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에 소비 보복심리 작용... 새벽까지 활기
일각 "블랙머니만 증가" 우려... 배달계도 '사향화 우려' 하루가 불안
정부는 눈치보기, 국회는 현금살포... 중증환자 증가 속 긴장감 여전

/연합뉴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반갑다, 위드 코로나"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통제를 완화하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모처럼 분주해졌습니다. 유통업계 역시 보복소비 열풍으로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지인들과 늦게까지 잔을 기울이는 국민도 늘고, 역대급 매출 흥행세를 보이자 재계는 올 연말부터 코로나19 이전의 내수 경제 활성 분위기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단계적 일상회복 방침에 걱정이 앞서는 직종도 있습니다.

움츠렸던 외식 수요가 폭발하자 배달 애플리케이션 이용자는 대거 줄었고,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쳐 연말 대목을 앞둔 배달 업계는 판촉 활동 촉진에 출혈 경쟁을 해야 할 실정을 맞았습니다.

의료계도 한숨부터 나옵니다. 무엇보다 위드 코로나 단행으로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병상이 부족해질 양상이기 때문입니다.

병상을 비워도 문제입니다. 환자를 볼 의사와 간호사가 없어 위드 코로나의 뒷감당은 의료진 몫이 됐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재택치료 확대에도 의구심을 표하고 있습니다. 본인도 모르게 증상이 악화될 수 있는 고연령층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그만큼 응급 이송체계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요소수 품귀 파장까지 산업계 전반으로 퍼진 마당에 방대한 업무 부담까지 있어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대한민국, 위드 코로나를 맞을 준비가 된 걸까요.

위드 코로나 시행 열흘째를 맞은 가운데 <법률방송>이 사회 전반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더는 막을 수 없다"... 소상공인·소비자 모두 못 먹어도 'GO'

지난 9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소상공인 6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위드 코로나 인식도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0.8%가 긍정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전체 응답자의 58.7%는 '확진자 급증은 다소 우려되지만, 생업 유지를 위해 위드 코로나 시행은 불가피하다'는 점을 피력했는데요. 특히 22.1%는 '크게 우려되지 않으며 위드 코로나는 중단 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위드 코로나로 확진자 급증이 현실화할 경우 필요한 조치를 묻자 28.2%는 '현 위드 코로나 방침을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업계가 절박하다는 걸 방증하는 겁니다. 덩달아 뷔페업계 등도 활기를 띨 양상입니다.

위드 코로나 효과가 가장 먼저 나타난 곳은 주점과 식당 등 요식업계인데요. 일반 식당 영업이 24시간 허용되고, 주점 등 술집 영업시간도 자정까지 연장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소비자들, 일단은 하얗게 불태워보자는 분위기입니다.

이데일리가 신한카드 빅데이터센터에 의뢰해 위드 코로나가 시행된 첫 사흘, 지난 1일부터 3일까지의 결제 건수 추이를 분석했는데, 야간 영업에 제한을 받아온 업종에 대한 결제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룸살롱·단란주점이 204.34%, 일반 유흥주점 182.27%, 노래방 80.73% 등입니다. 영업시간이 연장되면서 평균 결제액 수도 늘었습니다. 위드 코로나 동안 주점의 건당 결제액은 평균 6만4000원인데 전주 대비 17.1%, 전월 대비 23% 증가한 수치입니다. 영업시간이 늘고 모임 인원이 늘어난 덕분입니다.

서울 중랑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A씨는 정부에 대해 "어짜피 막지 못할 걸 2년 동안 왜 자영업자를 억압했느냐"고 분통을 터뜨리면서도 "오랜만에 새벽까지 영업하려니 피곤하지만, 행복하다"고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다들 외식하는데 어쩌나" 한숨... 뿔난 의료계는 '파업' 예고

모바일 빅데이터 조사업체 모바일인덱스가 위드 코로나로 체제를 전환한 지난 1일 배달의 민족 하루 사용자 수(DAU)를 조사했는데, 안드로이드 기준 309만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7월 이후 최저치, 일주일 전 342만명이었던 걸 감안하면 10% 줄었습니다.

