비싼 물건을 쓰는 게 곧 나 자신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기자=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지다보니 희망을 잃은 거죠.

이 박탈감을 해소할 대안이 자동차가 되기도 한 건데, 남들이 부러워하는 시선을 받고 싶단 욕망이 자리 잡은 겁니다.

당장을 즐기자는 사고가 퍼지니, 일단 판단력이 상당히 단순해집니다.

▲앵커= 뒷감당하기 힘들어 하는 경우를 저도 주변에서 좀 봤거든요. 후폭풍을 감당하기 힘들다고요.

▲기자= 돈 못 갚을 상황이 올 땐 회사에 차를 넘기면 채무관계가 종결된다고 착각을 하는데, 실제 상환되지 않는 차액은 신용대출로 전환돼 갚아야 합니다.

그 뒤로는 개인회생이나 파산, 신용회복을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담보대출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앵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피해를 줄 가능성도 있다고요.

▲기자= 채무자가 부담금을 감당하지 못해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그 부담은 결국 금융회사가 떠안게 되겠죠.

이런 카푸어들이 늘면 금융회사 부실률도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결국 정부가 공적 자원을 투입해 세금이 낭비되는 현상도 배제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잘 살고 싶다는 청년층의 바람이 잘못된 욕구로 변질되지 않도록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할 거 같습니다.

▲앵커= 개인의 일시적 만족감이 사회악으로 번지지 않게 조심해야겠습니다. 무엇보다 겉만 치장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게 중요한 거 같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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