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싶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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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무려 95억원이라는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교통사고로 만삭의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다 무죄를 받은 남편이 보험사들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청구 소송에서 엇갈린 판단을 받았습니다. 

오늘(1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6부(황순현 부장판사)는 남편 이모씨가 미래에셋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30억원대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 "당시 피보험자인 아내 B씨가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 보험 계약이므로 흠결이 있다"는 게 법원 판시입니다. 

즉, 만 18세였던 아내 B씨는 지난 2008년 초 이씨와 결혼해 한국에 입국할 때까지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몰랐고, 이후에도 보험계약 내용을 이해할 수준의 한국어를 하지 못했다는 게 재판부 판단인 겁니다. 

특히 2008년 6월 B씨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던 설계사는 당시 B씨가 한국말을 못해 계약에 대해 설명해주지 못했고, 자신이 B씨의 손을 붙잡고 서명했다고 진술했으며, 또 다른 보험설계사도 역시 남편 이씨가 옆에서 설명을 듣고 싸인을 하라고 하니 B씨가 그대로 따라서 싸인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한국어 능력도 부족하고 언제라도 도박보험의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망인과 같은 사람을 피보험자로 하는 거액의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보험자인 피고로서도 그들의 모국어로 된 약관을 제시하거나 통역을 하는 등 진정한 동의 의사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피보험자의 동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늘 재판 과정에서 미래에셋 측은 "서면계약 동의에 흠결이 있어 보험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다만, 이씨가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아내 명의의 다수 보험을 가입했고, 보험수익자인 이씨의 고의 또는 중대 과실로 인해 생긴 사고이므로 배상이 면책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앞서 이씨는 지난 2014년 8월 23일 새벽 경부고속도로 천안IC 부근에서 갓길에 정차 중이던 화물차를 들이받아 동승자인 외국인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남겨졌습니다. 당시 아내는 임신 7개월차로, 사망보험금이 95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건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1심에선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범행 전 보험에 다수 가입한 점 등을 들어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씨가 특별한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은 상황이어서 범행 동기가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나야 한다"며 살인과 사기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고, 지난 3월 최종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무죄 선고 직후 이씨는 3개 보험사를 상대로 약 95억원의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을 냈고, 지난 3월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법원은 "이씨에게 2억208만원, 자녀에게 6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관련해서 올해 초 대법원 선고 직후 법률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윤수경 법무법인 게이트 변호사는 "3년여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의 판단은 무죄와 유죄, 극과 극으로 오갔다"며 "살인을 전제로 적용된 보험금 청구 사기 혐의가 무죄로 확정되면서, 보험사와 진행 중인 민사 소송의 향방에 관심이 쏠렸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사소송에서는 보험 가입 시기와 가입 당시 이씨의 경제 여건, 졸음운전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중대한 과실인지, 이씨가 보험금을 부정 취득할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 등이 쟁점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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