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 규탄 집회에 소 대동... 경찰 저지에 홀로 떠나
김영환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 "명백한 동물 학대"

[법률방송뉴스] 정부의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일환으로 식당과 카페 등에 가려면 이제 백신을 맞았다는 일종의 ‘확인서’죠. 방역패스를 꼭 제시해야만 합니다.  

이렇게 방역패스 적용이 본격화되자, 백신 미접종자의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고 있다는 강도 높은 반발이 나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서울 도심 한복판에선 코로나19 ‘방역패스’ 반대 집회가 열리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이 시위 현장에서 소 두 마리가 길가에 버려진 채 오도가도 못 하고 나무에 묶여 있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하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김해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덕수궁 돌담길. 

이곳은 '365일 상권'이라고 불릴 정도로 평일과 주말 상관없이 유동인구가 많은 곳입니다. 

그런데 이곳에 난데없이 소 2마리가 나타났습니다. 

가로수에 묶여있는 이 소는 몹시 불안한 듯 주위를 둘러보며 연신 울음을 토해냅니다. 

저는 지금 소들이 묶여있던 장소에 나와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고 있고 주위에선 차량 소음이 시끄럽게 들려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소들의 몸에 둘러진 ‘백신접종 반대‘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통해 정황은 파악됐습니다. 

사건의 근원지는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열린 방역패스 규탄 집회로, 해당 행사에 참여했던 주인이 버리고 간 것이었습니다. 

소유주라고 알려진 60대 남성 A씨는 이들 소와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 돌발 사태를 우려한 경찰에게 저지당하자, 자신만 현장을 떠난 겁니다. 

소들은 11일 오후부터 이튿날 오전까지 18시간가량 묶여 있었다는 게 당시 해당 소들을 돌봤던 김영환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의 설명입니다. 

[김영환 /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
“제가 갔을 때 제보자분이 거기 보면 가로수들이 있잖아요. 가로수 있는데 밑에 보면 이렇게 지푸라기가 깔려져 있었거든요. 그래서 지푸라기도 조금 갖다놓으시고 생수, 물도 갖다놓으시고 그렇게 하고 계신 상태였죠. 그래서 그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정도였습니다. 일단 딱딱한 바닥이니까...”

A씨는 춘천 레고랜드 건립 반대 집회 등 여러 시위에 종종 소들을 데리고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신이 직접 키우는 소를 그냥 내버려 두고 떠난 것도 모자라, 소들을 ‘자동차’로 표현하며 자신이 자동차를 몰고 가는데 왜 막냐며 되려 화를 내고 간 것으로 전해지며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김영환 대표는 A씨의 행위는 “명백한 동물학대”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영환 /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
“가장 큰 문제는 소를 그런 시위 목적으로 이용해서 가는 것을 목적으로 도심에서 이용하고 있는 그 자체가 가장 큰 문제겠죠. 시위에 동물을 데리고 와서 시위의 도구로 이용하는 그 자체가 학대죠. 명백히 학대죠.”

2살과 3살로 알려진 이 소들은 사람 나이로는 약 10살에 불과합니다. 

김 대표는 어린 소들을 대로변에 그대로 방치하고 추위에 떨게 한 것, 온전히 소들의 ‘고통’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김영환 /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
“어떤 존재가 나를 그렇게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나를 이렇게 방치를 하고 있다고 한다면 굉장히 고통스러울 것 같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에 대해서 전혀 무감각한 거잖아요. 동물을 그렇게 대해도 된다는 게.”

현재 소들은 경찰이 소유주인 A씨에게 인계한 상태입니다. 

관련해서 서울 남대문경찰서 측은 법률방송과의 통화에서 A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중 학대, 유기에 해당되는지에 대해 입건 전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고통’ 중에서도 신체적 고통만을 취급하는 국내 동물보호법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3조에선  동물을 사육·관리 또는 보호할 때 지켜야할 준수사항으로, “동물이 ‘고통’이나 상해, 질병으로부터 자유롭도록 할 것”이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여기서 ‘고통’을 정신적 고통을 포함하지 않은, 신체적 고통만을 포함해 처벌규정을 마련한 게 잘못됐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입니다. 

즉, 동물이 불필요한 고통을 느껴선 안 되는 존재라는 것에 기반한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겁니다. 

[김영환 /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
“예를 들어서 다른 나라 동물보호법, 영국이라고 그러면 그냥 ‘suffering’ 이거든요. 그냥 고통이거든요. 고통인데 그걸 신체적 고통, 정신적 고통 나눠서 처리를 안 해요. (그런데)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은 정신적 고통은 처벌을 안 해요. 정리하면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이 그리고 이 사회 시스템 자체가 동물이 고통을 느껴선 안 되는 불필요한 고통을 느껴선 안 되는 존재라는 것에 대한 인식. 그것이 법제화돼있지 않고...”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관련 개정 법안들이 우후죽순 나오지만, 아직까지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현상은 여전하다는 비판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닥 수준”이라는 지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인식 개선을 위한 제도적 문제가 우선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박주연 변호사 /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법무법인 방향] 
“사실 너무 정신적 고통을 받을 것이 명백한 그런 경우잖아요. 그런 경우는 사실 학대의 개념에 포함되기 때문에 이런 것들도 처벌조항으로 포섭이 될 필요는 있죠. 우리나라 법으로 보면 이게 학대는 맞는데 처벌은 안 하는 그런 입법적 공백이 생기는 거잖아요. 그런 처벌법의 명확성. 이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런 법문 이런 게 조금 디테일하게 규정될 필요...”

법률방송 김해인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