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와 드라마 등 대중문화,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 및 사건 등과 관련한 법적 쟁점에 대해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고아라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고아라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여 특정인물과 그 후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이유로 소송에 휘말리고는 하는데요, JTBC 드라마 '설강화' 역시 민주화 운동가들에 대한 폄훼 및 안기부 미화 등 역사왜곡 문제가 지적되면서, 방영중단에 대한 국민청원이 30만명을 웃돌 정도로 비판이 거세어 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불어 청년단체 세계시민선언은 JTBC 스튜디오를 상대로 법원에 위 드라마에 대한 방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는데요, 이에 대하여 법원은 “드라마가 왜곡된 역사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시청자가 이 내용을 맹목적으로 수용할 것이라 보기 어렵다”면서 “세계시민선언이 임의로 국민을 대신해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위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에 관하여 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와 같이 해당 드라마에 대한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제기되었을 때, 우리 법원은 ’과연 합리적인 시청자라면 드라마가 허구적 상상력으로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지‘ 여부 즉, 시청자가 드라마를 보고 해당 내용을 역사적 사실로 오해할 정도인지를 바탕으로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하여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판례에 비추어 이미 법조계에서는 위 드라마의 가처분 신청에 관하여, 민주화운동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바탕이 되고 있으나, 사실상 역사적 사실을 재서술한 것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허구적 인물의 사랑 이야기에 중점을 둔 점, 이에 구체적으로 명예훼손 된 자가 특정되지 않은 점,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에 바탕을 한 드라마이기에 시청자들도 해당 내용을 역사적 사실로 오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 창작물에 한하여 표현의 자유가 어느정도 인정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드라마 설강화에 대한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드라마 설강화는 제작진의 주장처럼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을 중점으로 판타지 로맨스물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드라마 설강화가 주인공의 사랑을 그리기 위해 하나회, 동백림 사건 등 실재 역사를 연상시키는 사건들을 모티브로 하고 있고, 민중가요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이상, 필자가 보기에는 작가가 구축하는 가상의 배경 속에서 철저히 주인공들의 사랑 이야기만을 그린 것으로 해석한 것으로 한정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특히 본 드라마가 단순히 국내 시청자만을 대상으로 방영되는 것이 아니라, 디즈니 플러스 등을 통해 역사적 배경지식이 없는 해외 시청자를 대상으로도 방영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시청자들도 다수 존재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드라마의 제작진이나 작가는 역사적 배경을 드라마의 모티브로 할 때, 이러한 대중매체가 미치는 파급력과 무게감을 느끼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사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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