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수십년 지속... 아이가 '중심'이 되는 문제해결 방법 찾아야”

[법률방송뉴스] 어린이를 옳고 아름답고 슬기로우며 씩씩하게 자라도록 하기 위하여 매년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한다.

아동복지법 조문에 명시된 어린이날 관련 내용입니다.  

오늘 '로 투데이'는 어린이날을 맞아 가해든 피해든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 학교폭력에 대한 얘기 해보겠습니다. 

‘책과 사람들’, 박아름 기자가 '장난이 폭력이 되는 순간'의 공동저자, 법무법인 숭인의 김영미 변호사를 만났습니다. 

[리포트]

초등학교 6학년과 3학년 남자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김영미 변호사는 책 ‘장난이 폭력이 되는 순간’에서 자신도 학교폭력 피해자였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크든 작든 학교폭력의 후유증은 쉽게 가시지 않고 트라우마로 남는다는 것이 김영미 변호사의 말입니다.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
“피해자한테 사과를 하고 제대로 용서를 받아야 하는데 (가해자) 본인 스스로는 내가 이제 앞으로는 그런 행동 안하고 잘 살고 있으니 난 된 거야. 스스로를 용서한 상태에서 피해자 측은 제대로 된 사과를 못 받으니 그게 이제 고통 속에...”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이 너무도 다른 학교폭력, ‘장난이 폭력이 되는 순간’이라는 책 제목은 이런 경험과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겐 ‘장난’이지만, 누군가에겐 평생 지울 수 없는, 지워지지 않는 ‘폭력’이 된다는 겁니다.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
“지금 최근에 연예인들 학교폭력, 과거의 학교폭력이 드러나면서 그게 지금 계속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그때 당시 가해 학생들이 제대로 된 사과를 안 했기 때문에 그 피해를 당했던 사람은 계속 그걸 안고 가고 있는...” 

가해자들은 ‘왜 지금 와서?’라고 반문하지만, 피해자들은 ‘왜 지금까지 사과 한 번 없이’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
“나는 이렇게 고통 속에서 제대로 된 삶을 못 살았는데 너는 이렇게 잘나가네 이건 너무 불공평해, 이렇게 돼서 문제가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일단 제대로 된 사과가 된다고 하면...”

‘장난이 폭력이 되는 순간’은 아동·청소년 문제에 천착해 온 ‘유스메이트’(Youth Mate) 김승혜 대표와 최희영 부대표, 김영미 변호사 3인의 공저입니다.  

김 변호사도 지난 2011년부터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인 푸른나무재단 자문변호사로 활동하는 등 지속적으로 학교폭력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
“오랫동안 우리가 학교폭력에 대해서 같이 고민하고 처리, 일을 해왔으니 우리가 한 번 모여서 ‘진짜 학교폭력 책’을 써 보면 어떨까 라고 저희 셋이 의기투합해서..." 

책은 ‘달라진 세상에서 부모라면 꼭 알아야 할 현명한 학교폭력 대응 노하우’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달라진 세상’은 뭘 의미하는 걸까.

김영미 변호사는 지난 10년간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고 말합니다.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
“뭐 아이들끼리 크면서 그렇게 할 수도 있는 거지, 이렇게 생각을 했는데. 그래서 처음에는 ‘아, 이런 것도 학교 폭력이라고?’ 이러면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지금은 내가 원하지 않는 터치, 이런 것들은 다 폭력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인식을...”

김영미 변호사는 푸른나무재단 활동 외에도 더불어 서울시교육청 교권보호 자문변호사도 맡고 있고, 지난 3월 발족한 법부무 아동인권보호 전문위원단 전문위원에 위촉되는 등 아동·청소년 문제 전문가입니다.  

이번 책 ‘장난이 폭력이 되는 순간’은 학교폭력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초등학교 저학년의 학교폭력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
“제가 초점을 맞춘 부분은 초등 저학년 정도. 그럼 이 아이들은 정말 본인의 행동이 뭔지 잘 알지 못하고 행동을 하잖아요. 그냥 자기네들은,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자기도 잘못 된지 몰라요. 그래서...” 

관련해서 김영미 변호사는 학교폭력의 개념과 대응 방법은 초중고교 각 층위에 따라 다른데, 초등학교 저학년의 학교폭력 문제는 ‘관계 맺기’의 문제라고 설명합니다.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
“초등 저학년 같은 경우엔 어떻게 보면 관계를 잘 맺지 못해서 이뤄지는 그런 관계의 불협화음. 그냥 다른 방법으로 그 친구와 다가갈 수 있는 친해지는 다른 방법을 잘 몰라서 일어나는 그런 폭력이...”

