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변동 심한 재산은 물납 대상에서 제외... 부동산 등에 한정"

▲유재광 앵커= 어제 오늘 이건희 삼성 회장의 상속재산과 상속세, 미술품 기부 등을 두고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차상진 변호사의 금융과 법' 오늘(29일)은 상속세와 미술품 얘기해 보겠습니다. 차 변호사님, 이건희 회장이 남긴 전체 재산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 알려진 게 있나요.

▲차상진 변호사(차앤권 법률사무소)= 이건희 회장의 유산에 대한 상속세 신고·납부 기한은 내일까진데요. 유산은 총 26조원 정도고요. 그중 주식이 약 19조원, 미술품이 약 3조원, 부동산 및 예금성 자산이 약 4조원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족들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대략 12조원 정도의 규모인데요. 이를 5년간 6차례에 나눠 연부연납 한다고 합니다.

▲앵커= 상속세가 12조원 정도라고 하셨는데 이게 어떤 계산을 거쳐서 나온 액수인가요.

▲차상진 변호사= 상속세 과세방법은 크게 '유산세' 방식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구분됩니다. 유산세 방식은 상속인이 상속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과세를 하고 재산을 상속받은 유가족들이 상속세에 대해서 연대납세 의무를 지는 방식입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과세를 하게 되면 상속재산 규모로 세율이 결정되기 때문에 그중 내가 얼마를 상속받는지와 무관하게 세율이 결정되게 됩니다.

반면 유산취득세 방식은 상속인별로 상속받은 재산에 대하여 상속세를 부담하는 방식인데요. 이와 같은 경우에는 상속재산 전체는 커도 내가 받는 금액이 작다고 하면 세율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유산세 방식을 취하고 있어서 상속인 숫자와 무관하게 상속재산이 크면 세율이 높아지게 됩니다.

▲앵커= 지금 천문학적인 상속제 재원마련을 위해서 이건희 회장 소유 미술품으로 물납을 하는 방안도 고려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결과적으로 물납은 안 된 거죠.

▲차상진 변호사= 그렇습니다. 상속세의 물납에 대해서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73조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물납제도는 상속세가 워낙 한 번에 고액의 세금이 발생함에 따라 납세자가 일정한 시간을 갖고 납부할 수 있도록 혜택을 주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가치변동이 심한 자산을 물납받게 되면 조세일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물납할 수 있는 재산에 대해서 일정한 제한을 가하고 있습니다.

상속 물납이 가능한 재산은 유가증권이나 국내 소재 부동산 등으로 한정되는데 유가증권의 경우에도 일부만 허용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결국 현행법상 미술품의 경우에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규정돼 있지 않아서 물납이 불가능합니다. 이에 따라 이건희 회장이 소장하던 약 3조원 정도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추산되는 미술품이 매각돼서 해외로 나가게 되는 것이 아니냐, 이런 우려도 있었는데요.

왜냐하면 이건희 회장이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던 미술품에는 국보나 보물 등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유가족들은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한 2만 1천600여점은 국립박물관에, 그리고 이중섭의 '황소' 등 1천600여점의 미술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앵커= 일단 삼성 쪽에서는 미술품 기부로 결정을 했는데, 이게 미술품을 이용한 절세 내지 탈세 이런 게 있다고 하는데 어떤 유형이 있는 건가요.

▲차상진 변호사= 미술품이 상속세 절세에도 사용됩니다. 탈세냐 절세냐의 개념은 결국 위법이냐 아니냐에 따라 결정되는데요. 조금 욕심을 부리다 보면 절세가 탈세가 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유형은 최근 활성화되고 있는 미술품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입니다. 건물이나 병원 등은 실내에 미술품을 개시하는 경우가 대단히 많은데요.

미술품의 경우에는 한 번 구매를 하고 나면 이것을 팔기가 사실 대단히 어렵습니다. 또다른 한편으로는 계절이나 시기에 따라서 미술품을 교체하고 싶은 수요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미술품 구독 서비스는 미술품에 대해서 월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면 미술품을 빌려서 게시할 수 있고 또 철이 바뀌면 그것을 변경할 수도 있는 서비스입니다.

