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살처분, 계란값 상승과 1000억 세금 낭비로"... 무분별 가축동물 죽음 사라질까
"막대한 살처분, 계란값 상승과 1000억 세금 낭비로"... 무분별 가축동물 죽음 사라질까
  • 김해인 기자
  • 승인 2021.12.1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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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토론회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논의
유튜브 '동물권행동 카라' 캡처
유튜브 '동물권행동 카라' 캡처

[법률방송뉴스] 지난 2003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해 거의 매년 발생하고 있는 조류독감(AI). 지난달 8일 충북의 한 메추리 농장에서 올겨울 첫 고병원성 조류독감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발생농장 반경 500m 내 예방적 살처분을 하고 위험도를 관리, 살처분 범위를 주기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관련해서 어제(15일) 오후 2시 동물복지국회포럼이 주최하고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동물권행동 카라 등이 주관한 ‘가축전염병 대응방안 개선을 위한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 국회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이 토론회는 지난 6일 발의된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고, 가축전염병 방역정책 개선방향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개최됐습니다. 해당 개정안은 무분별한 살처분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토론회에 앞서 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갈수록 동물복지와 관련해 많은 이슈들이 생산되고 있다”며 “반려동물 문제뿐만 아니라 농장동물 문제, 야생동물 문제에 이르기까지 실험동물 이슈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가축전염병에 따른 대량 살처분의 문제는 국민들에게 많은 충격을 안겨줬고 가축농가의 불안과 불만을 제기하는 사안이었다”면서 “현행법 규정이 세분화돼있지 않아 갖는 문제도 컸다. 핵심은 감염된 경우와 감염되지 않은 경우 살처분 규정에 대해 미비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현행법은 농장동물을 축산업의 대상으로만 바라본다는 한계점이 지적돼왔습니다. 동물권단체 카라는 해당 토론회와 관련해 “농장동물을 축산업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현행법의 한계에서 벗어나 소중한 생명체로 존중받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자 했다”고 의의를 밝혔습니다.

■ 이근행 소장 “살처분 정책에서 예방 정책으로 전환 필요”

첫 번째로 발제를 맡은 이근행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 소장은 “지난 겨울 AI가 심각하게 발생하고 그에 따라서 강화된 가축방역 지침과 기준으로 아주 막대한 살처분이 이뤄졌다”며 “그로 인해 올해 들어서 몇 차례에 걸쳐서 살처분 문제에 대한 개선논의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장은 “강화한 ‘살처분’으로 감염확산을 방지했다고 방역행정은 평가하고 있으나 실제로 과도한 예방적 살처분으로 축산과 수급 기반을 약화시키고 달걀값 상승과 1000억 세금을 수입에 낭비했다”며 “명백한 정책 실패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여전히 살처분을 유일한 방역수단으로 삼고 관행적 행정에 머물고 있어 예방을 중심으로 한 정책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면서 “‘살처분’에서 ‘예방’정책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급한 계기로서 ‘비감염 살처분’을 신중하고 엄격하게 하도록 하고 백신 (시범)도입, 사육 환경의 개선과 입지 조정 등 단·중기 정책 과제를 제안한다”고 전했습니다.

“인간에게 넘어온 코로나19와 농장 가축에 넘어온 야생조류의 인플루엔자는 인류가 야생 세계를 지나치게 침범했기 때문임을 인정해야 한다”며 “AI 확산은 철새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가축 사육 확산 때문임을 인식해야 대응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게 이 소장의 입장입니다.

이 소장은 “종계 살처분으로 병아리 가격이 AI 발생 이전보다 두 배 이상 올랐고 달걀 소비자가격은 50%이상 폭등했다”면서 “과연 이런 가금 산업 또는 달걀 값의 폭등이 AI때문인지 살처분 때문인지는 명백하게 다른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상황 진단과 의사 결정의 독단성 △방역 정책 방향과 기준·진행의 비합리성 △가축방역 행정 집행의 현장성·민주성 미흡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핵심적으로는 왜 농식품부가 이 문제를 혼자서 책임을 떠안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건 사회전체의 일”이라며 “여전히 공장식 사육이 그대로 이뤄지고 있는 부분에 대해 사회적 의제를 통해 훨씬 많은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국민들과 함께 논의하고 방향을 잡아나가는 게 필요하다”며 발언을 마무리했습니다.

■ 서국화 변호사 “가축방역, 동물을 생명으로 보는 시각 부재”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대표 서국화 변호사는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 제안의 배경과 과제’에 대한 발제를 진행했습니다.

서 변호사는 “가축방역 과정에서 동물복지 혹은 동물을 생명으로 보는 시각에서의 접근이 거의 없다고 느꼈다”며 “다만 가축전염병 예방의 신속한 처리가 중요하나 신속성과 긴급성이 프리패스라고 느껴질 정도의 행정과 사법”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또 “방역이 동물의 생명을 제한하는 조치이기 때문에 (방역 과정에서) 동물의 생명도 고려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서 변호사는 지난 2017년 발병한 참사랑 농장의 사례를 들며 예방적 살처분에 관한 법령 규정 적용의 문제점을 짚었습니다.

지난 2017년 2월 전북 익산시 참사랑동물복지농장으로부터 1km 이상 떨어진 농장에서 AI 확진 사례가 나왔습니다. “참사랑농장도 감염 여부를 확인했는데 음성판정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해 3월 익산시장이 참사랑 농장을 상대로 살처분 명령을 내렸다”는 게 서 변호사의 말입니다.

참사랑농장 측은 살처분 명령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에서 △수차례 이뤄진 조류독감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점 △살처분 명령의 위법성(예방적 살처분을 위한 익산시장의 위험도 평가가 부존재하거나 부실) △살처분의 불필요성(발병시점으로부터 대법원 판결시까지 3년 이상 경과)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원고측은 1~3심 모두 패소했습니다. 서 변호사는 농식품부의 지시만을 따르는 허수아비 행정, 처분권자의 독단적 행정(살처분명령 불복에 대한 보복행정) 등이 문제점이었다며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발제에 이어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김인순 경기도의회 도의원, 박경일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과 사무관 등 7명이 가축전염병예방법 일부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 ‘죽이는 법에서 살리는 법으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 주요 내용은

국회의원연구단체 동물복지국회포럼(대표의원 박홍근 한정애 이헌승 및 책임연구의원 한준호)은 “무분별한 비감염 살처분 제한을 위해 동물보호단체 등과 개정안을 준비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6일 동물복지국회포럼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목적에 가축의 건강 유지 포함 △기존 질병관리등급 평가 요소로 사육환경 전반에 대한 실태 반영 △중앙가축방역심의회와 지방가축방역심의회의 심의사항 구분 △비감염 살처분 유예 요건 추가 및 살처분명령 철회 조항 신설 등입니다.

동물복지국회포럼에 따르면 “매년 가축전염병이 발생할 때마다 수많은 가축이 살처분되고 있는데, 감염되어 죽은 동물보다 비감염 살처분 된 동물이 3배 이상 더 많다”고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무조건적 대량 살처분이 가능한 것은 가축이 전염병에 감염된 경우와 감염될 ‘우려’가 있는 경우의 살처분 및 유예 여부 등의 판단기준을 구분하지 않고 처분권자의 재량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는 현행법 때문”이라는 것이 이들이 밝힌 개정안 제안 이유입니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박홍근 의원은 “이번 개정안에는 현행법의 목적에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가축의 건강 유지’라는 목적을 명시했다”며 “가축전염병예방법은 생명을 죽이는 법이 아니라 살리는 법이 되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김해인 기자 haein-kim@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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