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갑질, 단체협약 위반" vs "한쪽 말만 들어선 안 돼"

[법률방송뉴스] 앞서 54명의 국립발레단 단원들을 피해자로 국립발레단 강수진 대표 등을 피진정인으로 하는 진정서가 인권위에 접수됐다는 리포트 전해 드렸는데요.

해당 인권위 진정서를 법률방송이 단독 입수했습니다. 계속해서 장한지 기자의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3월 24일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서입니다.

피진정인은 재단법인 국립발레단 강수진 대표와 지난해 12월 24일 KBS에서 방영된 특집 기획 프로그램 '우리, 다시: 더 발레' 실무 작업을 총괄한 국립발레단 홍보팀장 2명입니다.

피진정인 아래론 국립발레단 단원 54명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이 '피해자'로 세 쪽에 걸쳐 길게 적시돼 있습니다.

'진정인' 이영민 변호사는 우연한 계기에 단원들로부터 관련 얘기를 듣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게 됐다고 말합니다.

[이영민 변호사 / 국립발레단 상대 인권위 진정]
"(국립발레단) 단원들과 얘기를 했었는데 당시 촬영 후에 노조 측에서도 발레단에 대책방지를 요구했었는데 그게 잘 이뤄지지 않은 것 같아서 제가 개인적으로 앞으로 무용수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공연하는 것을 보장할 수 있도록 인권위에 진정을..."

이영민 변호사는 진정서 '피해발생 요지'에서 2020년 10월 19일부터 같은 해 11월 22일까지 8차례에 걸쳐 8곳의 촬영 장소를 특정해 단원들의 기본권이 침해당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8곳의 촬영 장소는 전남 신안 염전, 강원도 홍천 은행나무숲, 서울 마포구 서울함공원 소재 배 위, 경남 사천 KAI 비행장 활주로, 경주 불국사, 수원 화성행궁 등 대한민국의 명소들입니다.

이들 대한민국 명소들에서 무리한 촬영으로 국립발레단 단원들의 건강권을 침해했다는 것이 진정서 요지입니다.

[이영민 변호사 / 국립발레단 상대 인권위 진정]
"건강권은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내재된 기본권으로 일단 객관적으로 방송내용을 통해 (침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진정 내용만을..."

[국립발레단 건강권 침해 ➀ 무리한 촬영 일정]

건강권 침해 관련 각론에선 진정서는 먼저 무리한 촬영 일정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정 그림) KBS 촬영 일정은 지난해 10월 19일부터 11월 22일까지 한 달여 간 이뤄졌습니다.

그 사이 11월 4일부터 11월 8일까지 닷새간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해적' 공연이 진행됐습니다.

또 11월 20일부터 연말까지는 전국  각지에서 '호두까기 인형' 공연이 잡혀 있었습니다.

정기공연과 연말 공연 연습 등 사이사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KBS 촬영이 이뤄진 겁니다.

진정서에 따르면, 프로그램 촬영 중 부상을 입었음에도 '해적' 공연 리허설에 참여해야 했기 때문에 병원에도 갈 수 없을 정도로 빡빡한 일정이었습니다.

"시간적 여유가 없고 건강도 많이 악화돼 있음에도 이 사건 프로그램 촬영 일정을 무리하게 추진해 피해자들의 건강권을 침해했다"고 진정서는 적고 있습니다.

[이영민 변호사 / 국립발레단 상대 인권위 진정]
"누구나 건강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 사안은 촬영에 참여한 단원들이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내재돼 있는 건강권을 침해받았다..."

[국립발레단 건강권 침해 ➁ 공연 안전보호 장치 미비]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은 공연 안전과 무용수 보호 미비입니다.

발레 슈즈는 운동화 같은 충격 흡수 기능이 없어 충격 흡수를 위한 탄성 바닥 설치가 필수입니다.

국립발레단 노사 단체협약도 “국립발레단에서 진행하는 모든 공연엔 댄스우드 설치를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KBS 촬영 당시엔 이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염전에서 발끝을 세워 걷다 미끄러지는가 하면 무릎을 꿇는 동작을 하게 해 무릎 아래가 소금물에 전부 젖기도 했습니다.

