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서적 내용이 신청인들의 인격권 침해한다고 볼 수 없어"
소송 대리인 "납북자 가족들로 신청인단 구성해 가처분 재신청"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법률방송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의 판매와 배포를 금지해달라며 시민단체들이 낸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박병태 수석부장판사)는 14일 "신청인들의 주장과 제출 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신청을 구할 피보전 권리나 그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사건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출판사 민족사랑방이 지난달 1일 ‘세기와 더불어'를 국내 최초로 정식 출판하면서 국가보안법 위반 및 언론·출판의 자유 논란이 일었다. 김일성의 항일 투쟁을 담은 이 책은 북한의 원전과 똑같은 내용으로 전 8권으로 구성됐다. 대법원은 지난 2011년 7월 '세기와 더불어'를 "이적 표현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법치와 자유민주주의 연대(NPK) 등 단체와 개인들은 지난달 24일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인정된 김일성 일가를 미화한 책이 판매·배포되면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인간의 존엄성·인격권을 침해하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해한다"며 서울서부지법에 판매·배포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 서적의 판매·배포 행위로 인해 신청인들의 명예가 훼손되는 등 인격권이 침해되는 경우에는 행위의 금지를 구할 수 있겠지만, 이 사건에서 서적 내용이 신청인들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 서적이 국가보안법상 형사처벌되는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행위가 신청인들의 인격권을 침해했으니 금지돼야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이 책 판매·배포 행위가 국가가 헌법을 수호할 권리를 침해한다는 취지의 주장에 대해서는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신청인들에게 사법상 권리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신청인들은 자신들보다 대한민국 국민의 인격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이 사건 행위의 금지를 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인격권은 전속적 권리로서 신청인들이 임의로 대한민국 국민을 대신해 신청할 수는 없다"고 했다.

신청인 측은 법원의 기각 결정에 불복해 가처분을 재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신청인 소송대리인 도태우 변호사는 "법원이 이 서적이 신청인들의 인격권을 직접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만큼  6·25전쟁 납북자 가족들을 중심으로 신청인단을 다시 구성해 가처분을 재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도 변호사는 "북한 정권에 의해 피해를 당한 납북자 가족들이 이미 가처분 신청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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