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法)이다] 'MZ 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청년층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 친숙하고 변화에 유연하며 새롭고 이색적인 것을 추구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제법(法)이다'는 이런 MZ세대 청년변호사들의 시각으로 바라 본 법과 세상, 인생 이야기입니다. /편집자 주

 

박대영 한국법조인협회 공익인권센터장
박대영 한국법조인협회 공익인권센터장

춘추전국시대 위(衞)나라에 미자하라는 잘 생긴 동자가 있었다. 어찌나 아리따웠던지 위나라의 왕 영공은 미자하를 늘 옆에 두고 지극히 총애했다. 그러다보니 미자하에 대한 주위 사람들의 시샘도 만만치 않았다.

어느 날 미자하는 어머니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고 영공의 수레를 타고 어머니를 보러 달려갔다. 그 시절 왕이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인가. 왕의 수레를 함부로 탄다는 것은 무거운 벌을 받을 잘못이었다. 그러나 미자하를 아끼던 영공은 ‘벌을 받을지도 모르는데 얼마나 효심이 깊으면 내 수레를 타고 어머니를 보러 갔겠느냐. 그 효성이 갸륵하다.’ 라면서 오히려 미자하를 칭찬했다.

얼마 후, 미자하는 과수원에서 복숭아를 따 먹다가 너무 맛이 좋자 자신이 먹던 복숭아를 영공에게 내밀며 ‘이 복숭아가 너무 맛있으니 드셔보세요.’ 라고 이야기했다. 미자하를 시샘하던 사람들은 ‘어찌 먹던 복숭아를 왕에게 드릴 수 있습니까.’ 라며 미자하를 불경죄로 처벌해달라 하였으나, 이 때도 영공은 ‘맛있는 복숭아를 아껴 나에게 나눠주다니, 나에 대한 사랑의 표현 아니겠느냐.’ 라면서 이번에도 미자하를 보호해줬다. 

그러나 아름다움은 영원할 수 없는 법, 미자하가 나이들고 예전같은 아름다움을 잃자 영공의 마음도 변했던 모양이다. 어느 날 미자하가 조그마한 잘못을 저지르자 영공은 ‘저 놈은 예전에 불경하게도 자기가 먹던 복숭아를 내게 주고, 내 수레를 몰래 타고 간 놈이다.’ 라면서 무거운 벌을 내렸다고 한다. 이것이 그 유명한 ‘여도지죄’ 고사이다. 

변호사의 삶에 안 좋은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겠으나, 제일 안 좋은 점은 늘 사람들의 사랑이 끝나는 모습만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랑이 끝날 때 변호사를 찾아온다. 부부간의 사랑이 끝날때 이혼 소송을 하러 오고, 연인간의 사랑이 끝날때는 빌려준 돈을 갚으라며 대여금 반환 청구소송을 하러 찾아온다. 형제 자매간의 사랑이 끝날때에는 상속재산 관련 소송을 위해 변호사를 찾는다. 

예전에 사랑할 때는 웃고 넘겼던 일들, 예전에 사랑할 때는 상대방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빌려줬던 돈들, 예전에 사랑할 때는 힘든 동생이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부모님의 재산들... 사랑이 끝난 후에는 이런 것들이 다 상대방의 큰 잘못으로 자신들의 마음과 머릿속에 자리잡는다. 싸움의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를 비난하면서, 더욱더 상대방에 대한 증오는 커져가고, 결국에는 그렇게 사랑했던 사람들이 평생 다시는 보지 않을 원수처럼 헤어지고는 한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우리네 변호사들은 그들의 슬픈 이별 이야기를 듣고, 보고, 기록한다. 

일과중 우리네 세상의 수많은 여도지죄 이야기를 의뢰인과 상대방으로부터 듣고 오늘도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변치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는 헛된 꿈을 꾸며 퇴근을 한다. 하긴, 서로 사랑하는 마음만 가득한 세상에선 변호사가 있을 자리는 없겠지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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