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떨어뜨린 뒤에도 폭행 했다고 과잉방위... 정당방위 인정 기준 합리적 개선 필요"

▲유재광 앵커= '이윤우 변호사의 시사 법률' 오늘은 정당방위 얘기해 보겠습니다. 이 변호사님, 오늘은 어떤 내용 가지고 오셨나요.

▲이윤우 변호사(IBS 법률사무소)= 앵커님도 정당방위가 무엇인지 알고 계시죠.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표현이기도 하고 대부분의 분들도 정당방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략적으로나마 인지하고 계실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법원이 정당방위를 인정하여 무죄를 선고하는 데 매우 인색하다는 것도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이 때문에 법조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흉기로 자기를 위협하는 친구를 폭행해서 상해를 입힌 사람에 대해 법원이 또 다시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아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 오늘은 정당방위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앵커= 말씀하신대로 정당방위란 말을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기는 하는데 법적으로는 정확하게 어떻게 되나요.

▲이윤우 변호사= 정당방위에 앞서 우선 범죄가 성립하기 위한 3가지 요건을 먼저 보면요. 범죄가 성립하려면 범죄행위가 각 형법 조문의 구성요건에 해당해야 하고 그 행위가 위법하다고 평가돼야 하며 행위자에게 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울 수 있어야 합니다.

정당방위는 여기서 두 번째 요건인 위법성을 조각하는 하나의 사유인데요. 정당방위가 인정되면 아무리 범죄행위가 형법 조문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위법성이 있다고 평가할 수가 없어서 범죄가 성립할 수 없게 됩니다.

구체적으로 형법 제21조 제1항에서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정당방위가 인정되는지는 현재 부당한 침해가 있는지, 범죄행위를 한 것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됩니다.

▲앵커= 정당방위가 인정되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판단하나요, 판단 기준 같은 게 있나요.

▲이윤우 변호사= 일단 경찰수사 단계에서 정당방위로 판단하는 8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방위행위여야 함, 도발하지 않아야 함, 먼저 폭력을 행사하지 않아야 함, 가해자보다 더 심한 폭력을 행사하지 않아야 함, 또 상대가 때리는 것을 그친 뒤에 폭력을 행사하지 않아야 함, 상대의 피해 정도가 본인보다 심하지 않아야 함, 전치 3주 이상의 상해를 입히지 않아야 함 등이 그 판단 기준입니다.

▲앵커= 저걸 다 지켜야 정당방위라는 건가요, 상당히 까다로워 보이는데요.

▲이윤우 변호사=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정당방위를 부정한 대표적인 판례를 살펴보면요. 일단 유명한 판례로 일명 도둑 내사 사건이 있는데요. 사안은 집에 침입해온 도둑을 빨래 건조대로 때렸다가 도둑이 뇌사상태에 빠져서 사망하는 사례가 있었거든요.

여기서 법원은 제압이 완료된 상태에서 도둑을 더욱 가격했다는 점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고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즉, 제압이 완료돼 현재 부당한 침해가 없었고 상당한 이유가 있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또한 자신을 성폭행 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서 혀가 잘려나가는 상해를 입힌 사례에서도 법원은 정당방위를 부정하여 징역형을 선고한 예도 있는데요. 해당 여성은 판결 선고 56년 만에, 되게 오래된 판례라서 정당방위를 인정해달라는 재심을 선고했지만 이 또한 최근 기각된 바 있습니다.

이밖에도 특히나 싸움과 같은 경우 쌍방폭행이 있는 경우는 서로의 가해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있지 않는 것이 현재 법원의 판결 추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결국 같이 치고받고 싸우기 시작하면 정당방위 인정은 상당히 어렵다는 얘기처럼 들리네요.

