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와 음저협 간(間) 갈등의 쉬운 해설

[백세희 변호사의 '컬처 로(Law)'] 예술, 대중문화, 게임, 스포츠, 여행 등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재미있는 법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주

 

백세희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지난 10월 사단법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는 왓챠, 티빙, 웨이브, 카카오페이지 등 이른바 ‘토종 OTT’(Over The Top,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4개 회사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최근에는 음악 창작자 등 3,500명이 이들 OTT를 강력히 처벌해달라고 탄원서까지 냈다고 한다. 무슨 일인가 관심을 두면 왓챠, 티빙, 웨이브는 물론이고 KT와 LG유플러스와 같은 IPTV 회사도 이미 한참 전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는 기사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동종 업계에 직간접적으로 몸담고 있거나, 특별한 관심으로 이들의 행적을 지켜본 이가 아니라면 이런 갈등 위주의 단편적인 보도를 온전히 따라잡기 힘들다. OTT와 음저협은 왜 다투는 걸까? 그리고 문체부는 여기 왜 등장하는 걸까?

이 갈등을 아주 짧게 요약하자면 ‘OTT 플랫폼이 서비스하는 영상콘텐츠에 들어간 음악의 사용료를 음저협에게 얼마만큼 줘야 하는지’라 할 수 있다. 조금 더 구체적인 갈등 양상을 이해하려면 저작권법에 따른 권리와 법리에 대한 이해가 조금 필요하다. 함께 살펴보자.

원칙적으로 저작권자는 이용행위의 단계별로 따로따로 허락할 수 있다. 이 말을 뒤집으면 저작물을 이용하고자 하는 자는 자신이 이용하려는 구체적인 형태를 세부적으로 나누어 이를 각각 허락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지상파 방송용 드라마를 제작하는데 기존에 발표된 노래를 이용하고 싶은 드라마 제작자는 그 노래의 작사가와 작곡가 등에게 먼저 그 노래를 영상 파일에 덧입히는 ‘싱크’작업( Synchronization)에 필요한 ‘복제권’을 허락받아야 한다. 지상파 방송사는 ‘방송권’을 허락받아야 하고, 나아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다시보기 VOD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를 위한 ‘전송권’도 확보해야 한다. 제작사가 드라마 제작 단계에서 이 모든 권리를 모두 확보하고 그 금액을 계약대금에 반영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제작사와 방송사가 계약하기 나름이다. 다수의 작곡가와 작사가가 음저협에 자신의 저작권 관리를 맡기고 있으므로 제작사든 방송사든 음저협에 저작권료를 지급한다. 여기까지가 불과 4, 5년 전까지 전형적인 영상콘텐츠 내 음악저작물의 이용형태였다.

그런데 2016년 넷플릭스라는 거대 글로벌 OTT가 한국 시장에 진입한 이후, 국내자본을 바탕으로 한 토종 OTT가 하나둘 생겨났다. 이제 많은 이들은 국내 드라마 등 영상콘텐츠를 각 방송사 홈페이지의 다시보기 서비스가 아닌, 웨이브나 티빙 등 OTT 플랫폼을 통해 시청한다. 이런 상황에서 음저협은 국내 방송사에 방송권과 다시보기 서비스를 위한 전송권까지는 허락했으나, 방송사가 아닌 OTT 플랫폼과 같은 제3자 플랫폼을 통한 전송까지는 허락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OTT 회사들은 드라마 등 영상물 제작 당시 제작사 또는 방송사가 이미 VOD ‘전송’에 대한 이용허락을 받았으므로 음저협이 똑같은 영상물에 대해 전송서비스 사용료를 또다시 받는 것은 이중징수로서 부당하다고 반박할 수 있다. 

무엇이 맞을까? OTT 전송 서비는 최근에 등장한 것으로서 기존 음악의 이용허락 당시에는 OTT 플랫폼에 대한 지식과 경험, 관행 등이 충분히 확립되어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기존의 허락범위에 새롭게 등장한 OTT 플랫폼 내에서의 이용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 점을 고려해 OTT 사업자들도 이중징수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어느 정도는 사용료를 지급할 용의가 있다는 취지로 협상에 응해온 것으로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사용료 지급 그 자체에는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르렀다. 문제는 과연 얼마의 돈을 내야 하는가이다. 여기서 OTT 회사와 음저협 사이의 좁힐 수 없는 간극이 생긴다. OTT 플랫폼은 자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이미 방송사를 통해 방영되었던 콘텐츠의 제공인 만큼 ‘음악저작물 사용료 징수규정’상 ‘방송물 재전송서비스’ 요율인 0.625%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OTT 내에서의 다시보기 서비스도 ‘방송’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음저협은 OTT 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전송’ 서비스이며, 글로벌 OTT 사업자인 넷플릭스와의 계약 요율인 매출의 2.5%가 이미 국제적 기준이므로 이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시점에서 문체부가 등장한다. 매출의 몇 퍼센트를 사용료로 부과할 수 있는지는 문체부가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작년 12월 요율을 1.5%로 결정했다. 이 요율은 매년 증가해 2026년까지 1.9995%로 올리게 되어 있다.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앞서 도입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OTT 사업자들이 문체부 장관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형식적으로는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들었지만 결국 요율이 너무 높아 부담이 늘어난 것에 대한 불만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후로도 3 당사자 간 협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나 보다. 올 10월에는 음저협이 왓챠, 웨이브, 티빙, 카카오페이지를 고소하기에 이른다. 거기에 음악 창작자들 3,500명이 탄원서를 내 힘을 보태니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방송’이냐 ‘전송’이냐의 문제로 간단히 치환해 설명했지만, 사실 음저협과 OTT 플랫폼의 분쟁은 상당히 많은 법률적인 쟁점을 포함한다. 기존의 음반이 아닌 드라마 제작을 위해 새로 만든 음악의 신탁권까지 모두 음저협에 자동으로 넘어가는 것인지, 이중징수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문체부 승인 과정은 적법한 것인지 등 깊이 파고들어 방대한 논문을 작성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니 논문과 관련 없는 우리 독자들은 일단 역사의 현장을 지켜본다는 느낌으로 구경해보자. OTT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매체의 등장으로 이해관계인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그 의견 차이는 어떤 식으로 정리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지나고 나면 분명 지금 이 순간이 한국의 영상·음악 산업 역사의 한 페이지로 정리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