서비스 제공업체에서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많은 미술품이 필요할텐데요. 이들을 모두 구매하기 어렵다보니까 미술품 소유자들에게 서비스 제공업체도 이를 빌리고 이것을 고객에게 빌려준 다음에 비용을 받게 되면 그 비용 중 일부를 미술품 소유자들에게 지급하게 됩니다.

이와 같은 점들을 이용해서 미술품을 자녀가 취득하하게 하고 이를 부모라든지 관계인이 미술품 서비스 업체로부터 그 미술품을 빌린 다음에 구독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자녀에게 사실상의 상속이라든지 증여를 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더구나 사업체를 가진 부모가 자녀의 미술품을 구독하게 되면 사실 상속이나 증여세를 줄일 수 있는 혜택도 있는 것도 있고 그 외에도 부모의 경우에는 이것을 사업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습니다.

▲앵커= 대표적인 게 미술품 구독 서비스 이용이라고 하셨는데, 다른 방법이나 수법이 더 있나요.

▲차상진 변호사= 또 다른 방법으로는 이제 '발명진흥법'을 이용한 상속 및 증여입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연구원들이 노력을 해서 발명을 하였음에도 그 과실은 기업이나 사업주가 다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왜냐하면 이를 발명한 연구원들의 경우엔 회사의 업무와 관련한 발명이기 때문에 기술이나 발명 역시 회사의 자산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발명진흥법이 입법됐는데요.

발명진흥법 경우엔 직무발명의 경우에도 보상규정을 마련하고 회사에서 직무발명심의위원회를 거쳐서 연구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직무발명심의위원회에서는 사업주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해서 사업주 대표와 종업원 대표의 수를 동수로 하는 등 여러 가지 균형을 위한 제도들이 마련돼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를 악용해서 보상규정과 직무발명심의위원들이 절차를 꼼꼼히 준비한 후에 사실상 사업주의 자녀를 발명자로 해서 직무발명보상금을 지급하여 사실상 상속 또는 증여를 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앵커= 국세청도 이런 내용들을 알고 있을 텐데 국세청에서 상당 기간 근무하셨잖아요. 국세청은 이런 거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차상진 변호사= 과거엔 국세청이 탈세목적이라고 하여 과세를 하였는데 발명진흥법 자체가 발명자에게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사업주나 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라고 해서 일정한 제한을 두는 경우가 없어서 국세청이 패소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미술품을 이용한 탈세의 경우에도 해당 미술품 구독자가 소유주와 어떤 관계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미술품 소유자의 부모가 직접 자신의 사업장에 개시하는 경우에는 탈세입증이 가능할 수 있으나, 거래처라든지 사업상 가까운 지인을 이용하는 경우엔 증명이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최근엔 부산지방국세청에서부터 보상결정에 절차상 하자를 발견해서 사실상 상속을 위한 직무발명 보상이라는 것을 증명해서 탈세행위에 대한 대응을 하고 있고, 미술품을 이용한 탈세의 경우에도 미술품 소유자로부터 부모까지 거래과정을 면밀히 증명해서 과세유지에 성공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습니다.

▲앵커= 이게 기업상속과 세금, 탈세문제.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보시나요.

▲차상진 변호사= 기업상속이 필요하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탈세도 많다 보니까 정책적으로 균형을 잡기가 참 어려운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유럽에선 기업주식상속의 경우엔 상속시점이 아니라 주식을 매각한 시점에 세금을 부과해서 그러니까 회사를 계속 경영하는 경우엔 사실상 상속세를 면제해주는 제도들이 있습니다. 이런 제도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국내에도 있습니다.

기업상속이 가능한 제도를 다양하게 마련해 두고 이를 남용하는 자들에 대해서 면밀한 조사를 해서 남용을 막는 것으로 균형을 조금 맞추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법령이나 규칙 등을 정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조금 마련해서 이제 납세자들이 자기들이 어떻게 행동했을 때 과세관청과 충돌이 없는지 예측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고요. 또 조사인력을 보충해 확보해서 탈세자들을 면밀히 조사해서 과세를 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합니다.

▲앵커= 네, 가업 승계와 상속세, 탈세. 이해 당사자들도 많고 참 복잡한 문제인 것 같네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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