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가방에서 나온 건 맞지만 마약 있는 줄 몰랐다"... '고의성' 부인

[법률방송뉴스] 미국에서 마약류를 밀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맏사위가 재판에서 “입국할 때 마약이 자신의 가방에 들어있는 줄 몰랐다”며 마약 소지죄를 부인했습니다.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의 딸도 같은 혐의 재판에서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한 적이 있는데, “내 가방에서 나왔지만 나는 모른다”는 주장, 어떻게 봐야할까요. ‘이슈 플러스’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 조용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박지원 원장의 맏사위인 삼성전자 A상무의 변호인은 "가방에 (마약을) 넣어서 입국한 것은 사실이지만, 물건이 가방에 있었는지 알고 들어온 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피고인은 전 직장 동료가 준 검은색 파우치를 내용물을 확인하지 않고 백팩에 그대로 집어넣었다"는 게 A씨 변호인의 말입니다. 

A씨 변호인은 그러면서 "그대로 내용물을 확인하지 않고 있다가 20년 동안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짐을 정신없이 싸서 입국한 것"이라고 경위를 설명했습니다.

"그 물건(마약)이 백팩에 있었다는 것을 몰랐고, 알았다면 출입국심사를 통과하기 전에 버렸을 것"이라며 "고의성이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요약하면 A씨 가방에 마약이 들어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마약이 자신의 가방에 있는 줄은 몰랐고, 마약을 밀반입한다는 고의도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A씨는 2019년 5월 미국 시애틀에서 국내로 입국하면서 엑스터시와 대마를 밀수입하고, 같은 해 7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대마를 흡연하거나 엑스터시를 투약한 혐의입니다.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인데, 20대 여성 B씨도 A씨와 서울 강남구의 한 모텔에서 엑스터시와 대마를 같이 투약하거나 흡연한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A씨의 마약 밀반입죄를 부인하고 있는 변호인은 다만, A씨가 입국한 뒤에 엑스터시를 투약하고 대마를 흡연한 혐의는 인정했습니다. 

재판부가 변호인이 설명한 입장이 맞는지 묻자 A씨는 "맞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강력한 환각효과를 가진 LSD라는 마약류를 국내로 밀반입하려다 적발된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의 딸 홍모씨도 재판에서 박지원 원장 맏사위와 비슷한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입국 가방 안에 마약이 들어있었는지 몰랐다”는 취지로 주장한 겁니다.

하지만 홍씨는 마약 밀반입과 투약 혐의가 재판에서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지난 2020년 9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습니다. 

범행 당시 미성년자인 점 등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받긴 했지만, ‘가’급 마약류 밀반입죄는 5년 이상 징역 또는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받는 무거운 강력범죄입니다.

법적으로 중하게 처벌 받지만, 마약 밀반입죄는 일단 ‘과실범’은 처벌할 수 없는 범죄입니다.  

가령 누가 다른 사람 가방에 슬쩍 마약을 넣었거나 했는데, 가방 소지자가 마약 밀반입으로 처벌 받게 된다면 당사자 입장에선 정말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일일 겁니다.

이 때문에 우리 형법에선 마약 반입죄의 경우 ‘고의’, 그러니까 반입한다는 의식이나 의지가 있는 경우에만 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홍정욱 전 의원의 딸이나 박지원 원장 맏사위가 “가방에 마약이 들어 있는 줄 몰랐다”고 주장한 것도 이 지점을 노린 것으로 보입니다.

마약 밀반입에 대한 인식도, 고의도 없었다는 겁니다.

모발 검사 등 증거로 확인되는 마약 투약 혐의까지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고, 그나마 다퉈볼 수 있는 밀반입 고의 여부를 다퉈 어떻게든 실형은 피해보자는 재판 전략 아닌가 합니다.  

친구가 준 검은색 파우치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하지 않고 가방에 넣었고, 결과적으로 마약을 밀반입했지만, 밀반입의 고의는 없었다는 현직 국정원장을 장인으로 둔 대기업 상무의 주장.  

현직 삼성전자 상무인 A씨는 최근까지도 이 같은 사실을 회사에 알리지 않고 정상 출근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재판부 판결을 기다려보겠습니다. '이슈 플러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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