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금 안주고 회사 폐업, 다른 회사 설립... ‘비양심 채무자’에 미납대금 받아내기
거래대금 안주고 회사 폐업, 다른 회사 설립... ‘비양심 채무자’에 미납대금 받아내기
  • 유재광 기자, 강천규 변호사
  • 승인 2021.06.15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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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적으로 다른 법인에 채무 책임 물을 수 없어"
"악의적 채무 회피는 새 법인에 책임 물을 수 있어"

▲유재광 앵커= 대법원 주요 판례를 통해 일상에 도움이 되는 법률정보를 알아보는 '강천규 변호사의 잘 사는 법(法)', 오늘(15일)은 '법인격 부인론'과 '개인의 책임'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강 변호사님, 오늘은 어떤 판결 가져오셨나요.

▲강천규 변호사(법무법인 YK)= 법률상담을 하다보면, 어떤 회사와 거래를 했는데 어느 날 회사의 사장이 회사가 어렵다고 회사를 폐업해 버리고 거래대금은 나몰라라 하면서도 그 회사의 사장은 호의호식하고, 심지어 비슷한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수익을 올리면서도 예전의 거래대금은 전혀 해결해 주지 않아 억울함을 호소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이런 문제는 원칙적으로 개인과 회사를 법적으로 별개의 인격체로 인정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인데요. 이러한 원칙을 무조건적으로 유지할 경우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요. 최근 대법원이 개인과 회사가 법인격이 다름에도 서로 간의 책임을 예외적으로 인정한 판결이 있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앵커= 구체적인 사안을 소개해주시죠.

▲강천규 변호사= 사안을 조금 단순화시켜서 말씀 드리면요. 김모씨는 두진칼라팩이라는 상호로 인쇄지함 제조 등 사업을 하는 이모씨에게 토지와 그 지상의 공장건물을 13억원에 매도하였습니다. 두진칼라팩은 법인은 아니고 이씨 개인사업체인데요.

이씨는 세 달 뒤 김씨에게 이 사건 매매 대금 중 미지급액이 1억 6천만원이라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여 주었고, 그 사실확인서에 이씨 자신이 운영하는 개인사업체인 두진칼라팩의 명판과 자신의 인장을 날인해 주었습니다.

이후 이씨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개인사업체인 두진칼라팩을 폐업하고, 폐업신고를 한 다음 달에 인쇄업, 인쇄지함 제조업 등 동일한 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 두진팩을 설립하게 됩니다. 그리고 본인이 대표이사에 취임을 하였습니다.

당시 폐업한 개인기업인 두진칼라팩의 사업장 소재지와 새롭게 설립된 주식회사 두진팩의 본점 소재지는 동일합니다. 이후 김씨는 이씨가 폐업신고를 했는데 실제로 동일한 내용의 목적을 갖고 있는 주식회사를 설립한 것을 알고 주식회사 두진팩을 상대로 매매대금 미지급액을 지급하라고 청구하였는데요. 

이에 대해 주식회사 두진팩은 김씨의 채권이 개인사업체인 두진칼라팩을 운영하던 이씨 개인에 대한 것이므로 별개의 법적 인격체인 주식회사 두진팩에게는 이를 청구할 권리가 없다는 주장을 하여 대법원까지 올라오게 된 사건입니다.

▲앵커= 원칙적으로 이게 법인도 법인격이라고 해서, 법인을 자연인으로서의 사람, 개인과 다른 법적으로 별개의 인격으로 보는 거지요.

▲강천규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법적으로 개인과 회사는 별개의 인격으로 보고 있어서 개인에 대한 채권‧채무와 회사에 대한 채권‧채무는 법적으로 구별이 됩니다. 특히 회사 중에서 우리가 가장 자주 접하는 주식회사의 경우 회사의 주인은 주주인데요.

주주는 회사에 대해서 자신이 인수한 주식의 가액을 한도로 출자 의무를 부담할 뿐 어떤 의무도 부담하지 않고요. 특히 회사채권자에 대해서 주주는 전혀 책임이 없습니다. 따라서 개인에 대한 채권으로 회사에 대해 청구할 수 없고, 회사에 대한 채권으로 개인에 대해서 청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앵커= 그러면 회사 세워서 돈 떼먹고 회사 폐업하고 다른 회사 세워서 다시 또 장사하고,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는 것 아닌가요. 

▲강천규 변호사= 네, 이런 문제 때문에 우리 법원은 예외를 두고 있는데요. 우리 대법원은 회사가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그 실질에 있어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개인의 개인기업에 불과한 경우나, 회사가 배후에 있는 개인에 대한 법률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만들어진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회사의 법인격을 부인해서 배후에 있는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판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법률용어로 '법인격 부인론'이라고 합니다.

