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미국식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되나... ‘재판 전 증거조사’ 민사소송법 개정안 발의
[단독] 미국식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되나... ‘재판 전 증거조사’ 민사소송법 개정안 발의
  • 박아름 기자
  • 승인 2021.06.1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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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개시 전 자료와 증거 상호 공개... 제출 거부하면 징벌적 패소 판결"

▲유재광 앵커= 민사소송에서 미국식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민사소송법 일부개정안'이 오늘(18일) 국회에서 발의됐습니다. '잠자는 법안을 깨워라', 관련 내용을 단독 취재한 박아름 기자와 자세한 얘기 해보겠습니다. 박 기자, 먼저 디스커버리 제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박아름 기자= 디스커버리(discovery)는 영미법 소송법상의 제도로 재판이 개시되기 전에 당사자 서로가 가진 증거와 서류를 상호 공개를 통해 쟁점을 정리 명확히 하는 제도입니다. 우리말로는 ‘증거개시제도’라고 합니다.

이에 따르면 정식 공판 전 소송 당사자가 상대의 요청에 따라 관련 정보나 서류를 공개해야 하는데 합리적인 이유 없이 상대방의 서류 제출 요청을 거절하면 법원의 처벌과 제재를 받게 됩니다. 회사의 경우 소송 시작과 동시에 소송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보존해야 할 의무가 부여됩니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당사자가 사실과 정보를 충분히 보유 · 검토함으로써 쟁점을 명확히 하고, 소송절차 간소화, 소송비용 절감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거대기업이나 국가기관 등을 상대로 하는 소송에서 이른바 정보 편재에 따른 ‘기울어진 운동장’을 상당부분 해소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형사재판에서 배심원단의 결정에 구속력을 부여하는 대배심제 도입과 민사재판에서 디스커버리 제도 전면 도입을 주창하고 있는 대한변협 김관기 부협회장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김관기 변호사 / 대한변협 부협회장]
"기업이 패소할 만한 자료가 분명 있을 텐데 그걸 감추겠죠. 근데 어디 상대방이 갖고 있는 증거를 내놓으라고 강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에요. 그러니까 (자료를) 내놔라 할 수 있는 거고.”

▲앵커= 이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민사소송법 개정안이 발의됐다고 하는데, 누가 발의한 건가요.

▲기자= 네, 검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오늘(18일) 자로 대표발의했습니다. 일단 민사소송에서 당사자는 원칙적으로 자신이 주장하는 사실에 대하여 증명책임을 져야 하는데요. 

이와 관련 조응천 의원은 법안 제안이유에서 “의료나 금융 관련 소송 등 복잡다기한 소송에서의 핵심 증거 및 정보는 대부분 국가, 지자체, 기업, 의료기관 등에 집중되어 있어 일반 국민, 소비자, 환자 등은 자기가 증명하여야 할 사실에 대한 증거 입수가 매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조 의원은 또 “이러한 증거의 구조적 편재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민사소송법은 문서제출명령, 증거보전제도 등을 두고 있지만 실무에서의 소극적 운영, 제재 규정 미흡 등으로 인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증거 수집을 달성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합니다.

나아가 “민사소송에서 사용할 증거와 정보를 수집할 목적으로 형사 고소·고발을 하는 민사사건의 형사화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아울러 지적하고 있습니다.

조 의원은 이에 “우리도 미국의 증거개시제도와 독일의 독립적 증거절차, 일본의 당사자조회 제도 등을 참고하여 우리의 법률 문화에 맞는 소제기 전 증거조사 절차를 신설하고자 한다”고 법안 제안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들이 들어가 있는 건가요.

▲기자= 네, 먼저 ‘민사소송법’ 제2편 제3장 제8절 ‘증거보전’ 부분을 ‘증거보전 및 소제기 전 증거조사’로 확대해 규정함으로서 ‘증거조사’를 명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안 제375조부터 제377조까지는 증거보전과 소제기 전 증거조사의 신청요건과 관할법원, 신청 방식에 대해 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소제기 전 증거조사 절차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 안 제377조의2 및 제378조에서 법원의 변호사 선임명령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상대방을 지정할 수 없는 증거보전 신청의 요건으로 무과실을 추가하고 있습니다.

▲앵커= 증거조사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조항들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 것들이 있나요.

▲기자= 말씀하신 증거보전의 효과를 강화하고 증거은닉과 변조나 조작행위를 제한하기 위해 안 제379조에서 법원이 증거유지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제380조에선 소제기 전 증거조사 절차에서도 법원이 증거유지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규정을 두고 있고요.

