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과중" vs "직무유기"... 경찰 수사 검증 시스템 마련 등 제도 개선 필요

 

[법률방송뉴스] 억울한 일을 당해 경찰서에 고소장을 냈는데 경찰이 접수를 안 해줍니다.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어, 할 수 있겠지만 실제 이런 일을 당했다는 제보가 법률방송에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취재했습니다. 왕성민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 노원구의 한 중국집입니다.

일흔에 가까운 식당 주인 A씨는 올해 초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왠지 모르게 어디선가 돈이 새고 있는 듯한 정황을 발견한 겁니다.

[A씨 가족] 
“저희 어머니가 직접 그 배달원이 그만두기 전에 한 3달 전인가 그때 발견을 하셔가지고 그때부터는 직접 다 체크를 하셨거든요. 진짜 카드를 받았는지를..." 

알고 보니 10년 넘게 일한 종업원이 손님들에게 현금으로 받은 음식 값을 몰래 빼돌리고 있었다는 게 A씨 측의 주장입니다.

[A씨 가족] 
"영수증이 가짜 영수증인지를 그때부터 체크를 하신 거예요. (종업원은) 아니라고 일단 발뺌하셨죠."  
 
가족처럼 대해줬는데, 사과만 해도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딱 잡아떼는 데 배신감을 느낀 A씨는 변호사를 통해 노원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건 고소장 제출 이후 벌어졌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경찰서에서 고소장을 받아주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A씨 가족] 
“아예 (접수를) 안 하셨어요. 이거는 기소가 안 돼, 이렇게 하면 기소가 안 될 거다, 이렇게 하셔서 저희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니까..." 

변호사가 직접 경찰서를 찾아가 봤지만 경찰의 태도는 요지부동,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담당 변호사는 고소장 접수 자체를 안 받아주는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며 황당해 합니다.

[김민규 변호사 / A씨측 법률대리인] 
“고소장은 원래 제출하게 되면 특별한 사유가 없이는 고소장 접수를 거부해선 안 되는데 이 사건 같은 경우에는 고소장을 저희가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수사관이 고소장 접수 자체를 받아주지 않은..." 

더 황당한 건 경찰서에서 고소를 진행하려면 피해자 측에서 참고인 진술이나 관련 증거들을 더 수집해 오라며 경찰이 해야 할 일을 민원인에 떠넘겼다는 점입니다.  

[김민규 변호사 / A씨 측 법률대리인] 
“저희한테 참고인들한테 일일이 다 연락을 해가지고 그 참고인이 관계된 확인서라든지 참고인에 대한 어떤 그런 사실상 수사관이 해야 될 업무까지 저희가 다 하라고 떠넘긴..." 

고소장 접수는 안 받아주고 강제수사권도 없는 일반인한테 관련 자료를 모아오라고 하는 게 말이나 되냐는 것이 김민규 변호사의 지적입니다.  

[김민규 변호사 / A씨 측 법률대리인] 
“이제 사실 수사라는 게 기본적으로 이제 강제수사나 또는 공권력을 가지고 진행되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일반 민원인이 갖고 있지가 않은데도 불구하고 저희한테..." 

이에 대해 노원경찰서 관계자는 고소장 접수를 거부한 게 아닌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일단 임시로 받아두고 고소장을 좀 더 보강해서 제출하라는 취지였가는 것이 노원경찰서의 해명입니다. 

[노원경찰서 관계자] 
"고소장을 이제, 고소장이 들어오면 임시접수가 됩니다. 임시접수 된 상태에서 서로 대화를 해가지고 이거를 계속 진행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대화를 합니다. 그래가지고 아마 서로 합의하에 그 좀 보충해서 나중에 접수를 하겠다고 해서 반려조치가 된 걸로..." 

참고인 진술 등 확인서를 받아오라고 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노원경찰서 측은 오해라고 해명했습니다.   

현금으로 음식 값을 지불한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진술서를 다 받아오라고 했겠냐는 겁니다.  

[노원경찰서 관계자] 
"이게 가능한 얘기가 아니잖아요. 그게 아마 약간의 이제 서로가 받아들이거나 말하는 거에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그게 몇 년치를 어떻게 가능한 얘기겠어요. 한번 물어봤답니다. 이게 이제 혹시 남은 거라도 가져와라. 증거자료라도. 그렇게 된 걸로..."  

하지만 중국집 주인 측의 반응은 다릅니다. 어떻게든 고소를 안 받아주려 하다고 문제가 불거지니까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A씨 가족] 
"사람을 한 건 한 건을 다 무조건  확인을 하셔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기소될 가능성이, 기소 가능성이 이렇게 되면 지금 자료로는 없다고 하셔서 이런 걸로는 기소 안 된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시니까. 귀찮아하는..."   

더 큰 문제는 이런 사례가 비단 이번 노원 중국집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이창현 교수 / 한국외대 로스쿨] 
“고소인 입장에서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빨리 접수를 해서 되든 안 되는 각하라도 해야지 검찰에 가서 다시 추가조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받을 수 있으니까. 각하제도 같은 거 활용을 해야지. 접수를 안 하면..." 

그 이면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 수사 권한이 강화되면서 업무 부담이 급증한 데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면기 교수 / 경찰대학교] 
“경찰이 모든 사건을 다 수사할 수 있으면 좋죠. 그리고 모든 사건을 다 민원인 또는 고소인들이 원하면 해줄 수 있으면 좋은데 어쨌든 그게 물리적으로 인력으로라든가 불가능한 부분이, 이론과 현실의 충돌인데..." 

고소사건 기소율이 20% 안팎에 머물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경찰 부담도 덜면서 경찰 처분에 민원인도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나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면기 교수 / 경찰대학교] 
“지금 최근에 이제 형사절차 변화에 따라서 그런 부분에 많은 우려도 생기고 또 이제 공백이라면 공백이랄까요. 그런 게 있는 게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좀 빨리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한 부분인데...."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 권한이 커지면서 업무부담도 함께 늘어나며 이런저런 잡음과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사권 조정의 취지를 살려 국민들의 권익이 침해받는 일이 없도록 경찰의 고소장 접수와 수사 검증 등 시스템 정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왕성민입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