비록 외형상으로는 회사의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 법적 효과를 회사에게만 미치게 하고 그 배후의 개인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고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경우가 될 수 있는데, 이런 경우까지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는 것은 형평에 반한다고 해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한다는 이론입니다.

▲앵커= 이번 사안 경우는 법인이 아니고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다 채무를 지게 된 건데, 결과적으로 개인이 진 빚을 그 개인이 세운 다른 법인에 부담시킬 수 있는 건가요.

▲강천규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이런 경우 법적으로는 조금 어렵게 '법인격 부인론'의 '역적용' 사례라고 하는데요.

앞서 법인격을 부인해서 회사에 법인격이 있는데도 그것을 부인해서 개인에게 책임을 물었다고 하면 이것은 반대로 개인이 회사는 설립하지 않고 개인사업장을 운영하다가 회사를 세웠는데 봤더니 그 회사가 영업목적이나 물적 설비, 인적 구성원 등이 동일한 경우에는 그 회사가 회사의 껍데기만 있을 뿐 실제로 개인 기업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 회사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도록 해주는 법적 이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어떤 요건들을 갖춘 경우에 개인에 대한 채무를 회사에 대해 청구하는 게 인정 받을 수 있을까요.

▲강천규 변호사= 우선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새로 설립된 회사의 영업목적이나 물적 설비, 인적 구성원 등이 기존 개인사업체와 동일한지를 따져보아야 하고요. 나아가서 그 회사가 주식회사라고 할 경우에 그 회사의 주주들이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지. 

예를 들어 다 형제들로만 구성이 돼 있다든지 개인이 새로 설립한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다든지, 아니면 회사 설립과 관련해서 개인의 자산이 설립된 회사로 들어갔는지, 들어갔다고 하면 그것에 대한 대가는 충분히 받았는지.

이런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서 결국에는 회사와 개인이 별개의 인격체라고 주장하는 것이 오히려 정의와 형평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회사 설립 전 개인이 부담한 채무라고 하더라도 회사에 대해서 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이번 사안의 경우에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대법원이 판단한 것이죠.

▲강천규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조금 살펴보면 이씨가 개인 사업체로 운영하던 두진칼라팩과 이후 설립한 주식회사 두진팩의 경우 이름부터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인쇄업, 인쇄지함 제조 등 영업목적이 동일하고요. 그 다음에 두진칼라팩의 자산과 부채 등 사업 일체를 주식회사 두진팩에 포괄적으로 양도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한 후 실제로 영업재산을 양수받습니다. 그리고 전에 김씨에게 매수했던 토지와 공장건물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도 주식회사 두진팩 명의로 이전해주고요.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주주 구성을 봐야 한다고 했는데 주주구성을 봤을 때에도 이씨가 50%를, 이씨의 형이 30%, 이씨의 아버지가 20%를 보유하고 있어서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하고 있었습니다. 이씨가 주식회사 두진팩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면이 있었고요.

나아가서 주식회사 두진팩 설립 당시 이씨의 소유였던 13억원 상당의 토지와 공장건물을 두진칼라팩에서 주식회사 두진팩에 넘겨줬는데, 이게 자본금 3억원밖에 안 되는 회사거든요.

그중에서 주식 50%를 취득했다고 하면 산술적으로 봐도 얼마 되지 않는 돈인데 13억원짜리를 넘겨주면서 적은 돈을 받은 것을 보면 실제로 그 회사가 자기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거든요. 이런 종합적인 사정들을 고려했을 때 채무의 이행을 새롭게 설립된 주식회사 두진팩에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앵커= 잘 사는 법. 오늘 내용 정리해 주시죠.

▲강천규 변호사= 개인 사업자와 거래를 하였는데 그 개인 사업자가 채무는 이행하지 않고 폐업을 하고 회사를 차려서 영업을 지속하거나, 반대로 회사와 거래를 하였는데 회사를 폐업하고 개인사업자로 동종의 영업을 하면서도 기존의 채무는 나몰라라 하는 것 때문에 억울해 하시고 분통을 터뜨리는 경우가 많으신데요. 

억울하더라도 원칙적으로는 개인과 회사의 인격이 별개로 취급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만, 오늘 사례와 같이 폐업 후에 나중에 설립된 회사나 개인사업체가 사업장 소재지가 같고, 영업목적이 동일하고, 물적설비나 인적구성이 동일하고, 새로 설립된 회사나 개인사업체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법인격을 부인해서 배후에 존재하는 개인이나 회사를 상대로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법인격 부인론'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참조하셔서 법제도를 악용하여 미꾸라지처럼 책임을 회피하는 비양심 채무자들을 상대로 조금이나마 권리구제를 받으실 수 있게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앵커= 말씀하신대로 악의적이고 비양심적인 채무자들에게는 돈을 쉽게 받아낼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강천규 변호사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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