그리고 안 제381조는 증거보전 및 소제기 전 증거조사절차에서의 증거조사 방법과 제재 등에 관해 ‘민사소송법’ 제2편 제3장 증거에서 정한 내용에 따라 증거조사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같은 조항은 또 본안 전 증거보전 및 증거개시 기록은 증거조사를 한 법원에 보관하되 소가 제기된 경우에는 소장이 접수된 수소법원으로 기록을 송부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앵커= 다른 내용은 또 어떤 것들이 있나요.

▲기자= 안 제382조는 소제기 전 증거조사절차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증거조사와 관련된 계획을 세우고 방향을 구체화하는 협의기일을 열 수 있도록 하고, 증거개시결과를 정리하는 기일을 열어 증거조사결과 등을 정리하여 조서화 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이어 제383조는 증거보전 및 소제기 전 증거조사절차를 담당한 법원이 어느 단계에서라도 분쟁의 화해적 해결이 예상된다면 화해권고결정을 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디스커버리 제도의 장점인 소송절차 간소화와 소송비용 절감 구현을 위한 취지로 풀이됩니다.

아울러 증거보전 및 소제기 전 증거조사절차 비용 관련해선 향후 본안소송 판결 시 소송비용에 산입되도록 하고, 신청인이 본안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경우라면 상대방은 증거개시절차에 응하기 위해 지출한 비용 청구를 위한 제소명령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규제 조항도 있나요.

▲기자= 증거유지명령에 위반해 증거를 위조, 변조, 조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과태료의 제재를 부과하고 그 밖에 위반행위로 증가된 신청비용 및 소송비용의 전부나 일부를 위반자가 부담하게 하는 등의 조항도 두고 있습니다.

조응천 의원은 "당사자 사이의 실질적 평등을 제고하고 분쟁 초기 단계에서의 정확한 증거 조사를 통해 화해를 권고하여 불필요한 소송을 예방하고 사실심 충실화를 도모하고자 한다“고 제도 도입 취지와 기대 효과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앵커= 취지와 기대효과는 알겠는데, 이게 실제 운용에서 ‘과태료’ 정도 가지고 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데, 어떤가요.

▲기자= 네, 그런 측면도 있는데요. 이와 관련 디스커버리 제도 전면 도입을 주창하고 있는 김관기 변협 부협회장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김관기 부협회장은 ‘징벌적 사실인정’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요구하는 자료에 대한 제출을 거부하면 상대방 스스로 잘못이나 과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판단해 패소 판결을 내리면 된다는 것이 김관기 부협회장의 설명입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김관기 변호사 / 대한변협 부협회장]
“저 사람이 고의로, 명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안 내놓는다. 이건 바로 저 사람이 잘못했다는 걸 뜻한다. 이런 식으로 말하자면 자백 판결을 그대로 인정하는 그런 꼴이 되는 거죠. ‘징벌적 사실인정’이라고 해야 할까. 징벌적인 사실인정...”

▲앵커= 만일, 기업이나 기관에서 ‘요구하는 그런 자료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없는 자료를 어떻게 제출하냐’는 식으로 나올 경우엔 어떻게 하나요.

▲기자= 디스커버리 제도의 취지 자체가 정보 비대칭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려는 것인데 말씀하신대로 이렇게 ‘그런 자료가 없다’고 하고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제도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우려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선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하나는 그런 자료가 없다는 것을 요구를 받은 쪽에서 객관적으로 입증하게 하는 것, 다른 하나는 그런 자료가 없다는 것을 요구를 한 쪽에서 확인 또는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김관기 변협 부협회장의 말을 계속 들어보시죠.

[김관기 변호사 / 대한변협 부협회장]

“(자료를) 뒤질 기회를 준다는 거지. 확인할 기회를 주는 거죠. 상대방에게 기회를 주는 거죠. 내가 가진 증거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상대방에게 준다. 내가 가지고 있는 증거에 대해서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상대방에게 준다.”

김관기 변호사는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변협에 디스커버리 관련한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디스커버리 제도 법안 제출에 대해 “미국식으로 사법을 선진화하겠다는 하나의 시도”라고 평가했습니다.

▲앵커= 디스커버리도 제도이니만큼 결국 운영의 묘에 달렸다는 건데, 일단 법안이 통과되나 지켜봐야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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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름 기자 ahreum-park@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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