그밖에 숲속, 균일하지 못한 흙바닥, 심지어 철로 된 함선 바닥이나 돌다리, 아스팔트 위에서 발끝을 세워 걷게 하거나 점프를 하는 등의 위험한 동작을 반복해 시켰습니다.

무용수의 동작을 지지하지 못해 흙바닥이 파일 정도로 무용수에 충격이 전해졌고, 발레리나의 토슈즈는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졌습니다.

진정인은 "탄성이 있는 무대나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야외에서 이 사건 프로그램 촬영을 할 것을 지시함으로써 피해자들의 건강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입니다.

[이영민 변호사 / 국립발레단 상대 인권위 진정]
"단체협약에는 공연을 할 때 단체 댄스우드를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그 규정을 넣은 이유가 그만큼 회사 측에서도 맨바닥에서 공연을 한다는 게 위험한 행위라는 것을 잘 인지를 하고 있다는..."

"댄스우드 설치가 불가한 경우 노사가 협의하여 댄스우드 설치 없이 공연을 진행할 수 있다"는 단체협약 예외 조항에 대해서도 별다른 협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피해자 측의 주장입니다.

[이영민 변호사 / 국립발레단 상대 인권위 진정]
"이 사건의 경우에는 피해 단원들도 이런 환경을 예상하지 못하고 촬영에 임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미 도착한 상황에서 이런 상황이 벌어지니까 뭔가 체계적으로 조치를 취하거나 항의를 할 틈새 없이 그냥 촬영에 임하게 된 부분이 있는..."

[국립발레단 건강권 침해 ➂ 난방 시설 미비]

촬영이 마무리된 11월 22일은 겨울 초입으로 특히 야외는 찬바람과 함께 날씨가 상당히 쌀쌀했습니다.

"당시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져 패딩을 입고도 추위에 떨 정도의 날씨였다. 그럼에도 타이즈와 얇은 소재의 의상을 입고 공연을 해야 했다"는 것이 피해 단원들의 말입니다.

실제 방송 영상을 보면 추위에 발이 굳어 핫팩을 슈즈를 신은 발 위에 올려놓은 장면 등이 '살을 에는 바람', '얇은 의상으로는 버티기 힘든 강추위' 등의 자막과 함께 여과 없이 방송됐습니다.

그 외에도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던 시기에 한 방에 20여명의 단원들을 다닥다닥 몰아넣고, 촬영대기를 시키는 등 한마디로 무용수들의 인권과 안전은 뒷전이고 촬영에만 급급했다고 진정인은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영민 변호사 / 국립발레단 상대 인권위 진정]
"추운 날씨 얇은 공연 의상만 입고 공연하게 해서 감기 같은 질병이나 부상 위험에 노출시켰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코로나 확산 예방 수칙을 준수하지 않고 한 방에 여러 단원들을 대기시켜서 코로나 감염 위험에 노출시켰다..."

이이 관련 국립발레단 측은 "노조위원장과 구두로 촬영 일정에 합의했고, 단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했다"며 "단원 편의와 관련해서도 무용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캐스팅 권한을 쥔 발레단 측에 울며 겨자먹기로 응할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다"며 "제대로 된 동의가 아니었다"고 반박합니다.

[이영민 변호사 / 국립발레단 상대 인권위 진정]
"캐스팅 권한이 경영진 측에 있다 보니까 구조적으로 거절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고 그리고 동의라는 것은 촬영을 하겠다는 것에 동의를 했지만 이런 환경일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죠. 제대로 된 동의라고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에 이 변호사는 진정서에서 "당시 피해 단원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환경을 개선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경영진 측은 'KBS에서 시키는 대로 하라'며 묵살했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관련해서 법률방송 취재에 응한 국립발레단 한 단원은 "혹시 불이익을 받을까 봐 무서워서 개인면담 당시 단원들이 다 괜찮다고 말했다"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국립발레단 측 관계자는 "한쪽 말만 듣고 보도가 나가면 안 된다"며 "피해자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저희 단원 국립발레단 소속인데 외부의 사람들이 아니니까 애매한 상황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국립발레단 내부의 일이 인권위로 번진 데 대한 아쉬움과 난감함을 나타내는 취지로 보이는데, 이 관계자는 "국립발레단 내부적으로 정리를 한 뒤 어떤 입장인지 말씀을 드리겠다"고 밝혔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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