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등 대기업, 안전 전담 부서 신설 및 확대 개편
중소기업 "경영자 없으면 경영 활동 중단되는데..."
대형 로펌들, 중대재해법 관련 팀 신설 및 확대개편

고 김용균씨(왼쪽). /법률방송
고 김용균씨(왼쪽).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형로펌이 '기업대표 지키기' 막바지 준비에 나섰습니다.

대기업들은 안전 전담 부서를 신설하거나 확대 개편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춰나가고 있는데 반해, 중소기업들은 비용이나 인력 등 문제로 이렇다 할 준비를 하지 못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늘(27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다음달 27일부터 중대재해법이 시행됩니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재로 사망한 고 김용균씨를 계기로 제정된 중대재해법은 노동자의 산재 사망사고 발생 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구체적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 법인의 경우 5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단,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 1월까지 시행이 유예되고, 5인 미만은 법 적용에서 제외했습니다.

■ 대기업, 중대재해법 시행 전 만반의 준비

올해 초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법은 현장 준비를 고려해 1년의 준비 기간이 주어졌는데, 기업은 앞다퉈 안전 전담 부서를 신설하거나 담당 임원의 직급을 높이는 조직 개편에 나서고 있습니다.

포스코 그룹은 최근 연말 정기 인사와 함께 조직 개편을 실시하면서 ‘보건기획실’이란 이름의 산업보건 관리조직을 출범시켰고, 현대중공업그룹도 올해 인사에서 안전 총괄 담당자들의 직급을 한 단계 높였습니다.

한전KPS의 경우 재난안전실을 재난안전처로 격상하고, 가스안전공사는 ‘광역본부제’를 도입하고 기존 14개 지역본부를 7대 광역권으로 개편해 현장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등 공기업도 법 시행 준비태세에 나섰습니다.

중대재해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건설업계도 안전강화에 서두르고 있습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최근 종전 2개 팀이던 안전환경실을 안전보건실로 확대했고, 롯데건설도 기존 안전보건부문 조직을 하석주 대표이사 직속의 ‘안전보건경영실’로 격상했습니다.

또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한화건설 등은 최근 최고안전책임자(CSO)를 신규 선임하기도 했습니다. 기존 안전 담당 임원들이 승진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경영계에선 여전히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영책임자 등'의 의미와 범위가 모호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상근부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제정 당시부터 법률규정의 모호성으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며 "하위 시행령 및 해설서 규정이 마련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이 관련 내용을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승태 경총 산업안전팀장은 "관계 당국은 CSO를 보조적인 권한만 가진 자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경영책임자인 대표에 준하는 권한을 가진 CSO의 경우 최종 책임자로 판단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관계 당국은 여전히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지적과 관련해 고용부는 최근 입장자료를 내 "기업에서 사업을 대표하고 총괄해 관리하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대표이사지만 개별사안마다 안전·보건 확보의무 불이행에 관한 최종적 의사결정권 행사나 그 결정에 관여한 정도를 구체적인 조사를 통해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대형 로펌들, 중대재해법 관련 팀 신설 및 확대개편

최근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국내 로펌 중 최대 규모의 '중대재해 대응그룹'을 출범시켰습니다. 그룹 산하 EHS (Environment, Health&Safety)팀을 주축으로 노동형사·인사노무·제품안전·건설·컴플라이언스(compliance)·기업지배구조팀에서 변호사 및 실무 전문가 100여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5년 국내 로펌 중 최초로 산업안전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다양한 사건·사고에 대응한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은 최근 해당 TF를 '중대재해 대응본부'로 확대 개편했습니다. 중대재해 대응본부 출범을 기념하며 중대재해법 시행을 둘러싼 의문점 해소를 위해 관련 웨비나를 개최해 성황리에 마치기도 했습니다.

법무법인 세종의 경우 '중대재해 대응센터'를 신설하고 산업안전, 건설, 환경, 제조물, 화학물질, 부동산, 형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대재해의 포괄적인 영역을 아우를 수 있는 30여명의 전문가로 팀을 꾸렸습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에서 30여년간 경력을 쌓은 신인재 전 산업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교육원 원장을 영입한 법무법인 광장은 최근 중대재해 유형별로 사례를 통해 설명한 '궁금한 중대재해처벌법' 책자를 발간했습니다.

법무법인 율촌은 법률소비자들과의 접점 강화를 위해 이달 초 유튜브 채널 '율촌 중대재해센터TV'도 개설했습니다.

법무법인 화우는 빅데이터 활용해 해외 중대재해 사례 수만건을 분석하여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 사전에 차단하는 데 주력할 방침입니다.

■ 중소기업 "경영자 없으면 경영 활동 중단되는데..."

중소기업 업계에선 대표가 없으면 사실상 경영 활동이 중단될 수 있다는 점 등 현실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중대재해법은 형사벌임에도 해석이 모호한 부분이 많다"며 "특히 경영책임자의 정확한 정의가 필요하다. 99%의 대표가 오너인 중소기업은 사고 발생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 유무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어도 경영 활동이 사실상 중단된다"고 우려했습니다.

더불어 중소기업들은 비용과 인력 등 문제도 지적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오늘(27일) 50인 이상 중소제조기업 322개사를 대상으로 지난 7~14일 실시한 중소제조업 중대재해처벌법 준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50인 이상 중소제조업체의 53.7%는 시행일에 맞춰 의무사항 준수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했습니다. 특히 50~99인 기업은 불가능하다는 응답이 60.7%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시행일에 맞춰 의무 준수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복수응답)는 '의무이해 어려움'(40.2%)이 가장 많았고, '전담인력부족'(35.0%)도 그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가장 시급한 정부 지원(복수응답)으로는 '업종별·작업별 매뉴얼 보급'(29.9%), '안전설비 투자비용 지원'(25.3%), '업종·기업 특성 맞춤형 현장컨설팅 강화'(24.5%) 순으로 조사됐습니다.

가장 시급한 입법 보완 필요사항으로는 '고의·중과실 없을 경우 처벌 면책 규정 신설'이 74.5%로 집계됐습니다.

이와 관련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사업주 책임이 매우 강한 법인만큼 현장 중심의 지원을 강화해 법 준수 의지가 있는 기업들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며 "현장에서는 균형 있는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우는 면책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입법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