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시민들 결정 구속력 갖는 배심제 도입 필요... 여론 재판은 경계해야"

[법률방송뉴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이 오늘(1일)부터 공식 시판됐는데, 정치권과 법조계, 일반 네티즌들까지 찬반 공방으로 시끌시끌합니다. 

법정에선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무슨 회고록 출간이냐는 비판이 있는가 하면, 검찰과 언론이 외면한 못 밝힌 진실을 밝힌 책이라는 옹호도 있습니다.   

이렇게 각자 성향과 입장에 따라 같은 회고록을 두고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리는데, 조국 전 장관 재판이 만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런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 토론회가 열렸다고 하는데, 어떤 토론회인지 박아름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금요일 저녁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정의실.

은발의 강연자가 빔 프로젝트 영상을 띄어놓고 이른바 ‘열강’을 하고 있습니다.   

[김종민 변호사 / 바른사회운동연합 공동대표]
“‘조국 사건’이 법정에 가서 배심재판으로 진행된다고 할 때, 과연 잘 진행될 수 있을까. 그 결과에 대해선 어떻게 할까. 그 다음에...”

‘조국 전 장관 재판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하는 돌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강연자.

20년간 검찰에 있으면서 법무부 인권정책과장과 대전지검 홍성지청장 등을 지낸 검찰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초기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입니다.

[김종민 변호사 / 바른사회운동연합 공동대표]
“이번에 한강에서 사망한 의대생 사건 때문에 난리가 났는데, 제가 그래서 이 사건도 그렇고. 그 다음에 또 하나 정치적 사건입니다만 ‘조국 사태’를 보면서 만약에 국론이 극도로 분열이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 이걸 어떻게 할 거냐.”

거듭 조국 전 장관 사건을 언급하는 김종민 변호사.

이날 강연은 일반 시민들이 재판 과정에 참여하는 배심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법조인 모임인 ‘배심제도 연구회’ 주최로 열린 제14차 정기 토론회입니다.     

이날 주제는 프랑스의 형사배심제도.

김종민 변호사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주 프랑스대사관에서 법무협력관으로 파견을 나가 근무한 이력을 바탕으로 오늘 발표에 나섰습니다. 

[김종민 변호사 / 바른사회운동연합 공동대표]
“프랑스나 유럽에선 전부 다 뭐냐면 한정된 사법자원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공판중심주의로 재판할 가치가 있는 사건만 공판중심주의로 하고 나머지 이미 자백하고 증거를 다 확보했고 양형 결정만 필요한 사건들은 빨리빨리 하는 신속절차로...”

일반 시민들이 재판에 참여하는 미국식 배심제는 배심원단은 유무죄만 판단하고 양형은 판사가 정합니다. 

반면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참심제는 배심원단이 유무죄 판단은 물론 양형 결정에도 관여합니다.

프랑스 ‘중죄법원’의 경우 심리 및 평결에 재판장을 포함해 직업 법관과 일반 시민인 배심원단이 비밀투표로 똑같이 각 1표씩의 투표권을 행사합니다. 

[김종민 변호사 / 바른사회운동연합 공동대표]
“아까 제가 10년 이상의 법정형에 해당되는 것은 배심재판의 중죄법원에서 한다고 했고 10년 미만은 일반 3인 합의부 재판에서...” 

법관보다 배심원단 수가 더 많은 것을 감안하면 시민 대표인 배심원단에 더 큰 권한을 부여한 건데, “시민은 그의 대표자를 통해 통치한다”는 프랑스 대혁명 정신에 입각한 제도입니다.  

우리나라도 지금처럼 권고적 효력만 있는 국민참여재판이 아닌 배심원단의 결정이 구속력이 있는 배심제를 도입할 때가 됐다는 것이 김종민 변호사의 전체적인 강연 취지입니다.

