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상사법학회 학술대회 "ESG 확산 유인책 마련... K-ESG 지표 도입 서둘러야”

[법률방송뉴스] 최근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를 뜻하는 ESG 경영이 산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제도와 법은 이러한 ESG 요소 강화 추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관련해서 국내 최대 규모의 상사법 학술단체인 한국상사법학회가 오늘(2일) ESG 경영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왕성민 기자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지난 5월 27일, 전통의 우유·유가공 기업 남양유업이 사모펀드 운영사 '한앤컴퍼니'에 넘어갔습니다.  

고(故) 홍두영 창업주가 지난 1964년 남양유업을 설립한 이래 57년 만에, 홍원식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가 지분 대부분을 매각하고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뗀 겁니다.    

2013년 대리점주에 대한 갑질 파문부터 2020년 댓글부대를 동원한 경쟁사에 대한 비방글 작성 논란, 그리고 올해 '불가리스' 효능에 대한 허위 과장광고 사태까지. 

전문가들은 남양유업 오너의 몰락을 대표적인 'ESG 경영 실패 사례'라고 지적합니다.

갑질이나 부정경쟁 의혹 등 사회적 가치에 반하는 논란과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언 발에 오줌누기’ 식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해오다 끝내 몰락했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 오늘 서울대 우천법학관에서는 'ESG 경영과 상사법의 과제'를 주제로 국내 최대 상사법 학술단체인 한국상사법학회 하계 학술대회가 열렸습니다. 

오늘 학술대회에선 한국외대 최완진 명예교수가 'ESG경영와 우리 회사법의 대응'이라는 제목으로 기조발제를 맡았고, 정준혁 서울대 로스쿨 교수, 신현탁 고려대 로스쿨 교수, 윤용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등이 6개의 소주제 세션 주제발표를 각각 맡았습니다.    

[권종호 교수 / 한국상사법학회 회장] 
"최근 기업실무영역에서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ESG 경영에 관해서 법학, 경영학, 기업실무자 관점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교수님과 변호사님 그리고 실무 전문가님께서 발표를..." 

ESG는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및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어 약자입니다.  

최근 기업 활동에 대한  평가기준으로 널리 활용되면서 소비와 투자 영역에 있어서도 중요한 판단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오늘 학술대회에선 ‘ESG경영에 따른 우리 회사법의 과제’같은 법·제도적 질문에서부터 ‘회사는 누구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어야 하는가’같은 철학적 질문까지 깊이 있는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기조발제를 맡은 최완진 명예교수는 먼저, ESG가 기업 경영의 화두가 됐음에도 그 평가 기준이 들쑥날쑥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최완진 명예교수 / 한국외대 로스쿨]
"난립하는 평가지표는 기업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고 국내 권위 있는 평가기관조차 점수를 평가하는 기준이 뚜렷이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일종의 ‘비밀주의’를 고수할 게 아니라 투명하게 평가모형을 공개해 기업들이 예측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최완진 명예교수의 지적입니다. 

[최완진 명예교수 / 한국외대 로스쿨]
"기관들이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대외비라는 이유로 언론이나 경제 단체에 외부의 평가모형을 정확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은 점. 그래서 기업들이 상당히 혼란에 빠지고 있고..." 

이에 최완진 교수는 기업들의 혼란 해소를 위해 정부가 현재 개발 중인 한국형 K-ESG 지표 도입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완진 명예교수 / 한국외대 로스쿨]
"최근에 산업통상자원부는 K-ESG 지표를 정립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고, 현재 지표의 초안은 국내외 주요 13개 지표를 분석하여 도출한 핵심 공통문항을 중심으로 마련되었고..."

ESG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마련된다면 이는 다시 기업들의 ESG 활동 강화 선순환으로 이어질 거라는 것이 최완진 교수의 말입니다. 

[최완진 명예교수 / 한국외대 로스쿨]
"기타 국내외 주요 지표와의 높은 호환성을 바탕으로 우리 업계의 ESG 평가 대응 능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국내 최고 M&A 전문가로 손꼽히는 정준혁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ESG경영이 강화되고 있는 배경으로 크게 세 가지 요인을 꼽았습니다.  

▲환경문제의 심각성과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 ▲사회적 압력증가와 기관투자자의 역할 확대 ▲인터넷 기술 발전으로 인한 평판 관리 중요성이 정준혁 교수가 꼽은 요인들입니다.

[정준혁 교수 / 서울대 로스쿨] 
"첫 번째는 이제 기후변화 및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에 대한 그 사람들의 우려가 아주 높아졌다는 겁니다.  두 번째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주주 우선주의'에 대한 반감이라든지 사회적·정치적 압박이 높아졌다는 거고요."

정준혁 교수는 그러면서 국내외 기업들이 소비자와 근로자, 사회공동체 등 전통적인 주주 이익을 넘어서 다양한 주체들의 이익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정준혁 교수 / 서울대 로스쿨] 
"이렇게 이제 일반유권자들의 시민들의 목소리가 나오다 보니까 당연히 법률적으로도 영향을 받고요.." 

이제는 더 이상 기업의 경영 활동과 ESG와 같은 사회적 가치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 정준혁 교수의 진단입니다. 

정준혁 교수는 이에 기업이 ESG와 같은 사회적 가치를 적극 고려하는 것이 기업 경영과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 

[정준혁 교수 / 서울대 로스쿨] 
"이런 이익의 추구와 그런 사회적 가치의 추구를 분리하기가 어려운 상황들이 점점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런 이제 배경을 바탕으로..." 

관련해서 정준혁 교수는 오너가 절대적 영향을 행사하는 국내 기업들의 현실을 고려할 때, 지배주주가 경영에 ESG 요소를 적극 도입하도록 장려하는 제도적 유인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합니다. 

[정준혁 교수 / 서울대 로스쿨] 
"지배주주의 기회주의적 행동 문제가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고 그것이 해결되었다고 보기에는 조금 어렵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지배주주는 잘 생각해보시면 몇십 년에 세대에 걸쳐서 세대에 걸쳐서..." 

관련해서 정 교수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기업들이 ESG를 적극 도입할 수 있도록 선도적인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습니다.  

오늘 학술대회에선 이밖에도 상장회사의 ESG 공시제도 현황과 과제, ESG 관련 금융법제 대응 방안, ESG 관련한 미국와 일본의 사례 연구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와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왕성민 기자] 
"기업과 시민단체를 넘어 정부기관과 로펌 등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를 중심에 두는 ESG 경영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ESG 경영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함께 따라가고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왕성민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