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사, 식약처 판매허가 받고 임의로 성분 변형... 사전·사후 검증 시스템 없어"

[법률방송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선크림 자외선 차단지수 'SPF지수'를 속였다는 의혹이 제기된 업체들에 대해 '화장품법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렸다는 소식, 지난달 20일 단독 보도해 드렸는데요.

지금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SPF지수 허위기재 문제가 이제는 다 해소된 건지 점검해 봤습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선크림 자외선 차단지수, SPF지수 허위기재 의혹이 처음 제기된 건 지난 1월 말, 한 유명 화장품 전문 유튜버에 의해서였습니다.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좋다고 광고해서 믿고 샀는데 뒤통수를 맞았다. 배신감을 느낀다“는 비난과 성토가 쇄도했습니다.

파문은 결국 피해자 식약처 집단신고로까지 이어졌습니다.

화장품법 제13조는 '사실과 다르게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가 잘못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채다은 변호사 / '선크림 SPF 지수 조작 논란' 법률대리인]
"SPF지수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소비자가 선택하는 데 중요한 부분에 대한 정보를 잘못 표기했고 허위로 표기했다..."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자 식약처는 의혹이 제기된 선크림 회사들에 대한 조사에 나섰고, 지난달 20일 일부 업체들에 대해 '화장품법 제13조' 위반 판단을 내렸습니다.

일단 식약처에 신고가 접수된 회사는 퓨리토 센텔라 그린레벨 세이프 선, 닥터자르트 솔라바이옴 앰플 SPF50, 라운드랩 자작나무 수분 선크림 SPF50 등 5개 회사 제품입니다.

이런 가운데 식약처는 지난 4일 홈페이지를 통해 '휘게 릴리프선 모이스처라이저'에 대해 판매정지 2개월 처분을 내린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SPF지수 허위기재 의혹 제기 이후 거의 반년 만에 이뤄진 식약처의 첫 행정처분입니다.

[식약처 관계자]
"처분절차가 끝나면 행정처분이 어떠한 항목으로 어떠한 내용으로 됐는지는 홈페이지에 공개가 되거든요. 그렇게 되면..."

식약처 관계자는 그러면서 추후에도 계속 조사가 진행되고, 조사 결과에 따른 판매정지 등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식약처 관계자]
"아직도 조사는 계속 진행하고 있어요. 아직 종결되지는 않았고요. 저희가 일부 업체에 대해서는 일단 내용을 확인해서..."

앞으로도 더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건데, 관련해서 식약처의 늑장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성분조사 확인만 하면 되는 건데 이게 몇 개월씩 걸릴 일이냐는 지적입니다.

[식약처 관계자]
"일단 어떤 말씀이신지는 어찌 됐든 이것이 시중에 계속 유통이 되고 있었다는 거잖아요. SPF(지수)가 위반이 된 그런 제품들이..."

이번 사건 관련 또 다른 지적은 선크림 판매에 대한 사후 검증 시스템이 사실상 전무했다는 점입니다.

일단 선크림 판매 허가 경로는 이렇습니다.    

먼저 선크림 제조사는 SPF지수가 50이 나오도록, 업계에선 어미 모(母) 자를 써서 '모처방'이러 불리는 처방을 민간 임상기관에 보냅니다.

임상기관에서 결과가 나오면 제조사는 모처방과 그 결과보고서를 식약처에 보내고 식약처는 심사를 거쳐 판매 허가 여부를 결정합니다.

문제는 그 다음 일어납니다.

이렇게 식약처 판매허가를 얻은 뒤 제조사는 비용절감을 위해 애초 허가받은 성분이 아닌 값이 더 싼 다른 성분으로 선크림을 만들어 판매사나 브랜드사에 납품하는 겁니다.

이때 브랜드사에는 모처방이 아닌 변형된 성분이 들어간 이른바 '자식처방'이 보내질 수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결과적으로 SPF 지수가 허위 기재된 선크림이 시중에 유통되는 겁니다.

문제는 이 과정을 브랜드사도 식약처도, 어느 쪽도 이를 사전에 걸러 내거나 사후에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겁니다.

[피현정 / 유튜브 채널 '디렉터 파이' 운영자]
"식약처 역시 주성분의 총 함량을 확인하고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 제조사의 양심을 믿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선크림 판매나 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에 식약처 관계자는 "현재로선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식약처 관계자]
"이 건에 대해서는 저희가 할 수 있는, 저희가 하는 부분은 저희는 신고를 접수했고 신고내용에 충실하게 지금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에요. 그래서 저희는 그 부분에 대해서만 말씀을 드릴 수 있어서..."

추후 관련 제도나 시스템을 정비할 계획이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도 이 관계자는 "일단 고민은 해보겠다"는 정도로만 답변했습니다.

[식약처 관계자]
"기자님 말씀해주시는 것은 일단 저희가 고민을 해봐야 할 부분인 것 같고요. 일단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아직 이게 조사가 완료된 게 아니라서 그 수준으로만 답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현재로선 같은 일이 되풀이되어도 이를 방지하거나 사후에라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여전히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상황이 이런데 유명 브랜드사들은 자신들도 제조사에 당한 피해자라는 하소연만 하고 있고, 식약처도 똑 부러진 대책이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피현정 / 유튜브 채널 '디렉터 파이' 운영자]
"식약처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해서 아무런 입장을 표하지 않고 조치도 없습니다. 상호 간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던 걸로 보입니다. 6개월간 피해를 본 것은 소비자들입니다."

이러다 보니 자칭타칭 화장품 전문 유튜버들이 선크림 SPF지수 성분 분석과 확인을 하고, 소비자들은 공인된 지수가 아닌 유명 유튜버의 검증 결과를 따라 제품을 구매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브랜드도 식약처도 못 믿겠다. 차라리 유튜버를 믿겠다"는 건데, 이런 불신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역시 뚜렷한 답변을 내놓진 못했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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