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란주점 업주 "집합금지명령 위반인 줄 몰랐다"... '금지 착오' 주장
법원 "단란주점 입구에 집합금지 공고문 부착"... 벌금 100만원 선고

▲유재광 앵커= 판결문을 통해 사건의 이면을 다시 들여다보는 '판결의 재구성', 오늘은 코로나19 집합금지 명령 위반 얘기해보겠습니다. 박아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먼저 어떤 상황인지부터 볼까요.

▲박아름 기자= 울산에서 단란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양모씨는 지난해 9월 9일 자신이 운영하는 단란주점에서 지인 3명과 함께 모여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런 상황이 적발돼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당시 울산 남구청은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단란주점에 대해 2020년 9월 6일부터 12일까지 집합 금지 행정명령을 내린 상태였습니다. 

▲앵커= 이게 술을 판 것도 아니고 아는 사람 3명과 함께 있던 건데 그래도 집합명령 위반인가요. 

▲기자= 양씨는 그래서, 자신은 감염병 관리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지인 3명이랑 자기 가게에 모여 노래를 부른 게 무슨 감염병 관리법 위반이냐, 사회 상규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았다는 게 양씨 주장입니다.   

▲앵커= 사회 상규에 위반되는지 안 되는지 어떻게 판단하는지, 판단 기준이 어떻게 되나요.

▲기자= 대법원은 ‘사회 상규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행위’의 정의에 대해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의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도의적 감정 내지 사회통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어서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가는 구체적 사정 아래에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하여 개별적으로 판단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04. 6. 10. 선고 2001도5380 판결 등 참조).

▲앵커= 약간 추상적으로 들리는데요.

네, 이 사건 관련 양씨는 법적으로 ‘긴급피난’을 주장했습니다. ‘긴급피난’과 관련해선 형법 제22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를 말합니다. 

여기서 ‘상당한 이유 있는 행위’에 해당하려면, 첫째 피난행위는 위난에 처한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어야 하고, 둘째 피해자에게 가장 경미한 손해를 주는 방법을 택하여야 하며, 셋째 피난행위에 의하여 보전되는 이익은 이로 인하여 침해되는 이익보다 우월해야 하고, 넷째 피난행위는 그 자체가 사회윤리나 법질서 전체의 정신에 비추어 적합한 수단일 것을 요하는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대법원 2006. 4. 13. 선고 2005도9396 판결 등 참조)

▲앵커= 지인들이랑 자기가 운영하는 노래방에 모여 노래를 부른 게 어떻게 긴급피난이 된다는 건가요. 

앞서 말씀드린 ‘위난에 처한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였다는 게 양씨 주장인데, 당시 단란주점에 있던 앰프가 고장이 난 상태였다는 근거를 들었습니다.

이에 “단란주점에 있던 고장 난 앰프를 옮기고 악기 음을 조율하기 위해 지인 3명을 부른 것으로 사회상규에도 위배되지 않고, 현재의 위난을 해소하기 위한 긴급피난에 해당한다”는 것이 양씨 주장입니다. 

▲앵커= 긴급피난이라는 법률 개념이 이런 데에도 쓰일 수 있는 건가요.

▲기자= 다소 애매한 측면이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양씨는 긴급피난 외에도 ‘금지 착오’도 주장했습니다. 

형법 제16조는 금지 착오에 대해 “자기가 행한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양씨는 “집합금지명령이 가게 문을 열어서 술 팔면 안 되는 것으로 알았지,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앰프 고치고 확인하려고 노래 부르는 게 집합금지명령 위반인지 몰랐다, 따라서 금지 착오에 해당해서 죄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양씨 입장에선 정말 억울했던 모양이네요. 

▲기자= 네, 금지착오 관련해서 실제로 우리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범죄가 되는 경우이지만 자기의 특수한 경우에는 법령에 의하여 허용된 행위로써 죄가 되지 아니한다고 그릇 인식하고 그와 같이 그릇 인식함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02. 1. 25. 선고 2000도1696 판결 등 참조). 
    
▲앵커= 법원 판단이 궁금한데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법원은 집합금지명령 위반으로 보아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판시 단란주점에 있는 고장 난 앰프를 옮기고, 악기 음을 조율하기 위하여 지인 3명을 불러 노래를 불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행위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울산지방법원의 판단입니다. 

그러면서 "단란주점은 고위험시설로 분류됐음에도, 피고인과 지인 3명은 약 한 시간가량 판시와 같이 모여 노래를 부른 사실이 인정된다. 이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아니하는 행위라고도 볼 수 없다"고도 판시했습니다. 

“양씨의 경우 단란주점 입구에 집합금지 공고문이 부착됐고, 관할 구청에서 관련 내용으로 안내를 받은 사실이 인정되므로 ‘금지 착오’로 볼 수 없다”는 게 법원 판단입니다. 

▲앵커= 네, 암튼 방역 당국에서 모이지 말라면 모이지 않는 게 최선인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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