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엄마와 아들 사이 미묘한 로맨스 설정... 법적으로 혼인할 수 있을까
민법 제815조 ‘직계인척 관계가 있거나 있었던 때’는 혼인 무효 사유

[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와 드라마,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 및 사건 등과 관련한 법적 쟁점에 대해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오현교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오현교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최근 시즌제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시즌 3까지 제작이 예정된 와중에 시즌 2를 성황리에 종영하였습니다. 이에 질세라 유명 작가 임성한(‘보고 또 보고’, ‘인어아가씨’, ‘하늘이시여’ 등 집필)이 ‘결혼작사 이혼작곡’으로 돌아왔는데요, 통상의 불륜 소재를 다룬 드라마와 달리 시즌제를 예고하고 시작했습니다. 아직 시즌 2는 시작되지 않았습니다만 시즌 1 마지막회의 문구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임성한 작가는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호언장담하며 시즌 1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이미 시즌 1에서도 사람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특이 소재로 이목을 집중시켰는데요, 바로 새엄마와 양아들 사이의 묘한 관계를 설정하고 있는 것이 그것입니다. 가사 사건을 진행하다 보면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히는 것은 물론 상상도 어려운 내밀한 사정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재혼 가정의 경우는 일반 가정보다 그 관계도가 조금 더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부부가 혼인하여 자녀를 낳고 기르다 이혼한 경우 혹은 사별한 경우 자녀들은 엄마, 아빠 중 한 사람과 함께 살게 됩니다. 이때 함께 살게 된 부모가 재혼을 하게 된다면 자녀와 그 새로운 부모 사이의 법적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재혼한 배우자가 전혼 자녀를 입양하지 않는 경우에는 전혼 자녀와 재혼 배우자 사이에 친자 관계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입양 절차를 거쳐야만 법정혈족 관계가 발생하게 됩니다. 입양 절차를 거치기 전까지는 인척 관계에 있게 됩니다. 민법 제769조에서는 인척의 범위를 정하고 있는데, ‘혈족의 배우자’ 그리고 ‘배우자의 혈족’이 인척의 범위에 포함됩니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양부모가 혈족의 배우자인 것이고, 양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배우자의 혈족이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결혼작사 이혼작곡’이라는 드라마에서는 새엄마와 아들 사이의 아주 미묘한 로맨스 상황을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태곤(신유신 역)은 젊은 새엄마 김보연(김동미 역)과 매일 아침 수영을 다닙니다. 김보연은 며느리 박주미(사피영 역)와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며 이태곤과의 친밀한 관계에 집착합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이태곤과 김보연의 관계가 도덕적으로 옳은지 그른지를 떠나서 과연 저 두 사람이 법적으로 혼인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두 사람이 만약 정말로 사랑하게 된다면 법적으로 혼인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법제에서 두 사람이 법률상 배우자가 되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지 조문을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우리 민법에서는 중혼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이태곤은 현재의 부인과 이혼 후 김보연과 결혼해야 합니다. 그런데 민법 제815조에서는 ‘당사자 사이에 직계인척 관계가 있거나 있었던 때’를 혼인의 무효 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이태곤과 김보연은 계자와 계모 사이로 직계인척 관계에 있으므로 만일 혼인을 한다고 해도 그 혼인은 무효입니다.

법률상 혼인 자체에 무효 또는 취소 사유가 있는 다른 사례들을 보겠습니다. 2003년에 방영됐던 드라마 ‘눈사람’에서는 친언니의 남편, 즉 형부와 사랑에 빠지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형부의 입장에서 처제는 ‘배우자의 6촌 이내의 혈족’인 인척이었던 사람이고, 처제에게 형부는 ‘6촌 이내의 혈족의 배우자’인 인척이었던 사람입니다. 따라서 형부와 처제는 혼인하더라도 ‘당사자, 그 직계존속,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이 법원에 청구해서 그 혼인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816조 제1호 및 제817조). 취소 사유가 있는 법률상 혼인이 되는 것입니다.

1990년에 민법이 개정되어 ‘혈족의 배우자의 혈족’이 인척의 범위에서 제외되었습니다. 쉽게 말해서 ‘겹사돈’이 법률상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1998년도에 방영된 ‘보고 또 보고’라는 드라마가 가능했던 이유입니다. ‘보고 또 보고’에서는 한 집안의 친자매가 다른 집안의 친형제와 각각 결혼하기까지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결혼 후 생기는 갈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나라마다 혼인할 수 있는 친인척의 범위가 다릅니다. 같은 나라라도 시기에 따라 법적으로 혼인할 수 있는 사람의 범위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2005년에 동성동본 혼인을 허용(8촌 이내의 혈족이 아니면 혼인할 수 있습니다)하는 방향으로 민법을 개정하는 등, 혼인을 함에 있어서 개인의 선택의 폭을 확장하는 쪽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져 왔습니다. 개인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건전한 사회 통념에 부합하는 혼인 가능한 관계를 명확히 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사회가 변하고 법 개정이 여러 차례 된다고 할지라도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이태곤와 김보연의 혼인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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