일단 이렇게 시작된 일종의 괴롭힘과 폭력은 그게 잘못인지도 모르면서 갈수록 심해지고, 특히 주변의 방관은 집단 괴롭힘과 따돌림,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김 변호사는 지적합니다.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
“왜냐하면 옆에 지켜보는 주위 친구들이 ‘너 그렇게 하지마’라고 한 마디만 하면 괴롭히던 아이들이 주춤할 텐데 보고도 아무 말도 안 하니까 행동을 하게 되는 측면이...” 

이렇게 되면 ‘어른’들이 개입을 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 해결의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제1원칙은 ‘아이’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김영미 변호사는 강조합니다.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
“학교폭력의 해결은 아이 중심이 돼야 된다. 이 부분을 좀 강조하고 싶어요. 근데 결국은 그게 아이들의 문제가 아니라 나중엔 부모 문제로 변질을 하게 되거든요.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또 한 번 상처를 받아요. 그래서 학교폭력은 정말 아이 중심으로 해결을 하는 그런 사고를 가졌으면 좋겠다...”

‘왜 사과를 그렇게 밖에 못해’ 또는 ‘뭘 더 어떻게 하라고’ 식으로 반응하면 사태를 키우는 꼴밖엔 안 되고, 일단 어른들 싸움으로 번지면 그 피해는 반드시 아이들에게 돌아온다고 김영미 변호사는 거듭 강조합니다.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
“형사적으로도 가고 민사적으로도 가긴 하는데 그 과정에서 되게 아이가 본인이 계속 ‘내 사건이 이렇게 부모님들 사이에 싸움이 되고 있구나’라고 해가지고 그 과정에서 아이가 의기소침해지고 위축되고 제대로 학교생활을 못하고 그런 경우들이...”

화제를 잠깐 바꿔봤습니다. 

지난 2011년 온 국민을 경악과 분노에 빠트렸던 광주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이른바 ‘도가니 사건’입니다.  

김영미 변호사는 이 도가니 사건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공동변호인단으로 참여했습니다. 

지난해엔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 가해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국민 2만명의 대리인으로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 상향을 촉구하는 국민의견서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장애인과 여성,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자기보다 약한 약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학교폭력과 본질적으로 일맥상통하는 문제라고 김영미 변호사는 말합니다.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
“어른들은 사실 지금 비일비재하게 다른 사람들 때리고 이런 걸로 문제가 되잖아요. 신체접촉 해가지고 강제추행으로 신고 되고 처벌받고 이러잖아요. 근데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그래서 더더욱 어릴 때부터 약자에 대한 폭력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안 된다는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김영미 변호사는 강조합니다.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
“효과가 있는 거 같아요, 예방교육. 지속적으로 계속 이것은 ‘이런 행동을 하면 안 돼’ '이건 학교폭력이야'라고 계속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아 오니까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체감이 되는...”

성인 조폭 뺨치게 갈수록 흉포화하고 있는 청소년 폭력문제에 대해선 이른바 ‘질풍노도의 시기’로 불리는 청소년기의 특성이 극단적인 쪽으로 발현되고 있는 결과라고 진단합니다.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
“어떻게 보면 아이들이 겁이 없다 보니까 더 잔혹하게 행해지는 측면이 있거든요. 어른들은 그나마 내가 이런 행동을 할 때 나중에 어떻게 되지, 이런 걱정 때문에 중간에 멈출 수 있지만 아이들은 그렇게까지 생각의 폭이 넓지 않아요. 그냥 그 당시의 감정대로 하다 보니까 그냥 뒷일 생각하지 않고...”

관련해서 형사처벌이 면제되는 이른바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
“똑같이 어른처럼 벌 받아야 돼, 라고 하는 것은 저는 조금. 그래서 그런 아이들한테는 따끔한 벌을 줘야 하는데 그걸 어른처럼 주는 것은 저는 사실은 그 아이한테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영영 못주는 게 아닌가...”

‘아이’라고 해서 무조건 선처해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무조건 감옥에 보내는 것도 또한 능사가 아니라며, 최소한 뉘우치고 반성하고 새롭게 살 수 있는 기회는 주는 것이 ‘어른의 도리’ 아니겠냐는 말로 김영미 변호사는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김영미 변호사/법무법인 숭인]
“양형기준을 마냥 높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소년원에 보낸다든지 해가지고 충분히 본인의 행동을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아이가 그래서 ‘내가 진짜 잘못했구나’라고 뉘우치면, 뉘우치고 그때부터 제대로 살면 우리가 어른으로서 할 도리는 다...”

법률방송 박아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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