요기요의 경우에도 지난 1일 DAU가 일주일 만에 13만명 줄어든 76만명에 그친 것으로 전해집니다. 배달 수요 감소는 외식 증가와 연결되는데,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억눌린 외식 수요가 터져나왔기 때문입니다.

서울 서부에서 배달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30대 최모 씨는 "하루 아침에 사향 산업이 된 것 같다"며 "거래처 관리 체계도 바꿔야 할 것 같고, 계속해서 운영에 악영향을 미치면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의 지방자치단체와 의료계도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정부가 수도권 상급종합병원에 병상 402개를 확보하라고 지시했는데, 경기 지역의 경우 아직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70% 미만이지만, 이 병상에서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간호 인력이 없어 환자 수용이 불가능한 실정인데, 정부가 지난 9월 약속한 '코로나19 중증도별 간호사 배치 기준'은 도움이 전혀 안 되는 유명무실 방안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당시 환자 1명당 간호사 수를 중환자 1.8명, 준중증환자 0.9명 등으로 정했는데,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게 의료계 중론입니다.

이에 뿔이 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공공병원 확대와 의료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면서 내일(11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갑니다. 대구가톨릭병원 등 8개 대형병원 노조도 함께 합니다.

하지만 류근혁 보건복지부 2차관은 전날(9일) 간담회에서 위중증 증가세에 대해 "현재로서는 우리가 갖고 있는 의료 대응 수준으로 감당 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며 총파업을 두고 "현재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대승적으로 파업을 철회해주시면 좋겠다는 간절한 소망이 있다"고 애둘렀습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이미 '자체적' 위드 코로나... 찬물 끼얹는 국민의 눈엣가시들

위드 코로나로 웃음꽃이 만개한 분야가 있는 한편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는 이들도 있습니다.

정부가 신규 확진자 규모보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중심으로 방역 체계를 관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해당 지표 악화로 불안한 위드 코로나의 시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10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425명, 특히 위중증 환자 수는 하루 새 35명이 늘어 누적 460명에 이르렀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가장 많은 위중증 환자 수입니다.

위드 코로나 시작 10일 만에 확산세와 함께 위중증 환자 증가세도 두드러지고 있는 겁니다.

사실 정부가 체제를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기 전부터 일각에선 이미 자체적인 위드 코로나를 시행 중이었습니다.

최근 핼러윈 축제가 열린 서울 이태원 등지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몰렸는데, 분장이 지워질까 마스크를 쓰지 않고 술에 취해 거리를 나뒹구는 모습이 인상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위드 코로나 기대에 가득찬 여론에 찬물을 끼얹었단 질타가 쏟아진 바 있습니다.

이들뿐 아니라 민주노총 등 일부 단체는 대규모 시위로 공분을 사기도 했는데, 정부의 통제가 사실상 먹히지 않았다는 평가입니다.

경찰청은 지난 7월 3일부터 이달 7일까지 18주 동안 경찰관 4만7456명을 투입해 지자체와 합동으로 전국 11만8414개소 유흥시설을 점검했습니다. 이 가운데 방역지침 위반 등 불법 행위로 적발된 건수가 1262건, 단속된 인원은 9989명에 달합니다.

지난 1일부터 7일까지도 감염병 예방법과 식품위생법 등을 위반한 건수가 33건, 295명으로 산출됐습니다.

올 9월까지 공공장소 마스크 미착용으로 서울시가 단행한 시민 계도 건수가 14만2000건, 하지만 과태료는 198건에 그칩니다. 솜방망이 처벌이 후폭풍을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백신 미접종자, 확진 시 치료비 자부담"... 해외는 어떤가

한국보다 먼저 코로나19와 일상을 공존하는 정책을 편 외국은 어떨까.

