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특별보고관 "전기통신사업법, 표현·통신의 자유 침해" 헌재에 의견서 제출
정부, 지난해 하반기만 379만 2천여 건 수집 …경찰 255만 건, 검찰 113만 건

 

 

[앵커] 수사기관 등이 개인의 통신 정보나 자료를 요구하는 건수가 우리나라가 인구 수 대비 세계 1위라고 합니다. 급기야 UN에서까지 문제 제기가 나왔습니다.

‘이슈 플러스’, 오늘은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조회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정순영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통신자료 무단 수집 세계 1위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네, 미래창조과학부가 국내 140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 기관이 지난해 하반기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제출받은 통신자료는 총 379만 2천238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379만 건이요. 미성년자나 아이들을 제외하면 성인 10명 중 1명은 통신자료를 조회당했다는 거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기관별로는 경찰이 확인한 통신 조회 자료가 255만 1천214건으로 가장 많았고 검찰이 113만 5천600건, 행정부처 9만 940건, 국정원 1만 4천484건 순이었습니다.

[앵커] 국정원이 생각보다 적네요. 결국 국가안보나 테러, 이런 이유라기보다는 그냥 수사 편의를 위해 국민 통신자료를 들춰봤다는 건데, 그렇게 할 수 있는 근거가 있나요.

[기자] 전기통신사업법 제 83조 3항과 4항인데요.

3항에는 ‘전기통신사업자는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 수집을 위해 이용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가입일, 해지일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 이렇게 돼 있구요.

4항은 ‘통신자료 제공 요청은 요청사유, 해당 이용자와의 연관성, 필요한 자료의 범위를 기재한 서면으로 하여야 하고, 긴급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서면이 아닌 방법으로 요청할 수 있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앵커] ‘긴급한 사유’ 이건 뭐 그야말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네요. 조회해 가는 통신자료들은 뭐 어떤 건가요.

[기자] 네, 주민번호와 전화번호, 가입 일시, ID 등 개인정보가 망라돼 있는데요.

[앵커] ID요. ID는 또 뭔가요.

[기자] 네, 전화뿐 아니라 인터넷 포털 이용 자료 등도 다 조회해 갈 수 있어서 ID 등도 조회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앵커] 무섭네요. 그런데 이렇게 통신자료를 조회해 가면 당사자한테 통보는 해주나요.

[기자] 네, 그게 바로 문제인데요. 조회 전은 물론 조회 후에도 통보를 해주도록 하는 법 조항이나 규정이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회를 당하고도 본인이 조회를 당한지 모르고 그냥 지나가게 됩니다.

이 때문에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개인정보가 무단 수집된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들이 지난 5월 18일 헌법재판소에 ‘통신자료 무단 수집은 헌법 위반이다’ 이러면서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런데 UN에서 문제 제기가 나왔다는 건 무슨 말인가요.

[기자] 네, 데이비드 케이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통신자료를 무단 수집할 수 있도록 한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에 대해 익명 표현의 자유 및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서를 우리 헌법재판소에 어제 제출했습니다.

[앵커] 어떻게 보면 국제적인 망신이네요.

[기자] 네, 케이 특별보고관은 “대한민국은 1990년 비준한 ‘시민의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당사국으로서 규약 제19조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면서 “한국의 전기통신사업법 해당 조항은 국제인권법과의 합치,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침해의 차원에서 중대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네 글자로 줄이면 “폐지하라”입니다.

이번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의 의견서는 국제인권단체인 아티클19, 프라이버시 인터내셔널이 제출한 제3자 의견서에 이은, 국제사회의 세 번째 의견서입니다.

[앵커] 네, 인권위도 지난 2014년 해당 조항을 삭제할 것을 권고했는데, 미래창조과학부가 이 권고를 그냥 무시했죠. 정권도 바뀌었고 이번엔 어떻게 되나 지켜보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이슈 플러스’, 정순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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