▲이윤우 변호사= 네, 맞습니다. 그런 비판과 지적을 감안해 현재 결과적으로는 쌍방폭행이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현재의 폭행과 추가 폭행을 막기 위한 방위행위로 폭행을 가했고 도를 넘지 않는 범위라면 이를 폭행으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폭력 사건 수사지침이 세워지긴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최근에도 칼로 위협하는 친구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폭행을 저지른 것에 관해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는 사례에서 보여지듯 정당방위 인정에 대해 현재 우리 법원이 상당히 인색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앵커= 방금 말씀하신 사건 내용은 어떤 건가요.

▲이윤우 변호사= 해당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요. 두 사람이 술을 마시던 중 다투게 됐는데 친구 A씨가 화가 나서 흉기를 들고 친구 B씨에게 다가오자 친구 B씨는 A씨의 팔을 잡는 도중에 흉기에 팔을 찔렸습니다. 그리고 B씨는 A씨의 흉기를 떨어트린 다음에 A씨를 폭행해서 상해가 발생한 것입니다.

우리 법원은 그런데 B씨에게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고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는데요. 이러한 판단에 가장 큰 이유는 흉기를 놓친 후에도 폭행을 했다는 점, 즉 이미 상대방의 가해행위가 종료된 후에도 방위행위를 했고 이는 정당방위가 아니라 과잉방위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입니다.

▲앵커= 칼 들고 덤비는 사람이 칼 떨어트렸다고 그 즉시 더 이상 상대를 제압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는 건가요.

▲이윤우 변호사= 법원 판결은 결과적으로 그렇습니다. 사실 흉기를 들고 온 자에게서 흉기를 제거했다고 하더라도 그 폭행행위가 종료된 것인지 지속적인 폭행이 이뤄질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는 되게 어렵다는 점에서 법원의 판단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제압하는 과정에서 흉기에 찔려 상처를 입었다면 극도로 흥분한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정당방위 인정에 너무 인색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또한 어느 정도 제압을 했다고 하더라도 가해자가 다시 흉기를 집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딱 거기까지만 제압할 것을 피해자에게 강요하는 형국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법이 늘 기준으로 내세우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흉기를 들고 공격하는 자로부터 흉기에 찔려 상처가 난 상황이라면 다시 흉기를 들지 못할 정도의 제압을 위해 폭행을 행사하는 것이 상식에 부합한다고 볼 여지가 있고요.

극도로 흥분했을 것이 뻔한 피해자에게 그 정도의 폭행을 해선 안 된다는 기대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정당방위에 대해 인색한 법원의 입장이 반영된 판례라는 이유로 일부 법조계와 국민들로부터 비판의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해외에서는 정당방위를 어떻게 평가하나요.

▲이윤우 변호사= 일단 설명드린 도둑 내사 사건 사례에서 각국의 정당방위의 적용 관점을 살펴보자면 우선 정당방위를 넓게 인정하는 미국 일리노이 등 16개 주는 자신의 주거지에 침입한 경우 침입자에게 위해를 가하더라도 기소되지 않는 '캐슬 독트린' 법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도 2013년 자신의 주거지에 침입한 외부인에 대해 무기 등을 사용해 자기를 보호할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는 우리나라와 같이 정당방위 요건을 상대적으로 까다롭게 적용하고 있는 편입니다.

▲앵커= 정당방위 인정에 우리나라가 개선이 필요한 점이 있을까요.

▲이윤우 변호사= 우선 설명 드린 바와 같이 우리 형법상 정당방위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반드시 존재해야 하고 장래에 발생할 가해에 대해서는 인색하게 인정되는 편입니다.

그런데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가해의 경우에는 충분히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 포섭될 필요가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또한 상당한 이유에 있어서도 가해행위가 이뤄지는 상황에 처했을 때 일반인의 수준에서 상당성을 결여하지 않을 정도의 가해행위를 기대할 수 있는지 즉, 흉기를 들고 위협하는 자를 추가적인 행위를 못하도록 하는 방위행위를 하지 말도록 기대하는 것은 가능한 것인지 이런 것들을 심도있게 고려해서 정당방위 인정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앵커= 말씀하신 대로 정당방위 인정 판단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거나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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