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업무방해 결과 초래 위험 발생만으로도 업무방해죄 성립"

▲유재광 앵커= 일상생활에서 부딪칠 수 있는 생활법률 문제를 법제처 생활법령정보와 함께 알아보는 '알쏭달쏭 솔로몬의 판결', 오늘(26일)은 허위 봉사활동 확인증명서와 업무방해죄 얘기해보겠습니다. 박아름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박 기자, 어떤 상황인가요. 

▲박아름 기자= 네, 사립고등학교 교사 한모씨는 모 종합병원 관계자를 통해 이 학교 학생 나모양이 10개월간 총 84시간 봉사활동을 했다는 허위 봉사활동 확인서를 받아 나양의 엄마에게 전달했습니다. 나양의 엄마는 이렇게 전달받은 허위 봉사활동 확인서를 학교에 제출해 나양은 학교장 명의의 봉사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유재광 앵커= 애초 한모라는 교사는 왜 나모양이라는 학생의 허위 봉사활동 확인서를 받아줬나요.

▲박아름 기자= 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한 교사와 나양의 어머니는 서로 공모한 위계, 즉 속임수에 의한 업무방해죄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애초 교사와 나양 어머니가 서로 짜고 한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유재광 앵커= 학부모 청탁을 받고 교사가 허위 봉사활동 확인서를 받아줬다는 건데, 당연히 위조 아닌가요. 

▲박아름 기자= 꼭 그렇진 않습니다. 이 사안은 일단 위조한 허위 봉사활동 확인서가 공문서인지 사문서인지부터 좀 들여다봐야 하는데요. 왜냐하면 공문서인지 사문서인지에 따라 위조죄 성립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유재광 앵커= 그게 무슨 말인가요. 

▲박아름 기자= 문서위조죄의 경우 작성 주체와 내용의 진실 여부에 따라 위조죄 성립이 달라집니다.

공문서의 경우 작성 권한이 있는 사람이 작성했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진실하지 않은 경우 공문서 위조죄가 성립합니다. 쉽게 말해, 주민센터에서 허위로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하는 경우 작성 권한이 있는 사람이 발급을 해줬다 하더라도 그 내용이 사실과 다르면 공문서위조죄가 성립하게 됩니다. 반면 사문서의 경우엔 좀 다릅니다. 

▲유재광 앵커= 어떻게 다른가요.  

▲박아름 기자= 사문서의 경우엔 발급 권한이 있는 사람이 해당 문서를 발급하였을 경우엔 그 내용이 진실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사문서위조죄로 처벌하지 않습니다. 내용의 진실성 여부를 떠나 문서 자체는 권한이 있는 사람이 발급했기 때문에 위조로 보지 않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발급 권한이 없는 사람이 사실과 다른 문서를 작성했을 경우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하지만 발급 권한이 있는 사람이 해당 문서를 발급했을 경우엔 내용의 진실성 여부를 떠나 사문서위조죄로 처벌할 수 없는데요. 

예를 들자면 어떤 회사에서 어떤 직원에 대해서 이 사람은 언제부터 언제까지 근무를 했고, 근무 성과가 아주 탁월하다는 문서를 발급했다고 가정할 경우, 회사 대표나 인사 담당자가 이같은 문서를 작성했다면, 사실 여부를 떠나 사문서위조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권한도 없는 사람이, 가령 취업준비생이 이같은 문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면 사문서위조로 처벌받게 됩니다. 

▲유재광 앵커= 그러면 이번 사안 경우엔 병원 관계자가 허위 봉사활동 증명서를 발급해 준 건데, 사문서 위조가 성립이 안 된다면 교사나 학부모는 처벌을 안 받는 건가요. 

▲박아름 기자= 그렇진 않습니다. 사문서위조와 별개로 위조 사문서 행사에 따른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즉 허위의 봉사활동 증명서를 제출해 학교 봉사상을 받은 것에 대해 학교의 정당한 봉사상 수상 업무를 방해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게 법제처의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있어서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지 않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족하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도3231 판결 등 참조)

“신청인이 업무담당자에게 허위의 소명자료를 제출한 경우 업무담당자가 충분히 심사를 하였으나 허위임을 발견하지 못하여 신청을 수리하게 될 정도에 이르렀다면 이는 신청인의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시입니다. (대법원 2007. 12. 27. 선고 2007도5030 판결 등 참조)

허위 문서를 가지고 작정하고 속이려 드는 경우 업무방해죄가 인정된다는 것이 우리 대법원 판례 취지인데요. 참고로 형법상 업무방해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게 됩니다. 

▲유재광 앵커= 정경심 교수 항소심 재판이 첫 공판부터 뜨겁던데, 사문서의 경우 내용을 떠나 권한이 있는 사람이 위조했냐 아니냐에 따라 위조죄 성립 여부가 갈린다는 게 좀 특이하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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