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양육비 헌법소원' 전원일치 각하... 같은 날 배드파더스 대표는 '유죄'
헌재 '양육비 헌법소원' 전원일치 각하... 같은 날 배드파더스 대표는 '유죄'
  • 김해인 기자
  • 승인 2021.12.2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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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못 받은 피해자 262명, 헌법소원 제기
'양육비 미지급 신상공개' 구본창씨, 2심 유죄
법률방송 그래픽=김현진
법률방송 그래픽=김현진

[법률방송뉴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이른바 ‘배드파더스’가 공분을 사며 이와 관련된 사안들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오늘(23일) ‘양육비 미지급’과 관련된 헌법재판소와 수원고등법원의 판결이 각각 나왔습니다.

■ 헌재, “양육비 지급법 필요” 헌법소원 각하

이혼한 상대방의 양육비 지급을 강제하는 법을 만들지 않은 것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습니다. 양육비 지급에 대한 법이 이미 있어 국가가 법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의무가 없다는 이유에섭니다.

오늘 오후 헌재는 A씨 등 262명이 “국가가 양육비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법을 만들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9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습니다.

헌재는 “가사소송법이 여러 차례 개정돼 양육비를 주지 않는 배우자의 재산을 파악하거나 급여에서 정기적으로 양육비를 빼 직접 지급하도록 명령하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감치명령 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헌법 제36조 제1항은 혼인과 가족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가의 일반적 과제를 규정했을 뿐, 양육비 채무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그 이행을 용이하게 확보하도록 하는 내용의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입법의무를 부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또 “양육비 대지급제 등의 법률을 제정할 헌법의 명시적인 위임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며 “기존의 양육비 이행을 위해 마련된 것 외에 입법 의무가 새롭게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봤습니다.

앞서 지난 2019년 2월 14일 양육비해결모임(양해모)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양육비 제도에 대한 진정입법부작위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이들은 “사실상  없다시피 한 부실한 법으로  양육비 미지급은 당연시되고, 잘 먹고 잘 자라야 하는 아이들의 생존권인 기본권이 침해받고 있다”고 헌법소원 제기 이유를 밝혔습니다.

양해모의 법률대리인 이준영 변호사는 “지금 통과된 입법들은 비양육자가 양육비를 지급함을 강제하는 데에 어느 정도의 도움은 되지만, 결국 양육자와 비양육자가 더 많은 법적 수단을 활용하여 쟁송을 할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 현 양육비 제도에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또 “특히 양육자와 비양육자 간 갈등의 피해는 자녀가 그대로 받게 돼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강민서 양해모 대표는 “양육비 미지급자들 중 대부분은 압류 등이 쉽지 않은 일에 종사하시는데 소송의 진행과 감치 집행을 위한 위장전입이 많다”며 “실거주지도 아닌 곳에 이름과 직장, 미지급의 공개만으로 압박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내 아이를 위해 당연히 지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양육비 미지급 신상공개' 배드파더스, 2심 유죄

같은 날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Bad Fathers)’에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운영자 구본창씨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수원고법 형사1부(윤성식 부장판)는 오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구씨에게 무죄 판결한 원심을 깨고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선고유예는 비교적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선고된 형의 집행을 보류하고, 특정한 사고 없이 유예기간이 지나면 면소(공소권이 사라져 기소를 면함)된 것으로 간주하는 판결입니다.

재판부는 “양육비 지급 문제는 개인 간 채권·채무가 아닌 헌법상 자녀 양육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데 필수적 요건임이 명백하고, 최근 관련 법이 개정되는 등 우리 사회의 공적 관심 사안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사인이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차원을 달리하는 문제”라고 판시했습니다.

“사적인 제재가 제한 없이 허용되면 개인의 사생활이나 인격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 배드파더스에 피해자 이름, 출생년도, 거주지역은 물론 얼굴 사진이나 세부적인 직장명까지 공개돼 있는데 이는 공공의 이익보다는 비방의 목적이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는 게 재판부가 밝힌 양형 이유입니다.

재판부는 또 “양육비이행법은 이 사건 이후 제정된 법이지만 양육비 미지급자를 공개하기 전 소명 기회를 주고 심의를 거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신상 정보를 공개한다”며 “반면 배드파더스는 일정한 기준에 의해 글이 게시됐다고 보기도 어렵다. 글 게시와 삭제 처리 기준이 일정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선고 직후 배드파더스 관계자들은 “아이들의 생존권보다 개인 명예까 중요하다는 판결을 한 것”이라고 호소했습니다.

구씨는 지난 2017년 10월~2018년 10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무책임한 아빠(엄마)들’이라는 제목으로 5명의 사진, 실명, 나이, 주소, 직장, 미지급 양육비 등이 포함된 글을 배드파더스 사이트에 올렸습니다. 이후 사이트 운영에 관여한 혐의,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됐습니다.

지난해 1월 1심 재판부는 “사회 전반적으로 이혼이 늘어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는 주요 관심대상이 될 수 있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유죄로 보기 어렵다”면서 “피해자들은 이혼 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명예훼손의 위험을 자초한 부분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김해인 기자 haein-kim@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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