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청소노동자의 죽음 ①] 반복되는 죽음... 서울대 여학생기숙사 가보니
[어느 청소노동자의 죽음 ①] 반복되는 죽음... 서울대 여학생기숙사 가보니
  • 장한지 기자
  • 승인 2021.07.2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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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4층 건물 청소 전담... 100리터 쓰레기봉투와 사투"

[법률방송뉴스] 지난달 26일 격무에 시달리던 서울대 50대 여성 청소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는데요. 서울대 측은 현재 자체조사를 벌이고 있고, 이와 별도로 노동청에서도 지난주부터 진상조사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오늘(28일) 'LAW 투데이'는 '청소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먼저 장한지 기자가 고인이 생전에 일했던 서울대 여학생기숙사를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서울대 925동 건물 여학생기숙사 건물 2층 침침해 보이는 방.

50대 여성 청소 노동자 이모씨가 지난달 26일 밤 숨진 채 발견된 청소노동자 휴게실입니다.

"별 말없이 힘들고 많이 지쳐보였다. 계속 멍해 있었다"는 게 동료들이 기억하는 고인의 마지막 모습입니다.

[박문순 노무사 /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 법규정책국장]
"동료의 진술에 의하면 (사망 당일) 계속 멍해 있었고 엄청 지쳐 보였다, 이게 특징적인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오전) 11시 48분경에 딸과 통화를 했다고 합니다."

그게 살아생전 딸과의 마지막 통화였습니다.

이날 밤 아무도 없는 컴컴한 방에서 이씨는 아내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남편의 신고전화를 받고 휴대폰 위치추적을 통해 출동한 경찰에 의해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겁니다.

[장한지 기자]
"사망한 청소노동자가 근무했던 기숙사 건물 입구입니다. 4층짜리 건물에 200명 가까운 학생들이 살고 있습니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기숙사 건물에서 나오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숨진 청소노동자 혼자서 다 감당해야 했는데요. 쓰레기 수거는 물론 기숙사 및 화장실 청소까지 혼자 도맡아서 업무를 다 해야 했다고 합니다."

기숙사 인근 쓰레기 수거장을 가보니 커다란 마대 자루에 담긴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여 있습니다.

이씨가 근무했던 여학생 기숙사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이씨는 4층에서 1층 계단을 오르내리며 100리터짜리 대형 쓰레기봉투를 기숙사에서 이곳 쓰레기장까지 일일이 다 직접 들어 옮겨야 했습니다.

계단도 계단인데, 기숙사에서 수거장까지 거리도 100m가량 됩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기숙사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생활 쓰레기는 물론 음식물 쓰레기가 급증한 것도 업무량을 크게 늘려 이씨를 힘들게 했습니다.

여기에 지은 지 오래된 기숙사 건물은 아무리 쓸고 닦아도 별 티가 나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럽거나 어지러우면 금방 태가 나는 것도 이씨를 힘들게 했다는 것이 주변 청소노동자들의 말입니다.

[박문순 노무사 /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 법규정책국장]
"지자체에서 100리터는 노동자에게 부담이 너무 많이 가기 때문에 없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서울대에선) 여전히 100리터 봉투를 쓰고 있고 그리고 925동은 굉장히 노후화가 된 건물이어서 엘리베이터가 없고 아무리 청소를 해도 청소한 티가 안 난다고 합니다. 화장실에 곰팡이가 많은데..."

그 외에 산더미같이 쌓인 폐지 정리 등의 업무도 모두 숨진 이씨 혼자 감당해야 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엔 말 그대로 쥐어짜듯 하루하루 쓰레기와 사투를 벌여왔다는 것이 숨진 이씨 남편의 말입니다.

[A씨 /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유족]
"저도 많이 들어서 제 동료들에게도 얘기를 나눴어요. 저희 아내가 이 학교의 관리 형태에 대해서 많이 분노를 많이 했어요. 왜 저렇게까지 했어야 하는가 그러면서..."

서울대에서는 2년 전인 2019년 8월에도 한 청소노동자가 302동 제2공학관 1평 남짓한 지하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에도 휴게실에 창문 하나 없는 열악한 근무환경과 엄청난 노동 강도 문제가 제기됐지만, 2년 뒤 서울대는 같은 죽음을 또 맞은 겁니다.

"우리는 관악사에 우리 곁에 함께 존재하던 이의 죽음에 슬퍼하고 분노한다", "죽음을 딛고 공부할 순 없다",

"더는 한 사람의 노동자도 떠나보낼 수 없다. 노동환경 개선에 나서라"는 학생들의 대자보가 여기저기 선명한 서울대 교정.

이씨의 일터였던 서울대 여학생 기숙사 쓰레기 수거장엔 주인 잃은 빗자루와 쓰레받기가 쓸쓸히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인권위 진정 참여문의 (→바로가기)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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