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장 고라니 습격 사건... 개에 쫓긴 고라니에 받혀 두개골 골절, 산업재해 인정될까
공사장 고라니 습격 사건... 개에 쫓긴 고라니에 받혀 두개골 골절, 산업재해 인정될까
  • 박아름 기자
  • 승인 2021.07.1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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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어려운 사고였어도 공사장에서 발생... 재해보상금 지급해야"

▲유재광 앵커= '법률구조공단 사용설명서', 오늘은 좀 황당하다면 황당한 사고, ‘고라니 습격  사건’ 얘기해보겠습니다. 박아름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박 기자, 고라니 습격 사건, 뭐 어떤 상황인가요.

▲박아름 기자= 네, 목수인 신모씨는 지난 2017년 3월 22일 강원 화천군에 위치한 농산물저장고 공사현장에서 목수일을 시작했는데요. 그런데 작업 첫 날 공사 현장에서 사냥개에 쫓기던 고라니와 부딪쳐 중상을 당하는, 좀 황당하다면 황당한 사고를 당했습니다.

이 사고로 신씨는 폐쇄성 두개원개 골절과 경막외 출혈, 외상성 뇌 내 출혈 등 중상을 입었습니다. 입원치료만 11일 동안 받았는데요. 문제는 신씨를 고용한 유모씨가 산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산재보험금은 물론 치료비조차 한 푼도 받지 못할 상황이었다는 점입니다.  

이에 신씨는 법률구조공단 도움을 받아 고용주 유씨를 상대로 재해보상금 1천9백여만원을 청구한 사안입니다.

▲유재광 앵커= 이게 영세사업장이어서 산재보험에 가입이 돼 있지 않았던 모양이네요.

▲박아름 기자= 네, 그렇습니다. 당시 공사장엔 신씨를 포함해 근로자가 3명이 고용돼 있었지만 말씀하신대로 고용주 유씨는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고, 유씨는 고라니에 부딪친 사고는 업무상 부상이 아니라며 재해보상금 지급을 거부해 결국 소송에 이르게 됐습니다.

▲유재광 앵커= 고라니에 부딪친 사고는 업무상 부상이 아니다, 유씨 말이 맞는 것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어떤가요.

▲박아름 기자= 이에 대해 사건을 의뢰받은 공단은 신씨가 노무를 제공하기로 한 사업장 안에서 사고가 발생한 만큼,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어디 산에 놀러갔다 고라니에 받힌 게 아니고 목수일을 하기로 한 공사 현장에 출몰한 고라니에 받혀 중상을 당한 만큼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게 공단 측의 논리입니다.  

▲유재광 앵커= 이게 관련 법 규정이 어떻게 돼 있나요.

▲박아름 기자=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은 다음 어느 하나에 해당할 경우 업무상 재해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근로계약에 따른 행위 중 발생한 사고, 사업주가 제공 시설물 등의 결함이나 관리소홀로 발생한 사고, 사업주 지배관리 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로 발생한 사고 등이 업무상 사고에 해당합니다.  

이 경우엔 공사장에서 발생한 고라니 충돌 사고가 ‘근로 행위나 사업주와 관련이 있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재판의 쟁점입니다.

▲유재광 앵커= 그래서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나요.

▲박아름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법원은 원고 신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사고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당시 신씨는 공사현장에서 대기 중인 차량에서 내려 담배를 피우거나 용변을 보면서 고용주인 유씨를 기다리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오전 7시쯤 느닷없이 개에 쫒기는 고라니에 부딪혀 중상을 당한 건데요.

이에 대해 춘천지방법원은 “피고의 구체적인 지시에 따라 공사현장에서 근로를 제공할 의도로 피고 지시로 대기하고 있던 행위는 피고의 지배 또는 관리 하에 있다고 볼 것이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즉 신씨가 유씨를 기다리고 있던 행위 자체가 “근로계약에 기한 업무수행”이라는 것이 법원 판단입니다.

▲유재광 앵커= 궁금한 게 느닷없이 고라니가 나타났다곤 해도, 신씨가 피하거나 어디 물건 뒤로 숨을 수도 있었던 것 아닌가요, 신씨 과실 같은 건 없나요.    

▲박아름 기자= 네, 이와 관련해서 법원 판결문을 보면 신씨는 왜인진 모르지만 고라니의 진로 상에서 팔을 벌리는 행위를 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고라니의 관심을 끌어 고라니를 불러 들였다고 볼 수도 있는 부분인데요.

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업무상 부상에 원고 본인의 과실이 경합하더라도 업무상 부상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과실 여부를 떠나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는 만큼 재해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인데요. 이에 재판부는 “산재보험 미가입자라 하더라도 재해보상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고 원고 전부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유재광 앵커= 나름 의미가 있는 판결 같네요.

▲박아름 기자= 네, 일용직 근로자가 산재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사업장에서 일을 하다 고라니 습격까지 받은 어떻게 보면 매우 희귀한 케이스인데요.

이와 관련해 이번 소송을 수행한 공단 박성태 변호사는 “업무상 부상에 의한 사용자의 요양비 등 부담책임은 근로자의 업무상 부상에 대한 고용주의 예견가능성이 있어야 발생하는 것은 아님을 확인한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즉 이번처럼 산재보험 미가입 사업장에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사고라 하더라도, 고용주에 재해보상금 지급 의무가 인정된다는 것이 박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유재광 앵커= 네, 사업주 관리나 지시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는 고용주의 책임이 인정된다는 취지 같은데, 오늘 설명 잘 들었습니다.   

 

박아름 기자 ahreum-park@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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