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섭 법제처장
이강섭 법제처장

요즘은 주차장에 전기충전소가 설치된 곳이 많아지고 있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주차 줄이 길어지는 대형마트 주차장에서도 전기차 차주들은 전용 충전·주차공간에 전기 충전 겸 유유히 주차하곤 한다. 전기차 보조금이 화젯거리로 오르내리고, 이런 혜택 덕분인지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는 예약이 넘쳐난다는 소식도 들린다. 최근에는 도로 곳곳에 파란색 번호판을 단 친환경자동차가 눈에 띄고, 작년 말 기준으로 친환경자동차 등록대수가 2015년 대비 4배로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대수에 비하면 친환경자동차의 비율은 작년 말 기준 3.4%로 여전히 미미하다. 앞으로도 친환경자동차의 소비 증가를 위해서는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의 자발적 참여 못지않게 법제도적 기반 마련과 전폭적인 지원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

정부도 이러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린뉴딜(Green New Deal)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의 두 축 중 하나인 그린뉴딜은 환경과 인간 중심의 투자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고용 촉진을 이끌어내는 정책을 말하는데, 친환경자동차 확대, 공공시설의 에너지 절감, 신재생에너지 확산, 녹색산업 혁신 등이 그 주요 내용이다.

올 상반기에는 그린뉴딜의 법제도 마련을 위한 관련 법령의 개정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었는데, 법제처는 이러한 법령들이 적법성·타당성을 확보하여 신속하게 개정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다. 택지개발사업 등에 따라 설치되는 노외주차장의 친환경자동차 주차구획이 총 주차대수 대비 5% 이상이 되도록 지난 3월 개정된 '주차장법 시행령'의 경우 기준 적용에 따른 비용 대비 공익을 고려하여 이미 시행 중인 개발사업의 노외주차장에도 강화된 기준이 적용되도록 관련 규정을 보완했다. 또 6월에 개정된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경우 사전심사를 통해 입법예고 완료 후 7일 만에 신속하게 심사를 마침으로써 주요 에너지 소비처인 산업단지를 친환경 구조로 바꾸는 스마트그린산업단지 육성정책이 제때 시행될 수 있도록 했다.

하반기에는 수소연료보조금제도를 도입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과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이 시행되면 수소연료보조금의 지원 대상·기준·절차 등을 정하는 하위법령의 개정이 예정되어 있다. 앞으로도 그린뉴딜을 위한 관련 법령의 제정·개정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릴 적 한 번쯤은 들어본 '해님과 바람' 이야기에서는 해님과 바람의 힘겨루기가 나온다. 먼저 나그네의 옷을 벗기면 이기는 시합에서 바람은 강한 바람으로 억지로 나그네의 옷을 벗기려다 실패하지만, 해님은 따뜻한 햇볕을 계속 쬐어 나그네 스스로 옷을 벗게 만든다. 그린뉴딜 추진에 있어서 법제도 마련은 햇볕과 같다. 아무리 친환경 소비와 투자의 필요성을 역설해도 그 유익함과 편리함을 느낄 수 없다면 국민과 기업은 움직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법제처는 정부의 그린뉴딜 시계에 맞춘 신속·정확한 심사로 법령을 마련해서 국민과 기업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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