[김종민 변호사 / 바른사회운동연합 공동대표]
“그러니까 지금 현재 있는 법원 시설을 그대로 유지하고, 그 다음에  판사도 더 늘리지 않고 어떻게 하면 현재 있는 사건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면서 배심재판도 도입할 것인가. 그게 굉장히 중요한 핵심입니다. 그것이 안 되면...” 

배심제가 전면 도입되더라도 모든 사건을 다 배심재판으로 진행할 수는 없다는 취지인데, 프랑스는 범죄의 경중에 따라 법원을 달리해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구금형은 ‘중죄법원’에서, 10년 미만 구금형 및 3천750유로 이상 벌금형은 경죄법원에서 3천유로 미만 ‘위경죄’에 대해선 ‘경찰법원’에서 재판을 합니다. 

법원의 불필요한 사법적 개입으로 인한 비효율성, 형자재판 장기화, 재판 병목현상 등을 제거하기 위한 취지입니다. 

가령 절도 등 이른바 ‘길거리 범죄’에 대해선 ‘즉시기소 사건’이라고 해서 체포 후 48시간에서 72시간 안에 선고가 내려집니다.  

[김종민 변호사 / 바른사회운동연합 공동대표]
“제가 연수 갔다가 제일 충격 받았던 사건이에요. comparution immediate(즉시기소)라는 게 있는데 이게 뭐냐면 길거리에서 절도 같은 이런 현행범으로 체포되잖아요. 체포된 사람을 48시간 정도 만에 1심 선고까지 끝내는 제도가 있더라고요. 여러분 상상이 되십니까. 48시간 내에 1심 선고까지 돼요."

자백하고 증거가 이미 확보되어 양형 결정만 남은 사건은 굳이 법원 재판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법경제학적 관점에 기초한 제도라는 것이 김종민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관련해서 프랑스는 지난 2004년 유죄를 인정하고 형량을 협상하는 미국식 플리바기닝 제도를 전면 도입했습니다. 

프랑스에선 CRPC, ‘미리 유죄를 인정한 경우의 소추절차’라고 부르는데 6개월 이하 구금형이나 벌금형에 대해 검사가 제안한 형을 판사가 승인하는 절차로 진행됩니다.

피고인의 방어권을 무력화 할 수 있는 미국식 제도 도입에 초기엔 반발도 극심했지만, 지금은 “막힌 하수구를 뚫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고 김 변호사는 말합니다.

[김종민 변호사 / 바른사회운동연합 공동대표]
“보고서에 ‘막힌 하수구를 뚫는다’ 이런 표현이 돼 있더라고요. 사건이 엄청나게 적채돼 있으니까 이 방식으로 뚫는데, 중요한 것은 이것 때문에 프랑스가 난리가 났었어요, 당연히. 변호사협회에서도 막 들고 일어나고 판사노조, 검사노조에서 들고 일어나가지고 ‘이거 안 된다’ 난리를 쳤는데 어쨌든 의회에서 해가지고 밀어붙였는데 지금은 이 제도가 완전히 정착이...”  

김종민 변호사는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재판부 한 곳이 기일 한 날 수십 건에 달하는 재판을 진행하는 현행 제도에서 심도 있는 재판이 진행되겠냐는 의문과 비판의 목소리를 냅니다.

[김종민 변호사 / 바른사회운동연합 공동대표]
“(프랑스에선) 이 배심재판을 하려고 하면 지금 한 사건을 3일 동안 하는데 우리 같은 경우에 형사합의부서 한 기일에 사건 몇 번을 합니까. 비교 자체가 안 되는 거죠. 수십 건을 하니까.”

이에 김종민 변호사는 우리나라도 신속절차 제도 도입을 전제로 재판 효율성과 피고인 방어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배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김종민 변호사 / 바른사회운동연합 공동대표]
“배심재판을 전면 내지는 부분적으로 도입하려면 반드시 그에 비례해서 신속절차로 간이재판절차가 대폭 들어와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신속절차, 간이절차가 완비돼있지 않으면 배심제 도입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거다. 그러면 우리나라 형사사법절차가 마비될 수 있을 거다...”

