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월급은 쥐꼬리, 폭언, 성폭행 논란까지... 변협, '변호사 실무수습처 감독' 회칙 개정 추진
[단독] 월급은 쥐꼬리, 폭언, 성폭행 논란까지... 변협, '변호사 실무수습처 감독' 회칙 개정 추진
  • 장한지 기자
  • 승인 2021.05.26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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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 단 한 번도 감독권 행사한 적 없어... 관리·감독 근거 규정 마련 필요"

[법률방송뉴스] 자신이 고용한 초임 여성 변호사를 여러 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중견 로펌 대표변호사가 오늘(26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해당 변호사의 죽음에 피해 여성 변호사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 사건을 맡고 있는 '성범죄 피해 전문' 이은의 변호사는 변호사 실무 수습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수습 시절부터 일종의 '길들여짐'을 당한다는 건데, 이런 가운데 대한변협이 '변호사 실무수습처 감독'을 골자로 하는 변협 회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해당 개정안은 변협 상임이사회는 통과됐고, 이르면 다음 주 월요일 총회에서 논의될 예정입니다. 장한지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변호사시험 합격 이후 이른바 수습 시절부터 가르쳐 왔던 후배 초임 변호사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A 대표변호사가 오늘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타살 혐의점은 없고 현장에선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은의 변호사 / '초임 변호사 성폭행 사건' 법률대리인]
"다 변호사니까 알고 있단 말이에요. 이 정도 상황이면 어떤 정도의 상황들이 남아있고 어떤 정도의 책임을 져야 하는지 알고 있는데 지금 그런 선택을..."

사건을 맡고 있는 이은의 변호사는 "A 변호사의 죽음 자체에 대해선 안타까움과 애도를 표한다"면서도 "피해 여성 변호사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이 됐다"고 냉정하게 말합니다.

[이은의 변호사 / '초임 변호사 성폭행 사건' 법률대리인]
"이것은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최악의 상황인 게 마치 의혹이 있는 상황에서 피의자가 되게 죽음에 내몰린 것 같은 의심과 의혹에 결국 남겨지고..."

어렵게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이제 막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됐는데, 자신이 당한 성폭력 피해가 고스란히 자신 삶의 짐으로 남았다는 게 이은의 변호사의 말입니다.

[이은의 변호사 / '초임 변호사 성폭행 사건' 법률대리인]
"사실 아직 '초짜 변호사'예요. 그런데 지금 이렇게 되면 이 변호사가 생활을 제대로 할 수가 있겠어요. 굉장히 어렵게 결심해서 (고소를) 했는데 결국 이렇게 자기가 용기 냈던 정당한 피해자로서 소명하고 받고자 했던 그 과정 자체가 자기 삶의 짐이 돼버렸잖아요."

사무실과 법원을 오가는 차량 안에서 여러 차례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는 이른바 '초짜 변호사'.

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법을 업으로 삼는 변호사가 어떻게 그렇게 수개월 간 무기력하게 피해를 당하고 있었을까.

[이은의 변호사 / '초임 변호사 성폭행 사건' 법률대리인]
"이 사람들이 내부적으로 성희롱에 대해서 다 법 공부하니까 잘 알아? 아니잖아요. 그런데 로펌이나 이런 법률사무소, 대부분 소형이 많은데 교육이 따로 이뤄지기 어렵잖아요."

변시 합격 후 로펌에서 받는 실무수습 과정 자체가 문제가 많다는 것이 이은의 변호사의 지적입니다.

6개월 수습 기간 동안은 정식 변호사가 아니어서 정작 변호사 업무는 맡기지 못하는데 교육을 시키면서 월급은 줘야 하는, 특히 중소형 로펌에서 수습 변호사는 일종의 '계륵' 같은 존재라는 겁니다.

