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훈 고려대 로스쿨 교수 "청탁금지법은 대가성 없어도 성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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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 그래픽=김현진

[법률방송뉴스] 특별검사는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에서 정한 '공직자'에 해당한다는 국민권익위원회 유권해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가짜 수산업자 김모(43·구속)씨로부터 포르쉐 렌터카 등을 제공받은 의혹이 제기된 박영수(69·사법연수원 10기) 전 특별검사가 청탁금지법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전현희)는 지난주 '특별검사'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적용대상인지 여부에 대한 서울특별시경찰청의 유권해석 의뢰를 받고 관계 법령 검토와 내·외부 전문가 자문을 거친 결과, 특검은 청탁금지법에 따른 '공직자 등'에 해당한다고 16일 밝혔다.  

권익위는 크게 다섯 가지 사유를 들어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

△특별검사는 해당 사건에 관해 검사와 같거나 준용되는 직무·권한·의무를 지는 점 △임용·자격·직무범위·보수·신분보장 등에 있어 검사나 판사에 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벌칙 적용 시에는 공무원으로 의제 되는 점 등을 들었다.

권익위는 또 △공기관의 위임을 받은 것이 아니라 법에 의해 창설적으로 수사 및 공소제기 등의 권한을 부여 받은 독임제 행정기관으로 보이는 점 △해당 직무 수행기간 동안 영리 목적 업무 및 겸직이 금지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박 전 특검이 지난해 12월 김씨로부터 '포르쉐 파나메라4' 렌터카를 제공받은 의혹은 지난 5일 불거졌다. 이에 박 특검은 다음 날 "렌트비 250만원을 지급해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렌트비 지급 시점이 렌터카를 받은 지 3개월 후라는 의혹이 재차 불거졌다.

공직자나 언론인 등이 직무와 관계없이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을 경우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청탁금지법은 '대가성'과 상관없다.

향후 경찰 수사 과정에서 금품 제공 배경이 박 전 특검의 직무와 연관돼 있거나 대가성이 있었다고 판단되면 뇌물죄 혐의로 전환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하태훈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공여자가 특정한 사건에 대해 대가를 바라고 청탁을 했다면 뇌물죄가 성립하겠지만, 아직 그런 내용은 언론에 보도된 게 없다"며 "청탁금지법 자체가 이런 대가성이 없어 보이는 사건들을 뇌물죄로 포섭하지 못하다 보니까 생긴 것"고 설명했다.

하태훈 교수는 그러면서 "렌트비를 후에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청탁금지법은 성립이 되는 것"이라며 "'나는 못 받겠다'라는 의사표시를 제대로 하는 등 받은 즉시 거절의 의사표시를 해야 하는데, 받은 것 자체로 청탁금지법은 성립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앞서 김씨가 지난해 12월 직원 명의로 포르쉐 차량을 빌린 뒤 이를 박 전 특검에게 제공한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특검은 김씨로부터 명절 선물로 대게와 과메기 등의 수산물을 받았으며, 김씨에게 자신의 후배인 이모(48·33기) 부장검사를 소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장검사는 박영수 특검팀에 2차례 파견근무를 했던 인물로, 현재 김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날 권익위 유권해석에 박영수 특검은 "특검이 공직자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전 특검 측은 입장문을 내고 "특검은 국가로부터 공권을 부여받아 자신의 이름으로 공권력을 행사하는 자로서 공무 수탁 사인에 해당하지 '법률에 의해 공무원으로 인정된 사람'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만약 특검이 '법률에 의해 공무원으로 인정된 사람'이라면 특검법 제22조와 같은 '공무원으로 본다'는 의제 조항을 둘 이유가 없다. 이런 의제 조항은 공무 수탁 사인의 대표적인 징표"라는 게 박 전 특검 측의 반박이다. 박 전 특검 측은 "일반 검사가 담당하기에 부적절한 의혹 사건에 대해 비공무원인 변호사 중에서 임명되는 게 특검"이라며 "특검에게는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전형적인 임용·징계·교육훈련·복무 등에 관한 규정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조직법 등에 따르면 벌칙 조항에 대한 유권해석은 법무부 권한으로, 권익위에는 법령 유권해석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며 "법무부 유권해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근 논란이 된 사항은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충실하게 해명할 예정"이라며 "이 점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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