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출신, 문재인 정부 첫 청와대 법무비서관 이어 법제처장 지내
법조계 "신종 전관예우" 비판... "이 부회장 사면에 역할" 의혹 제기

김형연 전 법제처장. /법률방송 자료사진
김형연 전 법제처장. /법률방송 자료사진

[법률방송뉴스] 판사 출신으로 문재인 정부 첫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이어 법제처장을 지낸 김형연(55‧사법연수원 29기) 변호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변호인단에 합류한 데 대해 법조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변호사의 행보를 놓고 법조계의 고질적 비리인 전관예우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나아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을 지낸 김 변호사가 이 부회장 사면과 관련해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 정서상 이 부회장 사면 논란에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비서관은 대통령의 권한인 사면의 실무를 담당하는 자리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지난해 8월 법제처장을 그만두고 3개월 후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로 합류했다. 그는 지난 2월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재판부에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 재판에 출석한 지난달 22일부터 법정에 나오기 시작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에는 이미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10명,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8명이 참여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1997년 제39회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판사 시절 이른바 진보 성향의 국제인권법연구회 간사를 지냈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의혹을 제기하는 데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 판사 사표를 내고 곧바로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으로 가면서 사법부 내에서 '정치 판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2년 후인 2019년 5월 차관급인 법제처장으로 임명됐을 때도 청와대 출신에 대한 부적절한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검사 출신인 금태섭(54·24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판사 출신 전 청와대 비서관의 행보'라는 글을 올리고 "경악스럽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법률가에게 요구되는 직업윤리,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공적 마인드는커녕 최소한의 염치도 보이지 않는다"고 김 변호사를 맹비판했다. 금 전 의원은 그러면서 "이런 일이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났다면 민주당은 무엇이라고 했을까"라며 "문재인 정부,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라고 물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을 지낸 김한규(51‧36기)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페이스북 글에서 "법원개혁을 외치다가 갑자기 사직서를 제출하더니 사직서 잉크가 젖은 상태에서 청와대에 직행해 법원개혁 목소리를 오염시키고, 현 정부 내내 고관대작이시다가 사직서를 내더니 이재용 변호인단에 합류했다"며 김 변호사의 행보를 비판했다.

이재용 부회장 사면 논란과 관련해 김 변호사는 “(김형연 변호사가) 사면의 매개체 역할을 한다면 신종 전관예우를 노리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이는 완전한 악수로 보인다”면서 “모든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만에 하나 이 부회장을 사면한다면 신종 전관예우가 통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충분한 외형을 갖추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을 지낸 양홍석(43·36기)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멋지다. 사람은 이렇게 살아야 한다"며 김 변호사를 비아냥하는 글을 올렸다. 양 변호사는 "법원에서 바로 청와대로 점프했다가 문재인 정부 고위직을 맡았음에도 퇴직 후 얼마 되지 않아 국내 최고의 재벌 총수 변론을 맡아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 자신감과 용기에 머리를 숙인다"고 했다.

판사 출신인 이현곤(52·29기) 새올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페이스북에서 "법원, 검찰에서 나온 변호사들은 개업하면 전관예우와 관련해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며 "의뢰인에게 그것이 있다고 이야기하면 범죄자가 되는 것이고, 그것이 없다고 이야기하면 자신이 사건을 맡을 이유가 없게 되는 것"이라고 전관예우 문제를 거론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나 이같은 비판에 대해 언론에 “의뢰받은 사건만 담당하고 사면 관련 업무는 하지 않는다. 사면 관련 업무를 한다면 뭐하러 정식으로 선임계를 내고 공개적으로 활동하겠느냐”고 말했다. 또 “청와대 출신이라고 법원에서 통하는 시대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