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절도 아니라더라도 점유이탈물횡령 의율 가능, 징계 재량권 남용 아냐"

▲유재광 앵커= 판결문을 통해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판결의 재구성', 오늘(13일)은 절도죄 징계 애기해 보겠습니다. 장한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사건 내용부터 볼까요.

▲기자= 누가 버린 물품인줄 알고 가져가는 것, 살면서 어떻게 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인데요. 육군 상무대 소속 전모씨는 지난 2019년 8월 6일 저녁 8시 무렵 전남 나주 호수공원로 노상에 며칠째 놓여있던 자전거 한 대를 가져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전거 주인 박모씨가 도난 신고를 했고요. 경찰이 CCTV를 확인해 전씨에게 연락을 했고, 전씨는 이에 자전거를 원주인 박씨에게 돌려준 내용입니다.

▲앵커= 어떻게 보면 진짜 흔하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이네요.

▲기자= 네, 군인 신분인 전씨는 2019년 12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는데요. 군 검사는 "사안이 경미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을 참작했다"는 처분 결과 통보서를 소속 부대에 보냈습니다. 그런데 해당 부대에선 '절도'를 징계건명으로 해서 전씨에 대해 견책 징계 처분을 내렸습니다. 징계 항고에서도 징계가 취소되지 않자 전씨는 육군 교육사령관을 상대로 견책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비록 징계 수위가 낮긴 해도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고 일종의 해프닝인데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 징계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한 징계"라는 게 전씨의 주장입니다.

▲앵커= 다른 사람들 보기엔 사소해 보여도 본인한텐 상당히 큰일인가 보네요.

▲기자= 네, 아무래도 군 간부이다 보니까 징계 전력이 있고 없고가 상당히 신경 쓰이는 일일 수도 있고, 또 본인 입장에선 훔치려고 그런 게 아닌데 정말 억울해서 일수도 있는데요. 일단 '군인사법' 제56조 2호는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를 징계사유로 적시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 제59조의4 1항은 '징계 의결 등을 할 때는 징계대상 행위의 경중, 소행, 정도, 그 밖의 정상을 참작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오인과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고, △피해자에 자전거를 돌려주며 합의했고, △군 검사도 기소유예 처분을 한 점 등을 감안하면 징계감이 아니라는 게 전씨의 항변입니다.

▲앵커= 전씨 입장에선 그렇게 주장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법원 판단은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네, 광주지법 제1행정부는 지난달 29일 전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습니다(2020구합14458 견책처분취소). 재판부는 일단 "자전거가 노상에 오랫동안 방치돼 있었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주인 없는 물건이나 주인이 소유권을 포기했다고 볼 수 없고, 설사 유실물이라고 하더라도 습득자가 바로 소유권을 취득하는 것은 아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런 점들을 지적하며 재판부는 "전씨가 자전거를 가져가면서 자신의 행위의 위법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앵커= "난 자전거를 훔칠 의사가 전혀 없었다. 훔친 것도 아니다"라는 전씨 주장이 안 받아들여진 것이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재판부는 나아가 설사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해도 점유이탈물횡령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어느 죄로 의율이 되더라도 군인사법에 따른 징계사유가 된다는 점에선 변화가 없다는 취지로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 전씨에게 유리한 사정들은 징계 의결 시 고려된 것으로 보이는 점, 전씨에게 가장 가벼운 종류의 징계를 의결한 점 등 제반사정을 감안하면 이 사건 처분에 있어 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한마디로 전씨 본인이 억울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견책 징계는 위법하지 않다, 정당하다, 이런 판결입니다.

▲앵커= 군인이어서 징계사유와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한 측면도 있는 것 같은데, 아무튼 방치된 물건 가져가는 것,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