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재산 은닉 등 사해행위 경우엔 피상속인의 권리·의무 승계"

▲신새아 앵커= '법률구조공단 사용설명서', 오늘(29일)은 상속채무자들의 상속포기 및 상속한정승인 얘기해보겠습니다. 박아름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박 기자, 어떤 상황인가요.

▲박아름 기자= 네, 지난 2019년 7월 한 가정의 가장이었던 이모씨가 사망을 했는데, 생전에 빚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에 남편 이씨의 사망 후 배우자 강모씨는 3개월이 지나지 않아 상속포기 및 상속한정승인 신청서를 접수했는데요. 그런데 이후 이씨에게 돈을 빌려줬던 채권자 박모씨가 이씨의 부인 강모씨와 두 자녀들에게 “아버지 빚을 갚으라”며 변제를 요구한 겁니다. 

이 채권자 박씨는 부인 강씨에겐 900여만원을, 자녀들에겐 각각 600여만원을 갚으라는 내용의 상속채무금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신새아 앵커= 사망한 이씨의 가족들이 상속포기와 한정승인을 했는데, 뭐가 문제가 된 거죠. 

▲박아름 기자= 네. 통상적으로 사망한 사람, 즉 피상속인에게 남겨진 재산보다 채무가 많은 경우 상속포기 또는 한정승인을 해야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상속해야할 채무가 상속재산보다 많아서 상속인이 빚을 떠안지 않으려면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하면 되는데요. 

일단 이씨의 가족들은 이씨의 사망 후 3개월 내인 2019년 10월에 상속포기 및 상속한정승인 신청서를 접수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문제는 박씨가 제기한 소장이 2019년 11월 1일 강씨에게 송달됐으나 대응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에 이씨의 가족들이 신청한 상속포기 및 상속한정승인은 지난해 2월 확정됐지만, 이보다 앞선 한 달 전인 지난해 1월 “전액을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해 채권자 박씨에게 돈을 갚으라”는 법원의 판결이 있었던 겁니다. 

▲신새아 앵커= 그래서 이씨의 가족들은 어떻게 했나요. 

▲박아름 기자= 배우자 강씨는 2020년 2월 26일 확정된 상속포기 및 상속한정승인 인용 결정을 근거로 채권자 박씨가 제기한 상속채무금 판결에 대해 “이의가 있다”는 취지로 청구이의 소송을 2020년 5월 8일 제기했고요. 법원으로부터 소송구조 결정을 받아 법률구조공단에 구조를 요청했습니다.

▲신새아 앵커= 양측은 서로 어떤 주장을 했나요. 

▲박아름 기자= 강씨 측은 일단 “돈을 아예 못 갚는다” 이렇게 나온 건 아니고, 두 자녀의 상속분에 대해선 재산과 채무를 모두 포기하는 ‘상속포기’를 했지만, 자신의 상속분에 대해선 ‘한정승인’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즉 고인이 남긴 재산의 범위 내에서만 채무를 변제하겠다는 거였는데요. 

하지만 박씨 측은 “부인 강씨가 상속재산을 은닉, 누락했다”고 맞섰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강씨가 상속재산 중 차량 매매대금 등 일부 재산을 고의로 은닉 누락했고, 이는 채무를 고의로 피하려는 행위이므로 상속한정승인 효력이 없고 법정단순승인으로 상속채무 전부를 이행해야 한다”는 게 박씨 측 주장입니다. 

▲신새아 앵커= 박씨가 언급한 ‘법정단순승인‘이라는 게 뭐죠. 

▲박아름 기자= 네, 박씨가 주장한 ‘법정단순승인’은 민법 제1026조에 규정돼 있습니다. 해당 조항 제3호는 “상속인이 한정승인 또는 포기를 한 후에 상속재산을 은닉하거나 부정소비하거나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때에 상속인이 제한 없이 피상속인의 권리·의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고의로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아니한 때’와 관련해 “상속인이 한정승인을 함에 있어 상속재산을 은닉해 상속채권자를 사해할 의사로써 상속재산을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입니다. (대법원 2003. 11. 14. 선고 2003다30968 판결)

아울러 상속인에게 상속재산을 ‘고의로’ 은닉하거나 누락했다는 것의 입증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측, 즉 박씨에게 있습니다. (대법원 2005. 5. 26. 선고 2004다51740 판결) 

▲신새아 앵커=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나요.

▲박아름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법원은 강씨와 두 자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부인 강씨가 한정승인 신고를 하면서 재산목록에 일부 재산을 누락한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론 원고에게 상속재산을 은닉해 피고를 사해할 의사로써 누락 재산을 재산목록에 기입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입니다. 

이에 법원은 강씨와 두 자녀에 대한 강제집행 청구를 전부 불허하는 한편, 한정승인한 강씨에 대한 강제집행은 상속받은 재산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고 판시했습니다. 

▲신새아 앵커= 이번 사건처럼 상속포기, 한정승인을 한 경우라도 상속채권자들이 소송을 해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는데, 애초 관련 소장을 받은 즉시 발 빠른 대처를 하는 게 제일 안전해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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