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물리적으로 철거할 수 없는 경우 아니라면 토지주 원상회복 청구 따라야"

▲유재광 앵커= 일상생활에서 부딪칠 수 있는 법률문제를 법제처 생활법령정보와 함께 알아보는 ‘알쏭달쏭 솔로몬의 판결’, 오늘은 아스팔트 포장 철거 얘기해보겠습니다. 박아름 기자, 오늘은 어떤 상황인가요. 

▲박아름 기자= 네, MH라는 회사는 공장을 신축하면서 옆에 있는 밭을 공장 진출입로로 사용하기 위해 밭주인인 나민지의 허락을 받고 밭 위에 가볍게 아스팔트 포장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나민지는 밭을 이지성에게 팔았고 이지성은 또 신재철에게 밭을 되팔았습니다.

이 과정에 아스팔트 포장은 끝이 난 상태인데, 밭을 산 신재철이 아스팔트포장 때문에 밭을 온전하게 사용하기 어렵다며 MH회사에 아스팔트포장을 철거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입니다. 이 경우 회사 측에서 아스팔트를 뜯고 원상복구를 시켜줘야 하는지가 쟁점입니다. 

▲앵커= 양 측 입장은 어떤가요. 먼저 새 땅 주인 입장부터 볼까요. 

▲기자= “새로 산 내 밭 위에 아스팔트포장이 되어 있어서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아스팔트 포장만 걷어내면 밭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깐 당장 아스팔트포장을 철거해 달라”는 게 땅을 새로 매입한 신재철의 입장입니다.

한마디로 “내 땅인데 내가 필요한 용도대로 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으니 아스팔트를 철거해 줘야 한다”는 취지로 회사를 상대로 소송한 겁니다. 

▲앵커= 회사 측 입장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회사 측은 먼저 “우리는 원 주인인인 나민지의 허락을 받고 아스팔트 포장을 했다. 그리고 밭주인이 이지성으로 바뀌었을 때에도 아스팔트 포장 중이었는데 이지성도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매입 당시 밭에 아스팔트가 있는 걸 모르는 상태도 아니었던 만큼, 새 주인인 신재철도 묵시적으로 해당 부분을 아스팔트 도로로 이용하는데 동의한 거로 봐야한다. 철거 할 수 없다”는 게 회사 측의 반박입니다. 

▲앵커= 법원은 누구 손을 들어줬나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새 땅 주인인 신재철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대법원은 먼저 “이 사건 도로부지는 종래 밭으로 사용되었는데 해당 도로부지에서 아스팔트를 제거하는 데 과다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 않고, 사실적·물리적으로 충분히 분리복구가 가능한 상태”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 도로부지의 포장은 원고가 이 사건 도로부지를 당초 용도에 따라 밭으로 사용하고자 할 경우에는 불필요하고 오히려 원고의 소유권 행사를 방해하는 것“이라는 게 대법원 판단입니다.

대법원은 이에 “원고는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의 행사로써 피고에 대해 이 사건 도로부지의 포장에 대한 철거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다264307 판결).

▲앵커= 회사 입장에선 땅 살 때는 아무런 문제제기를 안 하고, 산 뒤에 “내 땅이니 저거 철거해 달라”고 하면 좀 억울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말씀하신 질문은 부동산 소유자의 '방해배제청구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와 연결됩니다. 우리 법원은 이런 경우 철거 대상을 해당 부동산의 '구성부분'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말이 좀 어렵긴 한데, 분리나 철거가 아주 어렵거나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들거나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는 철거하고 싶어도 철거를 할 수 없는 상황일 수 있는데요. 이 경우 부동산 소유자의 방해배제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우리 대법원 판례입니다.   

“부동산에 부합된 물건이 사실상 분리복구가 불가능하여 그 부동산과 일체를 이루는 부동산의 구성부분이 된 경우에는 그 물건의 소유권은 부동산의 소유자에게 귀속되어 부동산의 소유자는 방해배제청구권을 바탕으로 한 부합물의 철거를 청구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입니다.

하지만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하지만 부합물이 이와 같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그 물건의 소유권이 부동산의 소유자에게 귀속되었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부동산의 소유자는 방해배제청구권에 기하여 부합물의 철거를 청구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8다264307 판결).

▲앵커= 말이 좀 어려운 거 같은데 좀 더 쉽게 설명해 주신다면. 

▲기자= 쉽게 말해 이 사안에서 도로 이용자인 회사가 토지 소유권자에 사용료를 내는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해당 시설의 분리나 철거가 사실상 불가능할 경우엔 철거를 안 해도 되지만, 거꾸로 분리가 가능한 경우라면 소유자의 방해배제청구권을 인정해 철거해줘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이 “사실적·물리적으로 충분히 분리복구가 가능한 상태”라는 점을 판결문에 적시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따라서 MH회사가 이전 밭주인인 나민지, 이지성의 허락을 받고 아스팔트포장을 했더라도 새로운 밭주인인 신재철이 아스팔트포장을 철거해 달라고 한다면, 그리고 철거가 물리적으로 가능한 상황이라면 MH회사는 신재철의 밭에 있는 아스팔트 포장을 철거해야 할 것”이라는 게 법제처 설명입니다. 

▲앵커= 네, 전 토지 주인의 허락 여부와 상관없이 원상회복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건데, 방해배제청구권 얘기 잘 들었습니다. 

/ 법률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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