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사각지대 방치... 의료기관에서 의무적으로 행정관청에 출생사실 통보해야"

[법률방송뉴스] 세상에 태어났지만 '공식적으론' 태어나지 않은, 태어난 지도 모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부모들이 행정관청에 출생신고를 안 했기 때문인데요.

관련해서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오늘(30일) 모든 아동의 출생이 등록될 권리, '출생통보제' 도입을 촉구하는 온라인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장한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온 나라를 충격과 경악에 몰아넣은 구미 3세 여아 사망 사건.

지난해 생후 2개월 된 영아 시신이 무려 2년 동안 냉장고에 보관돼온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준 전남 여수 영아 사건.

두 사건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났지만, 행정관청에 출생신고가 안 된 출생 미등록 아이들이라는 점입니다.

'구미 사건'이나 '여수 사건'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끔찍한 아동학대 피해자가 된 후에야 비로소 무슨 사건의 피해자로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김정욱 /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여전히 출생신고 할 수 없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사실혼 관계에 있는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부모가 제3자와 법적 혼인관계에 있어 출생신고를 할 수 없거나 외국인 부모나..."

존재도 모르다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후에야 세상에 존재가 알려지는 아이들.

이런 잠재적 아동학대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출생 미등록 아이들이 매년 확인된 것만 7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가 전국 254개 아동복지시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9년엔 74명의 아동이, 2020년엔 72명의 아동이 출생신고가 안 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출생 미등록 아동의 발견 당시 연령은 0세가 70.5%로 가장 많았고 1~2세가 13%로 나타났습니다.

출생 미등록 아동 최초 발견 장소의 75.3%는 이른바 '베이비박스'입니다.

쉽게 말해 낳기는 낳았는데, 그냥 버리는 겁니다.

[김희진 / 국제아동인권센터 사무국장]
"베이비박스에서 발견된 아동들이 75.3%에 이르렀고 그밖에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발견됐다고 응답한 경우는 전원 된 아동, 타 기관에서 이 시설로 전원 된 이후에 가족관계등록부가 폐쇄된 사례 등이 보고됐습니다."

그나마 아동보호 시설이나 교회나 절 등에서 운영하는 베이비박스가 아닌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에 유기하거나, 소규모 시설이나 미처 발견되지 않은 아동들을 감안하면 출생 미등록 아이들은 최소 2~3배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의료기관에서 출생하는 모든 아이들을 누락 없이 국가기관에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 도입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돼 온 배경입니다.

정부도 2019년 5월 '포용국가 아동정책'을 통해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8월 공표된 '제2차 아동정책 기본계획'에서도 출생통보제 도입을 2021년 추진과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시행계획은 찾아보기 어렵고, 출생 미등록 아이들은 정확한 실태 파악도 안 되는 가운데 보호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게 여전한 현실입니다.

[황윤지 /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 과장]
"'출생 미등록 아동에게 어떤 점이 어렵나요?'라고 하는 저의 질문에 (현장 실무자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났으나 태어난 날로부터 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 그 자체가 어려운 점 아닐까요. 국적도, 이름도 없이 그냥 세상에 던져지는 거니까요'라고 대답을..."

일단 국회엔 출생통보제를 담은 '가족관계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돼 있습니다.

법무부도 출생통보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가족관계법 개정안을 이르면 다음 달 발의할 계획입니다.

UN아동권리협약 제7조 제2항은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돼야 하며 출생 시부터 성명권과 국적취득권을 가진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아동인권센터 관계자는 법률방송과의 통화에서 "출생하는 아이의 99.5%는 의료기관에서 태어난다"며 "출생통보제가 도입되면 적어도 그 존재도 몰라 방치되고 학대되는 아동들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와 국회 모두 시늉이나 공염불이 아닌 출생통보제 도입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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