[이은의 변호사 / '초임 변호사 성폭행 사건' 법률대리인]
"접견을 단독으로 보낼 수가 있기를 하나 조사 배석을 시킬 수가 있나. 걔 이름으로 서면을 쓸 수가 있기를 하나. 수습 과정 자체가 이미 그래요. 어디로 혼자 독립적으로 보낼 수가 없어서 그냥 데리고 다녀야 하는 상황인데..."

심지어 최저임금도 못 받는 경우는 물론, 2018년 변협 조사 결과에 따르면 법률사무 종사기관에 오히려 비용을 지불하고 실무수습을 한 경우도 있습니다.

[A 변호사 / 제7회 변시 합격자]
"'오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조건부처럼 얘기하시면 참 찝찝하고 불안한데 못하겠다고 하기에는 난감하고..."

이런 열악한 처우와 환경에도 수습 변호사 모집공고를 내면 지원자들이 쇄도하는 현상이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실무 수습을 받지 못하면 로펌에 취업하거나 개업을 할 수 없는데, 해마다 1천 800명 안팎으로 변시 합격자는 쏟아져 나오고, 연수나 수습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관과 인원은 한정돼 있습니다.

[B 대표변호사]
"공고를 올리니까 저희가 1명 뽑으려고 했는데 100~200명 이렇게 오는 거예요, 수습 받겠다고 온 사람들이. 사실 저희가 페이(월급)를 안 줬어요. 오면 그래도 사람이니까 밥 먹여주고 교통비 1만원 줬나, 한 번 올 때마다. 그래도 서로 하겠다는 거예요."

이러다 보니 수습 교육을 빙자한 열정페이나 폭언 등 이른바 '블랙 로펌'들의 갑질 횡포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C 변호사 / 제7회 변시 합격]
"엘리트 의식을 좀 가지고 계신 게 아닌가. 저희들을 다른 집단처럼 어떤 본인들이 좀 더 법조계 내에서도 특권을 가진 집단이라고 느끼고 계신 건 아닌지..."

대표변호사에 의한 초임 여성 변호사 성폭행 사건은 이런 부작용이 극단적으로 발현된 경우라는 게 이은의 변호사의 말입니다.

[이은의 변호사 / '초임 변호사 성폭행 사건' 법률대리인]
"실무수습제도가 지금 얼마나 문제가 많은데 이 실무수습제도가 사실은 어떻게 보면 중소형 로펌에서는 애들 피 빨아먹고 '순종 훈련'시키는 과정이 돼 버리고 막말로..."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라고 거듭 목소리를 높입니다.

[이은의 변호사 / '초임 변호사 성폭행 사건' 법률대리인]
"중소형 로펌에서 애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착취당하고 순종적으로 길들여지는 법조계에 되게 좋은 분들도 많지만 법조계의 문제가 이런 부분에서 많다고 생각하고. 총체적 난국이에요, 총체적 난국..."

더 큰 문제는 상황이 이럼에도 제대로 된 실태 파악이나 조사가 사실상 전무하고, 할 수도 없다는 점입니다.

대한변협에서 나서서 중소로펌 등을 상대로 감독하려 해도 관련 근거 규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김민규 변호사 / 대한변협 교육이사]
"변협이 한 번도 감독권을 행사한 적이 없어요. 회칙조차 만들어놓지 않았거든요. 이번 총회에서 수습처 감독에 관한 근거 회칙이 통과가 되면..."

이에 변협은 수습처 관리·감독에 대한 근거 규정을 회칙에 마련하는 회칙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변협 상임이사회는 통과했고 총회 의결을 남겨놓은 상태입니다.

[김민규 변호사 / 대한변협 교육이사]
"수습처에 대해서 간섭을 많이 하게 되면 기존의 일자리도 줄어들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감독을 한다고 하더라도 일단 실태조사를 하고 우수 수습처를 발굴해내고 널리 알리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다음 주 월요일 열릴 예정인 변협 총회에서 해당 회칙 개정안이 통과되면, 법무부 인가를 거쳐 효력이 발생하게 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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