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부부 동의하에 인공수정 출산했다면 혈연관계 없어도 민법상 친자 인정"

▲유재광 앵커= 일상생활에서 부딪칠 수 있는 법률문제를 법제처 생활법령정보와 함께 알아보는 알쏭달쏭 ‘솔로몬의 판결’, 오늘(30일)은 친생자관계 부존재 얘기해 보겠습니다. 신새아 기자 나와있습니다. 사건 내용부터 볼까요. 

▲기자= 30대 부부 얘기입니다. 남편 이무정씨의 무정자증으로 아이를 낳을 수 없자, 아내 김미애씨는 부부간에 서로 동의해서 제3자의 정자를 받아 인공수정을 통해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그 후 부부간 갈등으로 이혼 소송이 진행되었고, 남편 이씨는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아이에 대해 친생자관계가 없음을 확인하기 위한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는데요. 여기서 친생자관계를 부인할 수 있냐가 쟁점이 됐던 사건입니다. 

▲앵커= 양육비 문제도 걸려 있을 것 같은데, 양측 입장은요. 

▲기자= “아이는 내 정자로 태어난 아이도 아니고 제3자의 정자로 태어났다. 이혼하는 마당에 이참에 친생자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을 통해 내 아이가 아닌 것으로 확인받겠다”는 게 남편 입장입니다. 

반면 아내는 “인공수정으로 태어난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더라도 남편도 제3자의 정자로 인공수정을 해서 자녀를 임신하는데 동의했으니까 친생자관계를 부인할 수 없다”고 반박했는데요. 

한 마디로 남편은 '이혼하면 애는 나와 상관없다, 내 책임 아니다'라는 것이고, 아내는 애초 동의하에 제3자 정자로 인공수정을 해서 낳은 아이니까 아이에 대해 공동책임을 져야한다는 입장인 겁니다. 

▲앵커= 관련 법이 어떻게 돼 있죠. 

▲기자= 민법은 제844조 제1항에서 혼인 중에 아내가 임신한 자녀를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는 ‘친생추정’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민법은 또 제855조제1항을 통해 혼인 외 출생자의 경우에는 생부가 인지하거나, 제863조에서 자녀가 아버지를 상대로 인지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친생자관계의 존재를 확정하는 방법을 정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아버지와 자녀 사이에 혈연관계가 존재하는지가 증명의 대상이 되는 주요사실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 경우는 아버지와 아이 사이 혈연관계는 없는 거 아닌가요. 

▲기자= 이와 유사한 사례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이 아닌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도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여 인공수정으로 출생한 자녀가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인데요. (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0000 판결).

"친생자와 관련된 민법상 친생추정 규정의 문언과 체계, 민법이 혼인 중 출생한 자녀의 법적 지위에 관하여 친생추정 규정을 두고 있는 기본적인 입법 취지와 연혁,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혼인과 가족제도 등에 비추어 보면 남편의 자녀로 봐야한다"는 게 대법원 판결 취지입니다. 

▲앵커= 혈연관계는 없지만 민법상 자녀로는 인정된다는 취지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대법원 판결문에서는 ‘자연적 성적 교섭’이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남편이 인공수정 임신과 출산에 동의한 경우, 그 과정에서 출생한 자녀는 부부 사이의 자연적인 성적 교섭으로 임신·출산한 자녀와 마찬가지로 부부 사이에 혼인 중 출생한 자녀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시입니다. 

또 “아내가 제3자의 정자를 통한 인공수정 방법으로 자녀를 임신하는 데에 남편이 동의하는 경우 혈연관계가 없더라도 자녀에 대해서 공동으로 책임진다고 예상하였을 것이고 그 동의에 따라 출생한 자녀와 친자관계를 형성하게 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 법원 판례 경향인데요. 

따라서 자녀가 제3자의 정자로 인공수정으로 태어나서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더라도 남편이 다른 사람의 정자로 인공수정을 하여 아이를 낳기로 동의했다면, 임신·출산한 자녀와 마찬가지로 부부 사이에 혼인 중 출생한 자녀로 봐야한다는 것이 법제처 설명입니다. 

▲앵커= 낳은 정도 있지만 기른 정도 있는 건데 본인이 인공수정에 동의해 놓고 친생자관계 부존재 소송을 내는 게 좀 그래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