영국·프랑스·독일·덴마크 등 유럽 일부 국가와 싱가포르·이스라엘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높은 백신 접종률을 앞세우며 코로나와의 동행을 선포했는데요.

지난 7월 가장 먼저 위드 코로나를 영국의 경우 마스크 착용을 권장할 뿐 강제하진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일일 기준 인구 대비 68%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쳤지만, 지금도 하루 4만~5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방역 수준은 국가마다 다르지만, 싱가포르는 한국이 참고할 만한 사례로 꼽힙니다.

내년부터는 백신 접종을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19에 걸리면 스스로 치료비를 부담시키기로 한 건데요. 이같은 조치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 다수가 백신 미접종자로, 현지 의료 자원의 불균형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선 코로나19 검사 수요가 증가하는 것에 대비해 검사 유료화를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다만 연일 2000명대 확진자가 발생하는 분위기에 검사 비용을 지불하게 할 경우 드러난 검사 건수와 확진자 수만 줄어들 뿐 오히려 숨은 확진자를 늘리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일본은 최근 코로나19 검사를 약 2만엔, 한화 20만원으로 전환했는데요. 표면적으로 검사 건수와 확진자 집계는 크게 줄었지만, 내면은 장담할 수 없게 됐습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왼쪽) 일본 총리가 2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왼쪽) 일본 총리가 2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마조마한 심정"... 회의는 줄이고 불안감은 커진 정부

위드 코로나 체제 전환 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 4회에서 3회로 중인 정부, 회의 주재 횟수를 주 2회에서 1회로 줄인 김부겸 국무총리,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에 맞춰 횟수를 축소한 것으로 읽힙니다.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한 모양새입니다.

김 총리는 오늘 회의에서 "중환자 및 사망자 수, 감염재생산지수 등 여러 방역지표들이 예상보다 더 빠르게 악화되고 있어 조마조마한 심정"이라며 "아직까지 의료대응 여력이 남아 있지만 연말을 맞아 모임이 더 활발해지고 계절적 요인까지 더해진다면 지난해 말과 같은 위기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표명했습니다.

김 총리는 "비록 완전하진 않지만 많은 국민께서 다시 찾은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계시리라 생각한다"면서도 "모임과 활동이 급속히 늘면서 면역이 약해진 고령층과 아직 백신접종이 더딘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렵게 시작한 단계적 일상회복이기에 모두가 힘을 합쳐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마스크 쓰기, 주기적 환기, 적극적 진단검사를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강조드린다"고 호소했습니다.

정부도 위드 코로나에 대해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데, 20대 대통령 선거 준비에 한창인 정치권은 일단 현금부터 풀자고 합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의 일상 회복과 개인 방역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민 '위드 코로나' 방역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고자 한다"며 이를 내년 예산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50조원을 투입해 자영업자 피해를 보상하겠다"고 내세웠습니다.

자영업자를 확실히 지원해 정상화하겠다는 것인데, 그야말로 '쩐의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위드 코로나를 맞은 대한민국의 자세

국회는 준비가 됐을까.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현재까지 나온 코로나19 관련 법안은 총 1203건.

이 가운데 344건은 처리됐고, 아직 4분의 3은 계류 중에 있습니다. 위드 코로나에 맞춘 법안이 계속 나올 전망이지만, 내용보다 발의에 몰두할 경우 무용지물 법안만 쌓일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또 일각에선 일상적 단계회복이 유흥업계와 음성적으로 유통되고 움직이는 검은 돈의 규모만 늘릴 것이란 고언도 나오는데요.

대내외 여러 실정을 감안하면 대한민국은 지금 위드 코로나를 맞을 준비가 됐을까.

아직은 누구도 확실히 답하지 못할 위드 코로나,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한꺼번에 분출되는 소비 리바운드 현상이 일상회복의 기대에 더욱 불을 지피는데요.

확실한 건 방역 수칙을 지키는 한도 안에서 활동을 보장하고, 수칙이 잘 지켜지도록 정부와 시민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률방송 석대성입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