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체납자 가상자산 강제징수 가능… 채무 관련 강제집행은 아직 이뤄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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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빚 안 갚는 비트코인 부자, 가상자산 압류가 가능할까요. 일단 대법원은 가상화폐를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으로 보고 이를 몰수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다만 범죄자의 가상자산에 대한 몰수와 체납자의 가상자산에 대한 강제징수는 진행됐지만, 채무자 가상자산에 대한 강제집행은 아직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채무자가 가상자산을 강제집행 회피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대안 마련을 위한 실질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먼저 가상자산이란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를 말합니다. 이전에는 가상화폐 또는 암호화폐로 지칭됐지만, 지난 3월 25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특정금융정보법)'에서 가상 자산을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라고 포괄적으로 정의하면서 가상자산은 기존 가상화폐나 암호화폐로 지칭된 개념을 포섭하고 있습니다.

가상자산은 소수의 사람만 관심을 갖는 영역으로 있다가 2017년 이른바 코인 열풍이 시작되면서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됐습니다. 급기야 2021년에 접어들면서 한국 가상자산 거래규모는 22.7조원, 투자자는 587만명에 이르게 됐습니다. 가상자산거래소의 일일 거래대금 총액이 주식시장의 거래대금을 초과하는 등 가상자산이 실질적인 재산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범죄자 가상자산의 몰수가 인정된 최초의 사례는 지난 2018년입니다. 앞서 경찰은 2017년 4월 17~18일에 걸쳐 불법 음란물 사이트를 개설·운영하며 122만명 상당의 회원을 모집하고, 영리 목적으로 다수의 음란물을 공연히 전시·상영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람이 불법 음란물 다운로드 대가로 지급받은 비트코인을 압수했습니다.

형법상 범죄행위로 인해 생겼거나 취득한 물건 또는 그 대가로 취득한 물건은 몰수할 수 있습니다. 검찰은 압수한 비트코인의 몰수를 법원에 구형했습니다.

판결의 쟁점은 비트코인이 몰수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였는데, 1심은 비트코인 몰수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항소심은 몰수를 인정하는 등 판결이 엇갈렸습니다.

이후 2018년 5월 30일 대법원은 가상화폐를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으로 보고, 이를 몰수할 수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대법원은 △비트코인은 경제적인 가치를 디지털로 표상해 전자적으로 이전, 저장 및 거래가 가능하도록 한 이른바 '가상화폐'의 일종이고, △피고인은 음란물유포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사진과 영상을 이용하는 이용자 및 음란사이트에 광고를 원하는 광고주들로부터 비트코인을 대가로 지급받아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취급하였다는 점을 근거로 비트코인이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이라 판시했습니다.

이후 비트코인은 몰수된 상태로 보관됐는데, 관할청인 수원지방검찰청은 지난 3월 25일 개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특정금융정보법)' 시행에 맞춰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몰수한 비트코인을 전량 매각했습니다.

비트코인의 매각은 형사소송법 477조 4항15와 국세징수법 65조 1항16에 근거해 다수에 대한 수의계약의 형태로 진행됐으며, 매각대금 122억 9천400여만원은 국고에 귀속됐습니다.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에선 체납자 가상자산에 대한 강제징수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세청은 지난 3월 고액체납자의 가상자산 보유현황을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수집·분석해 고액체납자 2천416명이 가진 366억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압류했고, 서울시도 지난 4월 지자체 최초로 가상자산으로 재산을 은닉한 고액체납자 676명이 가진 251억원가량의 가상자산을 압류했습니다.

다만 여기서 압류한 가상자산은 가상자산 자체가 아니라 거래소가 보관하고 있는 가상자산에 대해 체납자가 가지고 있는 반환청구권을 뜻하는 것으로, 실제 현금징수는 체납자가 자발적으로 현금을 납부하거나, 체납자나 거래소로부터 동의를 받고 거래소에 보관한 가상자산을 매각하는 방법으로 이뤄졌습니다.

한편 체납자 가상자산의 강제징수를 위한 국세징수법 개정안이 제안돼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일부 가상자산이 동산이나 그 밖의 재산권이 아니라는 입장에선 민사집행법에 강제집행의 근거조항이 없기 때문에 가상자산에 대한 강제집행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민사집행법 189조 2항75)는 집행의 편의를 위해 유체동산 외에 배서가 금지되지 아니한 유가증권 등을 유체동산으로 의제해 압류 등의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상자산도 유가증권과 마찬가지로 강제집행이 가능하도록 민사집행법 189조 2항77)에 4호를 신설해 유체동산으로 간주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법률에서 가상자산을 유체동산으로 의제하도록 함으로써 '가상자산' 그 자체에 대한 집행은 유체동산 강제집행절차에 의하도록 하는 게 가장 간명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유체동산 집행의 경우 그 집행장소의 특정이 필요한데, 가상자산 자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블록체인 네트워크상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원칙적으로는 특정 장소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지만, 집행관이 특정한 압류 현장(장소)에 임해 압류절차를 집행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집행의 장소로 '채무자의 주소지'를 특정하면 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류호연 국회입법조사처 정치행정조사실 입법조사관은 '가상자산 강제집행 논의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체납자가 가상자산을 탈세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과 같이, 채무자가 가상자산을 강제집행 회피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현재 강제집행에 관한 논의는 시작단계로 평가할 수 있는데, 채무자 권리보호를 위해 가상자산 강제집행을 위한 실무적 논의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덧붙여 "향후 학계와 국가기관이 머리를 맞대 가상자산 강제집행을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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