관련해서 김종민 변호사는 200년 이상 중죄법원 배심재판을 운영해 온 프랑스가 지난 2019년부터 직업법관 5명으로 구성된 ‘형사법원’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배경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언뜻 배심제의 후퇴 같을 수도 있지만, 제반 여건을 감안하면 ‘배심재판의 충실화’라는 게 김종민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김종민 변호사 / 바른사회운동연합 공동대표]
“원래는 정상적으로 하면 (양형이) 10년 이상으로 해서 중죄법원 재판으로 처리, 재판을 해야 하는데 배심재판이 너무 오래 걸리니까. 이거는 이제 피고인도 귀찮고 힘들고. 피해자도 힘들고 이러니까. 적절히 해가지고 배심재판으로 안보내고 10년 미만의 법정형을 적용해가지고 경죄법원에서 일반 직업 법관이...” 

다만 배심제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선입견이나 예단이 형성되거나 여론이 극단적으로 양분되는 사건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는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김종민 변호사는 말합니다.   

[김종민 변호사 / 바른사회운동연합 공동대표]
“특히 이번 정부 들어와 가지고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극도의 국론 분열 상황을 경험하면서 우리가 그런 문제에 대해선 조금 더 허심탄회하게 우리가 사회적 논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일단 사회적 논란과 부담이 적은 소년법원 사건부터 시험적으로 배심제를 도입해보자는 게 김종민 변호사의 제언입니다. 

[김종민 변호사 / 바른사회운동연합 공동대표] 
“소년법원 같은 경우엔 굳이 직업 법관이 다 관여할 필요가 없을 거 같거든요. 그래서 국민들의 저항감도 없고 사회적으로도 한번 크게 부담이 없는 소년재판부터 한번 배심재판을 전면 도입해보는 건 어떨까...”  

한 시간가량 발표가 끝난 뒤 이어진 자유토론 시간엔 성폭행 피해자 측의 기자회견 등을 사례로 배심제를 포함한 프랑스 사법제도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배심제도 연구회 회원] 
“지금 성추행 관련해서 자살을 하신 사건이 나오는데 일부 변호사님들이 고소하면서 바로 기자회견 하면서 혹시 프랑스에선 이런 문제 해결하는 제도라든가 아니면...”

[김종민 변호사 / 바른사회운동연합 공동대표] 
“그래서 프랑스에는 뭐가 있냐면 일단 판사와 검사, 그리고 경찰들에 대한 ‘직무상 비밀누설 금지 의무’가 확실히 정착이 돼 있고요. 변호사들에 대해서도 수사에 참여한 것을 밖에서 오픈하지 못하도록...”  

정기 토론회를 주최하고 있는 배심제도 연구회 회장 박승옥 변호사는 토론회가 끝난 뒤 법률방송 취재진과 만나 전관예우 등 사법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선 배심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토론회 개최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박승옥 변호사 / 배심제도 연구회장] 
“사법 불신이 OECD 국가에서 가장 높아서 신뢰도가 꼴지를 기록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선진국의 배심제도를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것이 우리 국민들에게 필요하다, 그런 입장에서...”

지난 2018년 4월 설립된 배심제도 연구회는 그동안 배심제도 관련한 서적이나 논문 발간, 토론회 개최 작업 등을 꾸준히 해오며 배심제 도입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박승옥 변호사 / 배심제도 연구회장] 
“3천400여 쪽에 달하는 (세계 각국) 대배심 규정들을 지금 완역을 지난주에 했습니다. 그런 기본적인 법령들을 토대로 우리 법조에 제공을 해서 논의가 활성화되고 이것이 제도화되는 날을 앞당기도록 저희는 그렇게 노력하려고...”

배심제도 연구회의 연구와 노력이 실제 배심제 도입 결실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박아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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